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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눌라보는 1~18홀 거리 1365km, 7박8일간 라운드”

조주청씨가 자신의 작업실인 서울 삼청동 청청공방에서 오지 골프여행에서 겪었던 생생한 경험담을 얘기하고 있다. 아래 만화는 조씨가 직접 그린 것이다. 최정동 기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골프장을 탐방하는 건 골퍼들의 꿈이다.
그 꿈을 반쯤은 이룬 남자가 골프여행 칼럼니스트 조주청(66)씨다. 조씨는 15년간 세계 각지의 500여 개 골프장을 탐방했다. 돈·시간 많고 팔자 좋은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조씨는 명문 골프장보다는 주로 오지 골프장을 탐방하며 고생을 사서 했다. 그는 “세계 100대 코스 가운데 가본 곳은 25군데 정도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주로 아프리카·중동·남미 등 오지에 있는 골프장”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혼자 간다는 원칙을 지킨 그는 여러 차례 죽을 고비도 넘겼다. “오지 여행을 하면서 사람의 본성은 착하다는 ‘성선설’을 믿게 됐다. 못사는 나라일수록 인심이 살아있고 정이 넘쳐났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편했다”고 그는 말했다.

딤플 없는 볼은 100야드도 안 날아가
그는 세계 각국을 돌면서 다양한 골프장을 경험했다. 그는 “여행을 해보면 희한하게 골프장이 없는 나라는 없다. 아프리카 극빈국의 경우도 호텔 직원이 ‘골프’라는 단어를 몰라도 골프장은 있다. 아프리카의 경우 유럽 식민지 시절에 파견 나온 외교관이나 기업인들이 골프를 즐기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골프장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지 골프장에서 황당한 경험도 많이 했다. 세네갈의 한 사막골프장에는 모래 웅덩이를 파 놓고 ‘이곳은 수심이 깊으니 들어가지 마시오. 악어와 피라냐(식인 물고기) 등이 살고 있으니 조심하시오’라는 푯말을 꽂아 놓아 한참을 웃었다고 한다. 그는 “미얀마에 있는 스텔라 골프장은 클럽 3개(드라이브·아이언·퍼터)와 닳고 닳아서 딤플 자국이 없는 볼 3개를 준다. 아무리 잘 쳐도 100야드를 넘지 못했다. 골프공이 멀리 나가기 위해서는 딤플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지난해에는 호주 노천 광산인 칼굴리에서 출발해 남호주의 세두나까지 총 1365㎞에 걸쳐 조성된 눌라보 링크스골프장(18홀·파73)을 7박8일 동안 돌았다. 중간에 현금이 떨어져 노숙을 하고 비스킷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야생동물 때문에 곤욕을 치를 때도 있었다. 원숭이들이 골프공을 주워 가는 바람에 낭패를 당하기도 하고 뱀·악어들 때문에 놀랄 때도 많았다. “코트디부아르의 아비장에 가면 ‘더 골프’라는 골프장이 있다. 늪지대에 있는데 캐디들이 볼을 주우러 갔다가 2명이나 죽었다는 말을 듣고는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볼을 찾을 엄두를 못 냈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도 끝까지 라운드를 했다고 한다.

“전기 안 들어오는 오지만 골라서 여행”
조주청 씨의 이력은 독특하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한전선에 입사했다. 이후 전자제품 대리점을 거쳐 안동에 호텔을 지으면서 건설 사업가로 변신했다. 연립주택을 분양하며 자리를 잡았지만 건설업자들끼리 경쟁하는 풍토가 싫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한 산악 전문잡지에 만화를 연재한 게 소문이 나면서 만화가의 길을 걷게 됐다.

1980년대 초반은 잡지와 만화의 전성기였다. 특히 잡지사들은 경쟁적으로 만화를 실었다. 전문 만화가는 아니었지만 만화가가 부족하다 보니 그에게도 원고 청탁이 폭주했다. 한 달에 40군데 이상 원고를 보내기도 했다.

만화가로 호황을 누리던 어느 날 갑자기 회의감이 밀려왔다. “새벽 3시에 마감을 하고 근처 공원에서 맥주 한 캔을 마시는데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군데만 남기고 원고를 끊은 뒤 여행을 떠났다.”

국내 여행을 다니던 중 한 어린이 잡지에 ‘조주청의 미니분교 탐방’을 연재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이때부터 국내 오지 여행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부러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만 찾았다. 그곳에는 정이 넘쳤고 절절한 사연을 숨기고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는 “전국에 전기가 들어오면서 인심도 변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래서 85년부터 외국 여행으로 눈을 돌렸다.
 
“골프장 근처 음식점도 가격 거품 끼어”
그는 지금까지 130여 개 나라를 돌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한국 골프장의 문제점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한국의 골프장은 거품이 심하게 끼어 있다. 클럽하우스나 코스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한다. 코스의 자연스러움보다는 인공미를 강조하다 보니 그린피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린피·골프웨어·그늘집 식음료값은 물론 골프장 주변 음식점 등 골프와 관련된 것은 모두 비싸다. 한국에서 골퍼들은 한마디로 봉”이라며 “한국도 시설과 그린피를 차등화해 다양한 수준의 골프장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반자를 속이는 플레이를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50살에 골프에 입문했다. 친구의 삼고초려가 그를 골프의 오묘한 세계로 밀어 넣었다. “친구가 두 번씩이나 골프 연습장에 끌고 가서는 레슨비를 대신 내 줬다. 그런데도 별 재미도 없고 바쁘다는 핑계로 3~4일 정도 나가다 말았다. 몇 달 뒤 그 친구를 만났는데 또 레슨비를 줬다. 너무 미안해 제대로 배우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안정된 보기 플레이어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70타대도 친다.

조씨는 “골프는 동화 속에 나오는 파랑새와 같다.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다. 마음을 다스려 연습 스윙에 가장 가깝게 실제 스윙을 하는 골퍼가 좋은 골퍼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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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