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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여진,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 3월 생산 차질 60만 대 달할 듯

예고된 재앙은 재앙이 아니었다. 25일(현지시간) 글로벌 시장은 포르투갈의 내각 총사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제 소크라테스(53) 총리가 이끄는 내각이 지난주 수요일 일제히 물러났다. 재정긴축 방안이 의회에서 부결돼서다. 엄중한 순간에 발생한 정치 리더십의 공백이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신용평가회사들이 포르투갈 신용등급을 내렸다.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쯤 되면 시장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할 만했다. 그리스와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던 지난해엔 글로벌 시장이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25일 미국과 유럽 증권시장이 강세를 보였다. 뉴욕 다우지수는 0.41%, 나스닥지수는 0.24% 올랐다. 사흘 연속 오름세였다. 덕분에 지난 한 주 동안 다우지수는 3%와 나스닥지수는 3.7% 올랐다. 포르투갈 사태는 예고된 사건이어서다. 지난달 23일께 “포르투갈이 한 달 이내에 정치적 불안에 휘말려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될 것”이란 예상이 글로벌 시장에 퍼졌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3대 시장 지수도 모두 조금씩 올랐다. 단 위기의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한 이베리아 반도의 두 나라인 포르투갈과 스페인 주가는 하락했다. 그렇다고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0.2~0.4% 정도 하락했을 뿐이다. 유럽 전체의 핵심 종목들을 지수화한 Stoxx600지수는 지난 한 주 3% 남짓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유럽연합(EU) 정상들이 24~25일 이틀 동안 이어진 회의에서 시장을 실망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EU 정상들은 2013년에 끝나는 유럽 구제금융을 확대·개편해 상설 펀드로 만들기로 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방파제가 한결 튼튼해진 셈이다.

“큰 위기나 재앙이 조금이라도 진정돼야 투자자들은 증권 분석을 시작한다.” 주식투자를 과학의 반열에 올려 놓은 고(故) 벤저민 그레이엄의 말이다. 이날 투자자들은 세계 최대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업체인 미 오라클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아질 것이란 전망에 기뻐했다. 주가는 4% 넘게 뛰었다. ‘수양산 그늘이 강동 80리를 간다’고 했다. 큰 존재의 영향력은 아주 먼 데까지 미친다는 얘기다. 미 오라클 주가의 상승은 유럽과 인도의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와 인포시스 주가도 끌어올렸다. 두 종목은 1.9%와 5.3%씩 상승했다. 인포시스의 이날 오름폭은 2009년 7월 이후 가장 크다.

이날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시장이 포르투갈 사태만 보기 때문에 무덤덤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후 벌어질 일을 보면 아직도 긴장의 고삐를 놓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스페인 위기를 두고 한 말이다. 포르투갈은 지리적으로 스페인의 이웃이다. 2009년 하반기에 발생한 두바이 사태로 촉발된 국가부채 위기가 그리스·아일랜드를 거쳐 마침내 이베리아 반도에 상륙한 모양새다.

스페인은 유로사용권(유로존) 17개 나라 가운데 경제 규모로는 4위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와 함께 유로 시스템의 네 기둥 가운데 하나다. 경제 규모가 큰 만큼 스페인에 쏟아 부어야 할 구제금융도 포르투갈 1차 지원금 예상치(990억 달러)나 그리스 1400억 달러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유로 시스템의 대재앙일 수 있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스페인 정부는 아직까지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은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리스나 아일랜드도 손을 내밀기 하루 전까지 그렇게 큰소리쳤다.

심지어 포르투갈은 25일에도 “구제금융을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하지만 시장의 판단은 포르투갈의 큰소리와는 딴판이다. 이날 스페인 국채(10년 만기) 값이 급락했다. 채권 원리상 값이 떨어지면 금리가 오른다. 이날 포르투갈 채권 금리는 7.8% 선이었다. 내각 총사퇴와 신용등급 하락이 방아쇠였다. 게다가 포르투갈은 올 4월에 외채 60억 달러 정도를 갚아야 한다. 이 나라 정부 금고에 들어 있는 자금은 70억 달러 수준이라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글로벌 시장의 늑대 무리인 헤지펀드 등이 공격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이들 늑대 무리들이 공격(울프팩)에 나서면 포르투갈 국채 금리는 더욱 상승하면서 자금난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항복하기 직전 흔히 나타나는 악순환이다. 이베리아 반도의 이웃인 스페인은 이런 일을 겪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까.

이번 주 글로벌 시장은 일본을 다시 주목할 듯하다. 동일본 대지진과 방사능 누출이 일본 경제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가 발표된다. 3월 구매관리자지수(3월 31일)와 3월 자동차 판매(4월 1일)다. 가계지출 등 여러 지표들도 발표되지만 지진 이전의 수치들이어서 현재나 미래를 헤아려보기엔 부적절하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판매를 주목한다. 자동차 산업은 일본의 대표 수출 업종이다. 일본 업체들은 이미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블룸버그가 미국 자동차 전문조사회사인 IHS오토모티브의 보고서를 인용해 2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달 24일 현재까지 도요타는 14만 대, 혼다는 4만7000여 대, 미쓰비시는 1만5000여 대에 이른다. 부품 부족 사태가 본격화하면 그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불똥은 전세셰로 확산될 조짐이다. IHS 쪽은 “3월 말까지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동일본 지진 사태 때문에 60만 대 정도를 생산하지 못할 것”이라며 “일부 회사들은 부품 부족으로 생산공장이 휴업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여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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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