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히딩크 넥타이 만든 그 사람 … 이젠 폐품에 새 생명 불어 넣는다

자동차 에어컨 필터 속에서 뽑아낸 망사 철망과 태안에서 주운 조개껍데기가 누브티스 이경순 대표 팔목에서 근사한 액세서리가 됐다.
서울 인사동길 초입에 짙은 초콜릿색으로 장식된 가게가 하나 있다. 디자인숍 누브티스(Nouveautes·새롭다는 뜻의 프랑스어와 구상하다란 뜻의 그리스어를 섞어 만들었다)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수많은 명사들의 사진이 우선 시선을 붙든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수성·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LIG 손해보험 구자준 회장, 산악인 엄홍길 등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다.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누브티스에서 만든 넥타이나 스카프를 착용하고 있다는 것. 월드컵 때 태극과 팔괘를 응용한 ‘히딩크 넥타이’로 세간에 이름을 알린 이경순(54) 누브티스 대표가 백제금동대향로나 신사임당의 그림 ‘초충도’, 해시계나 가야금 같은 우리 전통 문화유산을 문양으로 새겨 넣은 작품들이다.

“이 스카프는 명성황후가 쓴 편지 글로 문양을 만들었어요. 한글 모음으로 무늬를 만든 이 넥타이는 어때요. 12 지신을 형상화한 12가지 띠 넥타이도 인기가 좋아요.”
매장 곳곳에 형형색색 넥타이와 스카프가 야들야들한 비단 피부를 드러내며 멋스럽게 걸려 있다. 그중 오톨도톨한 무늬가 만져지는 스카프에 눈길이 갔다. 점자 원단으로 만든 것들이다. 이야기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시 복지재단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어떤 시각장애인의 딱한 얘기를 들었어요. 면인 줄 알고 옷을 잘못 샀다가 아토피로 몹시 고생을 했대요. 그렇다면 아예 원단에 점자로 재질을 표시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지금 국내외 특허 출원 중이고, 원단을 수출하는 나라의 업체 및 국내 제조업체와도 논의 중입니다. 푸슈킨의 그 유명한 시를 한글 점자로 넣어봤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시각장애인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도 시제품을 만져보고는 ‘익셉셔널(exceptional)하다’면서 관심을 보였대요.”

이 대표의 아이디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의 손목을 감싸고 있는 것은 촘촘한 은빛 망사 철망. 그 위에 하얀 조개가 팔찌처럼 달려 있다. 망사 철망은 자동차 에어컨 필터 속에 들어있던 것을 약품으로 닦아낸 것이다. 여기에 태안에서 주워온 100년 된 조개껍데기를 매치시켰다. “조개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과 진주를 붙였어요. 근사하죠. 저희 회사에서 만든 제품 중 가장 비싼 아이템도 이 조개 장식을 활용한 드레스예요.”

기름 유출 사고를 당한 태안 주민을 돕기 위해 떠올린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에 옮겼을 정도로 이 대표는 환경에 관심이 많다. 오래된 책을 활용한 화분도 누브티스가 최근 선보인 환경디자인 상품 중 하나다. 두툼한 양장본 『한국사』두 권을 붙이고 가운데를 정성스레 톱으로 파냈다. 여기에 두부 담았던 플라스틱 케이스를 집어넣은 뒤 식물을 심었다. 35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가격이었음에도 지나가던 일본 관광객이 “매우 독특한 기념품”이라며 냉큼 사갔다는 게 이 대표의 말이다.

그런 그에게 한국환경공단(KECO·이사장 박승환)과의 만남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1980년 설립된 한국환경자원공사와 87년 설립된 환경관리공단을 통합해 2010년 1월 새롭게 출범한 한국환경공단은 ‘폐기물 처리 감시 기관’이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올 들어 공단에 디자인 자문을 시작한 이 대표는 “우선 폐기물을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드는 ‘정크 아트 공모전’을 보다 생산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며 “쓰레기라는 의미의 이름부터 바꾸고, 실용성을 가미하는 식으로 바꾸자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그는 폐기물을 이용한 환경 디자인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동참이 중요하다고 재삼 강조했다. 상품 제조 과정에서나 만들고 난 후 발생하는 폐기물을 그냥 버리지 말고 유니크한 디자인 상품으로 만들어 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과정에서 재주 있는 디자인 및 예술 전공 학생들을 뽑아 고용 창출을 이루고, 이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만든 상품을 기업들이 자사 홍보에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 재주는 있는데 취업 못하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기업마다 이런 젊은이를 고용한 뒤 로비에 ‘리본(Re-Born) 스토어’를 차려놓고 이들이 자사 제품으로 만든 아이디어 재활용품을 전시하고 파는 겁니다. 귀한 손님에겐 선물로도 드리고요. 고용 창출과 폐기물 재활용, 유니크한 기업 아트상품 제작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효과가 있지요.”

이 대표는 “당장 대우조선해양이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해 와 다음주 디자이너들과 함께 거제도 조선소로 내려갈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철판은 물론 가죽, 구리선, 인테리어 등 남는 자재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런 것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머리를 짜내고 있다고 그는 들려주었다. .
“요즘 좋은 아이디어를 공유하자는 TED가 세계적인 트렌드인데, 제가 생각하는 TED는 Trash(쓰레기), Enterprise(기업), Design(디자인)입니다. 전 세계가 환경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기업이 앞장서서 창의적인 환경 디자이너를 양성할 때라고 봅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환경 디자인 상품을 적극 소비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감히 확신합니다.”


이경순 대표는
홍익대 공예학과를 나와 미국 필라델피아 텍스타일 디자인과학대(학사)와 로체스터 디자인 과학대학원(석사)을 졸업했다.졸업 후 뉴욕에서 ‘스토니플린트’라는 원단회사에 입사, 특유의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6개월 만에 자회사 사장이 됐다.어머니의 권유로 94년 귀국한 뒤 누브티스를 설립, 국보 문양을 이용한 넥타이 등으로 각광받았다. 제31회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 특선, ‘월드컵을 빛낸 디자이너’로 2002년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함평 나비축제의 브랜드도 디자인했다. 홍익대 섬유미술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