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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씨앗에 담긴 생명의 섭리

지난해 7월 경남 함안군 연구팀이 성산산성을 발굴하다 연못 터에서 고려시대 연꽃 씨앗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를 발아시켜 꽃을 피워냈다. 오랜 잠에서 깨어나 화려한 자태를 뽐낸 꽃은 ‘아라홍련’이었다. 700년간의 기다림, 그리고 개화(開花). 꽃이 되고픈 씨앗의 꿈은 마침내 이뤄졌다.

이 봄, 한국 고유의 야생 종자를 휴면 상태로 보존 중인 국립 생명자원관을 찾았다. 자원관 3층 야생생물유전자원센터에선 국내 산과 들에서 채집한 야생종자 분류작업이 한창이다. 종자를 장기 보존하려면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종자에 묻은 흙과 벌레 등을 제거하고 2~4주 동안 건조한다. 그 뒤 수분 함량과 배(胚)의 유무를 파악한 뒤 무게와 크기 등을 기록하고 비닐팩으로 포장한다. 채집장소·날짜 등을 적는 라벨작업이 끝나면 알루미늄 용기에 넣어 영하 18도의 종자자원 수장고에 보관한다. 이들은 해당 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하면 세상으로 나올 것이다. 야생생물유전자원센터 김수영 박사는 “고유종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씨앗은 종족 보존에 가장 유리하게 독특한 모양과 색깔을 지닌다.

모자 모양의 털(관모)이 달려 있는 단양쑥부쟁이와 갯취의 종자는 바람에 잘 날려 멀리 퍼트릴 수 있다. 관모 반대편 화살처럼 뾰족한 부분은 땅에 안착할 수 있게 도와준다. 할미밀망과 새끼노루귀는 동물 몸에 붙어 퍼지기 쉽도록 씨앗 껍질 부분에 털이 나 있다. 왕초피의 씨앗은 표면에 매끄러운 유지 성분이 덮여 있어 싹이 틀 때까지는 물이 묻는 것을 막아준다. 딸기 등 과육에 싸여 있는 씨앗은 새나 동물이 먹게 해 종자를 퍼트린다.

씨앗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생명의 원천이다. 볼품없지만 상상력을 초월한 갖가지 방법으로 종족을 보존한다. 경이롭다. 사진은 실체현미경을 이용해 20~40배율로 확대해 찍었다.

사진·글=신동연 중앙일보 지식과학 선임기자 sdy11@joongang.co.kr
도움말 주신 분=안정현 국립생물자원관 조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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