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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욱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원전 위험하니 짓지 말자?







박태욱
대기자




어제가 미국 스리마일 원자력발전소 사고(1979년 3월 28일)가 일어난 지 꼭 32년 되는 날이었다. 그 이틀 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스리마일 사고 이후 처음으로 미국 내에 지어질 원자로 2기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시켰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사고가 난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로 인한 후유증은 확산일로다. 방사능 누출은 여전히 계속되고, 그로 인한 여파는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원전 인근의 땅도 물도 바다도, 거기서 생산되는 먹을거리들도, 모두가 경계대상이다. 아무리 인체엔 피해가 없는 수준이라 강조해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전혀 다르다. 도쿄 수돗물에 대한 유아 섭취제한 조치가 내려진 지난주 목요일, 내가 들른 도쿄 시내 한복판 히가시긴자(東銀座) 편의점들의 생수는 이미 동난 지 오래였고, 캔맥주조차 보기 어려웠다. 보이고 느낄 수 있는 여진(餘震)에 대한 불안을 찾긴 외려 어려웠지만, 수치로만 잡히는 보이지 않는 방사성 물질은 드러내진 않아도 누구든 갖는 공포의 근원이었다.



 대지진 발생 2주일여, 원전 사고에 대한 문제는 속속 드러나고 있다. 걸핏하면 ‘소테가이(想定外)’였다고 하지만 그 상정(想定) 자체가 지나치게 안이한 생각, 일본말로 아마이강가에(甘い考え)였다는 얘기다. 이번 사고에 결정적으로 문제가 된 건 지진보다는 쓰나미였다. 하지만 도쿄전력이 상정했던 쓰나미는 5.4m. 이번에 거의 피해를 보지 않은 도후쿠(東北)전력 오나가와(女川) 원전의 상정치 9.1m를 한참 밑도는 ‘상정’이었다. 그럼 전례가 없었을까. 적어도 9세기와 16세기, 유사한 쓰나미가 있었다는 기록과 그 흔적이 남아 있고, 거의 지구 반대편 칠레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가 일본 열도를 강타한 게 불과 반세기 전의 일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이 건설된 건 세계적으로도 원전 초기 단계. 그 후 원전과 지진·쓰나미에 관한 많은 기술 발전, 특히 안전성에 관한 진보가 있었지만 그 성과가 제대로 반영됐느냐도 문제다. 20년 전부터 내진성 보강에 대한 의견이 나왔지만 설계변경, 심하면 가동중지 등에 드는 비용 증가를 염려한 업계의 반대로 전면 개정은 불과 5년 전, 2006년에 와서야 이뤄졌다. 기술과 안전에 관한 일본의 과도한 자신감도 문제였다. 일본 원전 초창기의 핵심 인력으로 일본원자력연구소 연구실장을 지낸 가사이 아쓰시(笠井篤)는 아사히(朝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젊은 연수생들에게 원전 사고 가능성에 대한 얘기를 해도 ‘일어날 리가 없잖아요’라든지, ‘일본 기술은 세계 제일인데’란 말을 듣곤 했다며 스스로도 책임을 느낀다고 안타까워했다.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되는 도쿄전력의 초기대응도 결국은 이런 모든 게 복합되어 일어난 것이다. 사고 직후 미국이 기술지원 의사를 밝혔음에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지 않은 것, 결국 바닷물 살수로 폐기할 수밖에 없었던 걸 30시간이나 미적거려 사태를 키운 것, 원자력 안전보안원이 노심용융을 예견했음에도 헬기로 현장 순찰에 나선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때문에 응급조치가 늦었다는 것 등등 사후약방문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 자체를 그만두잔 얘기가 거의 나오지 않음을 알 필요가 있다. 지난 일요일 도쿄 도심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원전 운영 중단 등을 요구하는 시위 행진이 있었다지만, 그게 주류는 결코 아니다. 외려 대규모 원전 반대 시위가 일어난 건 이미 2021년 원전 폐쇄가 결정되어 있는 독일이었다. 원전 사고의 위험성을 스스로 느끼면서도 대규모 반대 시위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한마디로 ‘현실’ 때문이다. 기분 나쁘고 불안한 것과, 전기로 지탱되는 생활을 더 이상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편을 따지고 견줄 때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문제란 얘기다. 이산화탄소 방출로 초래되는 지구온난화가 지구적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화석연료를 때는 화력 발전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절전이 물론 주요한 대안이지만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까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말이야 쉽지만 몸에 밴 생활의 편리함을 쉽게 버릴 수 있느냐는 문제다. 태양광·풍력·조력·지열 등 여러 대체에너지가 있다지만 그게 중요 에너지원이 되려면 최소한 20~30년은 필요하다. 중요한 건 원전의 안전이지, 원전의 필요성 유무가 아니다.



박태욱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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