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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이냐 무산이냐 …‘ 공’은 결국 청와대로 넘어갈 듯

2006년 12월 27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산에서 ‘북항 재개발계획’을 보고받고는 지역 기업인들과 오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남부권 주민들이 인천공항을 이용하느라 연간 3600억원이 낭비되고 물류비용도 엄청나다. 인천공항에 필적하는 동남권 신국제공항을 건설해달라”는 건의를 받았다.

30일 입지평가 결과 발표 앞둔 동남권 신공항

노 대통령은 즉석에서 “지금부터 공식 검토해 가급적 신속하게 어느 방향이든 해보도록 하자”며 배석한 이용섭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검토 착수를 지시했다. 다음해 3월 건교부는 영남권 신공항의 수요 검증 용역을 발주했다. 당초 건교부는 2010년 이후에나 이 용역을 시행한다는 입장이었다. 3700억원을 들여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사업이 2008년 완료되면 2020년 이후까지 영남권의 항공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의 지시로 계획이 3년 이상 앞당겨졌다.

신공항의 바통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어받았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07년 8월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했다. 공약이니 그 무게감이 더해졌다. 그 뒤 가덕도를 내세우는 부산과 밀양을 미는 경남·북, 울산, 대구 간에 뜨거운 유치전이 벌어졌다. 정치권까지 가세한 ‘진흙탕 싸움’이었다. 2009년 상반기로 예정됐던 결과 발표는 계속 미뤄졌고 논란은 증폭됐다.

※경제성(B/C)은 1.0 이상이면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 있다고 판단. 자료: 국토해양부
마침내 정부는 30일 두 후보지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발표키로 했다. 교통·환경 전문가들로 구성된 입지평가위원회의 실사와 검토를 거쳐 나오는 결과다. 경제성 40%, 공항운영과 사회·환경 부문 각 30%의 비중이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토대로 발표 시나리오별로 그 가능성을 짚어본다.
한 곳으로 사실상 확정 발표?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다. 한국교통연구원 김제철 박사는 “경제성이나 사업비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가덕도·밀양 어느 한 곳의 손을 명확히 들어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직 국토해양부 고위 관계자도 “여러 여건을 따져봐도 둘 중 한 곳이 확실히 낫다고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정 지역의 확정 발표는 힘들다”고 말했다.

2008년 국토연구원이 실시한 신공항 개발 타당성 용역에서 경제성(B/C)은 가덕도가 0.7, 밀양이 0.73이었다. B/C는 1.0 이상이어야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 사업비는 가덕도가 9조8000억원, 밀양이 10조3000억원으로 역시 큰 차이가 없었다. 김 박사는 “B/C 0.03 차이는 사업비만 조금 줄여도 금방 바뀔 수 있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2003년 부산시 발주로 한국교통개발연구원이 실시한 신공항 타당성 조사에서도 밀양·가덕도의 경제성은 0.4 미만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

둘 다 부적격 판정 발표?
사업 추진을 우려하는 측에서 가장 선호하는 시나리오다. 이를 점치는 전문가들도 제법 있다. 이영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이 사업은 하면 할수록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위원회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두 곳 다 부적절한 것으로 결정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입지평가위원회의 한 관계자도 “이번 평가에서는 특히 경제성 비중이 높게 잡혀 있다”며 “두 지역 모두 국토연구원 용역 결과 경제성이 낮게 나온 데다 지난해 하반기에 정부가 발표한 고속철도 확충 계획안도 반영이 안 돼 있는 등 문제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고속철도 확충 계획을 반영하면 항공 수요가 종전보다 줄어들어 경제성이 더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국토부에서도 평가 결과 두 곳 다 100점 만점에 50점 미만이면 탈락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와 정치권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두 곳 모두 부적격 판정을 내리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관측도 많다.

평가 내용만 나열, 판단은 정부에?
전문가들이 가장 무게를 두고 있는 시나리오다. 두 지역에 대해 대동소이한 평가 내용만 발표한 뒤 입지 확정과 사업 추진 여부 결정은 정부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강승필 서울대 교수는 “수요 재검증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기 때문에 평가위에서 명확한 결론을 내리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 최종 판단은 정부 몫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해양부 관계자도 “아마도 결론은 유보한 채 객관적 비교 결과만 나열식으로 발표할 가능성도 높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판단을 정부에 맡기는 시나리오로 간다고 해도 미봉책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현 정부에서 더 이상 결론 내리기를 미루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후보지별로 나뉜 영남 내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방향을 제시해야만 한다는 압력이 높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정부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30일 발표에서 한 곳을 명확히 확정해야 한다”고까지 요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무산이든, 추진이든 결단을 내려서 생길 후폭풍이 계속 결정을 미룸으로써 생기는 사회적·정치적 폐해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자칫 정권 하반기 운명을 좌우할지도 모를 중대 사안을 국토해양부 차원에서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결국 공은 청와대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신공항을 공약했던 당사자로서 이 대통령이 정치적·지역적 논리를 떠나 냉정하게, 국익 차원에서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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