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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노트] ‘나는 가수다’가 살아남는 법




강혜란 기자

#김건모가 떨었다. 마이크를 잡은 손이 부르르 떨렸다. 한 손으로 감당 못해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27일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의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서 김건모가 재도전 미션으로 부른 노래는 정엽의 ‘유 아 마이 레이디(You are my lady)’. 극도의 긴장을 감내하는 20년차 가수의 모습이 카메라에, 시청자의 눈에 맺혔다. 폐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절창이 뱀처럼 휘감았다.

소설가 이경자씨는 “여자 아이들 나와서 엉덩이 흔드는 것 안 보고 혼신을 다해 노래하는 가수들을 보니, 나 같은 늙은이는 이제 살았다 싶다”고 기자에게 e-메일을 보냈다.

 #“대중문화가 많은 것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알아줬으면 해요. 다른 선배들의 무대를 볼 때 예술을 보는 것 같았어요.” 27일 방송에서 청중 평가 7위에 그쳐 탈락한 정엽의 소감이다. 정엽은 “노래·편곡이 아쉬웠다면 떠나는 자리가 아쉬웠을 텐데 모두가 만족한 무대였다. 좋은 무대는 음악과 진정성이 만든다. 7위를 해도 창피하지 않은 가수(무대)를 만들자”고도 했다.

 원칙 파기 논란으로 담당PD까지 교체됐던 ‘나는 가수다’가 일단락을 지었다. 27일 방송에 “가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무대를 오랜만에 봤다”는 반응이 대세였다. 시청자 게시판·트위터 등에선 ‘나는 가수다’를 당분간 못 보는 아쉬움이 넘쳤다. 방송된 노래도 각종 음원 차트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나는 가수다’는 시작부터 논란에 시달렸다. 일부 가수들은 “예술에 대한 모독”이라며 비판했다. ‘예능 중심의 음악 쏠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재도전 논란’은 정점이었다. 27일 방송은 그런 상황에 대한 ‘중간 정산’이었다.





 많은 이들이 ‘왜 이런 무대를 진작에 못 봤을까’ 할 것이다. 절반은 진실이고, 절반은 착각이다. 출연 가수들은 같은 방송사의 ‘수요예술무대’ ‘라라라’ 등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다만 심야시간에 편성됐던 이들 프로는 이목을 끌지 못했고, 수익 악화로 폐지됐다.

반면 ‘나는 가수다’는 일요일 저녁 가족시청 시간대에 편성됐다. 버라이어티 제작비(일반 음악프로보다 훨씬 높다)에다 방송사 최고의 제작진(편집·음향·조명·연출 등)이 투입됐다. 음원사이트 멜론의 간접광고비도 끌어왔다. 가수에겐 최고대우 출연료에, 음원 수익도 상당비율 보장했다. 서바이벌이라는 장치까지, 가수들이 자존심을 걸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혼신의 무대’는 그런 안팎의 결과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서바이벌 장치 없이 음악 그 자체로 온전히 즐기는 문화가 아쉽다”고 평했다. 그러나 이런 오락장치 없이 ‘나는 가수다’가 프라임 시간대에서 경쟁력을 지녔을지 의문이다. 우리 대중문화 코드가 그만큼 ‘경쟁친화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후임 신정수 PD가 프로그램의 장단점을 어떻게 추슬러 ‘신장개업’ 할지 기대된다. 분명한 것은 시청자들이 ‘진심의 가수, 최선의 무대’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점. 미완의 성공, 그 이후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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