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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나라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 있으랴

아아 차라리 꿈이었다면/아아 차라리 영화였다면/참담한 대지진과 쓰나미
황량한 마을/사라진 가족과 집에/고요히 눈물 흘릴 그대여

아사히신문과 공동 게재 일본인에게 부치는 단가로 쓴 편지

오늘은 같이 아파하는 날/미워하지 않고/가슴으로 아파하는 우리 민족
어머니 시비가 몸처럼 서 있는/그 문학의 고장엔/늦봄에 벚꽃과 무궁화꽃이 피었지
큰 재앙에 겸허히 선 줄은/차라리 간절한 기도이다/우리가 받는 가르침이다
과거의 아픔으로/그대의 아픔 위로하나니/속으로 속으로 울고 있을 그대여
가족이 안 보이는데/홀로 살아남은 것도/살아 있는 것일까
눈에 얼른 보이진 않지만/가슴으로 느껴지는/다친 그대의 가슴
꽃의 향기로/감미로운 바람과 구름으로/별로 떠 밤새 노래할 님이여
경쟁을 멈추고/온정을 뻗치는 세계/사랑은 결코 죽지 않았네
쓰라린 역사를 다 잊을 순 없지만/앙금 내려놓고/성숙한 평화를 기원하다
천년너머 선한 이웃이던 그대/내 고통까지 짊어진 그대를/깊이 위로하네
삶에 나라에/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그러나 봄이 없는 겨울은 없다
누군들 고통이 없겠는가/누군들 아프지 않겠는가/더 큰 아픔에 다가가 귀기울이네
이 엄청난 고통을 딛고 일어서/더욱 성숙한/인격으로 자라날 그대
아무것도 손에 없네/오로지 가슴의 꿈뿐/그대로 그대의 미래가 되리
한국과 한류를 사랑하는 그대/거슬러 올라가면/하나의 핏줄
그대 하나하나가/그대의 나라/마음을 다잡고 힘을 내세요
아파하지 말아요/삶이라는 상처를/인류가 그대에게 위로 받고 있어요
이웃해 있기에/마음에도 가까운 나라 되라고/어머니 일생을 노래하셨지
계절이 바뀌고/꽃이 진다고/그대를 잊지는 않겠습니다




이승신 일본 전통시 단가(單歌·단카)로 한·일 우호와 선린을 노래했던 손호연 시인(1927~2003)의 딸이다. 대지진의 참화를 이겨내려 노력하는 일본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쓴 이 시편들은 일본어로 번역돼 아사히신문 3월 27일자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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