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동서양 넘나드는 웃음의 질주,그 속엔 깊은 고통과 슬픔이…

1 ‘Dog-spring culture’(2008). 캔버스에 유채. 300*400㎝2 쑹좡 아틀리에 내부 모습.3 쑹좡 아틀리에 마당에 설치된 조각상.4 ‘Isolated Island’(2010), 캔버스에 유채, 300*300㎝
웨민쥔의 아틀리에는 베이징 시내에서 동쪽으로 20㎞ 떨어진 외곽 쑹좡에 위치해 있다. 농민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생긴 빈 농가에 예술가들이 하나 둘 들어오면서 예술촌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곳이다. 1년 이상을 한곳에서 살아 본 적이 없다는 그가 이 쑹좡 아틀리에는 11년째 지키고 있다. 친구이자 사진작가인 천지아강이 디자인한 두 동짜리 스튜디오는 하나는 아틀리에로, 다른 하나는 집으로 사용 중이다. “스튜디오를 만들면서 유일하게 소원했던 것이 큰 응접실이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선 스튜디오 응접실은 4인용 소파 4개를 뒀음에도 여백이 넘쳤다. 코가 반짝거리는 날렵한 구두에 캐주얼 재킷을 매치한 멋쟁이 예술가는 손수 차를 내리면서 근황부터 전한다.

진현미의 아티스트 인 차이나 <7> 중국 현대미술 4대 천왕, 웨민쥔

“최근 한국 정보기술(IT) 회사와 아트가 결합된 프로젝트를 기획 중입니다. 기술적으로 나의 작품이 어떻게 실현될지는 모르겠으나 한국 IT 회사에서 프로젝트마다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있어 원활하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 상업적 가치보다 실험적인 작품을 한다는 게 무엇보다 재미있네요.”
좀 더 구체적인 걸 묻자 “예술이라는 건 계획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작가는 말을 아낀다.

웨민쥔(오른쪽)과 진현미 대표.
웨민쥔를 대표하는 시그니처와 같은 그림 ‘사샤오’ 시리즈 속 인물은 언제나 현실을 외면한 듯 두 눈을 질끈 감고, 서글픈 듯 박장대소를 한다. 웃고 있지만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이 희비극적 상황이 가진 웃음의 의미를 작가에게 직접 물었다.
“그림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건 웃음이 아니다. 고통·슬픔 등 표현되지 않은 것들이 그 안에 들어 있다. 이러한 것들을 강조하기 위해 나는 역설적으로 웃음을 선택한 것이다.”

시리즈의 시작은 이랬다. 자신의 예술 언어를 찾기 위해 주변을 관찰하던 그는 세상에 대한 조롱과 비판을 함께한 주변 친구들을 과장된 몸짓과 색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한 명으로 부족해 같은 표정의 인물들을 반복해 그렸다. 그리고 그림 속 인물들은 어느새 작가 자신으로 대체됐다. 사회를 거부하는 데 자기 자신을 비웃는 건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

“마치 사고가 멈춰 버린 듯한 이 집단적이고 거대한 웃음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당황스럽고 불쾌한 감정을 가지게 만들죠. 급기야 이 거침없는 에너지에 사람들은 불쾌함을 넘어 두려워지는 것이죠. 웨민쥔 그림 속 웃음 뒤에 숨겨진 칼 같은 날카로움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아트미아 갤러리 진현미 대표가 비평가적 설명을 곁들였다.

그의 웃음 시리즈 최근 버전은 기독교적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와 역사 무대를 종횡무진하던 웃음 사나이는 사람이면서 동물 흉내를 내고, 남자이면서 여자 흉내를 내더니 이번엔 성화(聖畵) 속에서 상황에 걸맞지 않은 경망스러운 표정과 웃음으로 그 존엄과 위엄을 다시 희롱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의 기독교적 관심은 성경이나 교리에서 온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가 걸어온 역사를 통한 기독교적 문화에 기초한 것이죠. 중국은 신앙이 결핍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것은 표면적인 이슈일 뿐이고, 결국은 문화적으로 결핍돼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또 다른 작품 시리즈인 장면 시리즈(Scene Series·한 시대를 풍미한 작품에서 인물을 지우고 배경만 자신의 색채로 다시 그려 낯선 분위기를 만든 초현실주의적 작품 시리즈)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저 작품은 그리스도가 잉태되는 모습을 그린 서구 유명 대작을 등장인물은 모두 빼버리고 나의 컬러로 바꿔서 그린 그림입니다. 지역적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이탈리아 사람이 본다면 단번에 원작을 알아챌 수 있지만, 문화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들에겐 단순히 인테리어가 예쁜 그림일 뿐이죠.”
그의 넓은 아틀리에엔 웃음 시리즈 외에도 ‘미궁(迷宮)’ 시리즈와 ‘장면(Scene)’ 시리즈가 공존한다. 세계적 명성을 안겨 준 작품이긴 하지만 웃음 시리즈만 찾는 사람들에게 작가는 서운할 법도 하겠다.

“작가의 그림은 사람들의 심미적이고 시각적 판단에 의해 선택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여기에 작가가 개입할 이유는 없죠. 나의 경우 사람들이 어떤 작품을 선택하든 그 안에 담긴 정신적 주제는 동일합니다. 다른 형태로 표현될 뿐 항상 나의 언어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죠. 제 그림은 언제나 비관적이며 해체주의적입니다.”

4개의 소파가 있는 응접실 한 벽엔 미궁 시리즈가 걸려 있었다. 미궁은 작가가 어린 시절 즐겨 놀았던 미궁 게임(미로 찾기 퍼즐)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시리즈다. 선을 그으며 출구를 찾아가는 미궁 게임을, 나아갈 방향을 찾아 끊임없이 헤매는 인생의 본질적인 측면에 빗댄 작품이다. 1995년 팝적인 요소들을 끌어들여 재치 있는 표현을 시도했던 시리즈는 최근 불교 사상을 담은 중국 전통화로 변모했다. 웃음 시리즈가 기독교적 내용을 담았다면 미궁은 불교적이다.

“중생을 열반으로 들게 하는 문인 부처의 교법은 4만800개의 법문이 있습니다. 4만800개의 법문이란 결국 무한한 것이죠. 하나의 진리를 찾기 위해 그 무한의 법문을 하나하나 열어 보며 찾아 헤매지만 결국 미로 안에 갇혀 평생을 헤맬 뿐 결코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불가능한 것이죠. 너무 비관적인가요.”

작가는 이것이 지금의 중국인들과 닮아 있다고 말한다. 서양 사람들은 철학적이지 않다. 이미 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자만이 철학을 한다. 그러나 중국은 택시기사조차 인생의 답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다. 모든 사람이 철학자인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미궁을 헤매지 않는 방법 하나를 제시한다. 바로 “나를 비우라는 것”이다.

이때 아트미아의 진현미 대표가 한마디 거들었다. “현실에 눈을 감아 버리고 자조와 조롱을 일삼는 웃음 시리즈의 또 다른 이야기인 셈이네요.”
표현만 다를 뿐 일관되게 자기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작가의 말이 비로소 수긍이 갔다.
부와 명예, 인기까지 거머쥔 지금도 그는 여전히 작업에 천착하는 작가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4시까지의 작업시간을 엄수한다. 오후 1시에 시작된 인터뷰 날에도 작가는 오전 내내 작업 중이었다. 넓은 아틀리에 한쪽에서 오전에 작업하던 작품이 있었다.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그림 속 남자는 이번엔 예수님 또는 그의 제자들이 돼 가지런한 치아를 온전히 드러내 놓고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까무러칠 듯 웃고 있다. 진화를 거듭하는 웃음 시리즈.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영원한 생명력을 부여받은 작품 속 캐릭터는 또다시 뜻하지 않은 장소에 등장할 것이다.

웨민쥔의 다음 개인전은 6월 베이징 798의 페이스 갤러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63스카이아트갤러리의 ‘중국현대미술작가전’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덴마크에서도 3월 20일부터 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웨민쥔의 웃음의 질주는 동서양을 넘나들며 계속되고 있다.
◇웨민쥔=1962년 중국 헤이룽장성 다칭 출생. 군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톈진 석유공장에서 일했다. 뒤늦게 허베이 사범대학 회화과에 입학, 89년 대학을 졸업하고 전업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냉소적 사실주의의 대가다. 2008년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92년작 ‘굉굉(轟轟)’이 72억원에 낙찰되면서 자신의 역대 작품가를 경신했다.

◇진현미=영어 이름 미아(Mia). 베이징 다산쯔(大山子) 차오창디 예술특구에서 자신의 갤러리 ‘ARTMIA(아트미아)’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블루칩 작가들과의 만남을 중앙SUNDAY 매거진과 리빙 매거진 레몬트리에 연재하고 있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