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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기술자가 목사 됐단 얘기 듣고 아, 이거 소설 되겠구나 싶었다”





장편 『생강』 펴낸 천운영씨





소설가 천운영(40·사진)씨를 얘기할 때 여전히 그의 첫 단편집 『바늘』을 꼽는 사람이 많다. 문신 새기는 여성을 소재로 한 등단작 ‘바늘’, 소·돼지 잡는 도축시장을 배경으로 체구 왜소한 할머니의 육식성을 그린 ‘숨’ 등, 2001년 나온 『바늘』은 강렬했다.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동물적 여성성의 창조, 충실한 현장조사가 바탕이 된 취재형 글쓰기 등 상찬(賞讚)이 잇따랐다. 평론가 김영찬씨는 “문학사적으로도 큰 점을 찍을 만하다는 평가였다”고 기억했다.



 지나친 칭찬이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이후 천씨는 꾸준히 소설을 발표했지만 어딘가 이전만 못해 보였다. 최근 몇 년 간은 좀처럼 그의 소설을 볼 수 없었다. 그런 천씨가 1980년대 악명 높았던 고문 경관 이근안씨를 소재로 한 장편 『생강』(창비)을 냈다. 장편으론 6년 만, 소설집으로도 3년 만이다.



 소설의 뼈대는 자수하기까지 10여 년에 걸친 ‘안’의 도피 행각이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딸 ‘선’이 아버지와 함께 화자(話者)로 번갈아 등장한다. 생사의 기로에 몰린 인간의 공포, 성욕과 식욕 등 극단 상황에서 표출되는 본능적인 욕망 등을 그렸다. 25일 그를 만났다.



-소설이 좀 달라진 것 같다.



 “지난해 상반기 창비의 문학블로그 ‘창문’에 연재했던 걸 여러 달 동안 크게 고쳤다. 경찰로 출발한 평범한 가장 ‘안’이 고문기술자로 타락하는 내면의 변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그렸다. 침울했던 캐릭터의 딸도 밝고 명쾌한 아이로 바꿨다. 마흔 살 먹어 스무 살 먹은 여대생의 내면을 그리기가 쉽지 않았다.”



-연재내용이 마음에 안 들었나.



 “인물의 내면을 직접 표현하기보다 행동과 사건을 통해 드러내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섬세하게 고쳐야 할 부분이 늘었다. 연재 당시 내 능력을 불신하던 상태였다.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않았다. 이번에 그간 안 쓰던 근육을 썼다고나 할까. 힘들게 썼고, 쓰고 나니 자신감을 회복한 느낌이다.”



-문장도 달라졌다.



 “어떤 이는 이제야 입이 풀린 것 같다고 한다. 최대한 쉽게 쓰려고 했다. 문단의 기대에 맞춰 엉거주춤하지 않고 파도에 몸을 맡기듯 자유롭게 쓰고 싶었다.”



-이근안 사건을 소재로 삼은 게 새삼스럽다.



 “1980년대를 되살리려는 소설이 아니다. 고문기술자가 10년간 다락방에 숨어 지내다 목사가 됐다는 얘기를 듣고 쓰고 싶었다. 난 어려서 다락방에서 소설을 읽었다. 이근안과 다락방이 겹쳐지면서 소설로 쓸 수 있겠다 싶었다. 인간 내면의 공포가 남을 음해하게 만들고 결국 악행을 부르는 과정을 그리려고 했다.”



-최근 장편 쓰기가 유행인데.



 “나이가 들어선지 쓰고 싶은 이야기에 맞는 분량이 장편인 것 같다. 단편보다 장편을 잘 쓰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



글=신준봉, 사진=조문규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천운영
(千雲寧)
[現] 소설가 197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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