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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매달 봉사활동 갔더니 … 자부심·동료애 절로 생겨

Q.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하면 뭐가 좋습니까. 경영에도 도움이 되나요. 영세한 중소기업도 사회공헌을 해야 하나요.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한미파슨스는 어떤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죠?

A.한미파슨스의 구성원들은 몸으로 하는 봉사를 많이 합니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이면 전 구성원이 전국 40여 곳의 사회복지기관 및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돼 있어 봉사활동 참여율이 90%에 가깝습니다.

주로 하는 일은 장애인 대상 봉사입니다. 장애인용 복지시설을 업그레이드하는 일도 하고, 장애인 시설을 찾아 장애인들을 돌보죠. 목욕도 시킵니다. 이들 가운데는 거동을 못하는 중증 장애인도 있어요. 이런 일이 바로 우리 전문이죠. 근무지가 서로 다른 우리 회사의 구성원들이 모여서 장애인 시설을 살피고 이들을 돌보다 보면 서로 많은 대화를 하게 됩니다. 봉사를 마치고 나면 다같이 몰려가 꼭 식사를 하고 헤어집니다. 이렇게 한솥밥을 먹는 것도 우리 회사의 문화죠.

이 일련의 과정에서 구성원 간에 비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다양하게 이루어집니다. 또 저마다 보람과 자부심을 맛보고, 좋은 일에 동참했다는 데서 동료애를 느끼게 마련이죠. 결국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단합을 하게 됩니다. 회사 생활이 늘 즐거울 순 없습니다. 그런데 봉사활동은 베푸는 것이라 늘 즐겁고 보람이 있어요. 또 중증 장애인을 돌보면서 우리가 축복 받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죠. 이렇게 해서 생긴 긍정의 에너지가 조직의 활력이 되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봉사활동 가는 날 꼭 자기 아이를 데려옵니다. 봉사점수를 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녀에게 산 교육이 되기 때문이죠. 오래전 제가 삼성건설 현장소장으로 있을 때 직원들과 건설 현장 주변의 노인들을 돌봤습니다. 그때 ‘나누는 기쁨’을 맛봤죠. 나누는 사회가 선진 사회이고 공정사회입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예비 장애인입니다. 교통사고 등으로 중도 장애를 당하지 않더라도 나이가 들면 청각장애 등을 겪는 노령화 장애인이 됩니다. 통계엔 잡히지 않는 장애인이죠. 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우리나라로선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리 회사는 또 전 구성원이 매월 본봉의 1%를 기부합니다. 그러면 회사가 그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부하죠. 더블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봉사활동 기금을 조성하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전체 임직원 본봉의 3%에 해당하는 액수가 사회공헌 활동에 투입됩니다.

작년엔 ‘따뜻한 동행’이라는 사회복지법인도 만들었습니다. 우리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모금을 했는데 전원 참여에, 당초 목표인 20억원을 1억원 초과해 21억원을 모았습니다. 회사에서는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일반인 대상 모금도 할 계획입니다.

사회공헌 활동은 큰 회사, 잘나가는 회사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돈을 잘 벌면 잘 버는 대로 못 벌면 못 버는 대로 형편껏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외환위기 당시 존폐의 위기에 몰렸습니다. 그래도 회사 창립 때부터 해온 사회 봉사를 한 번도 거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활동이 회사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어요. 사회공헌 활동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회사의 정체성이랄까 철학에 달렸다고 봅니다.

“우리 회사 같은 중소기업이 무슨 사회공헌 활동을 해”라고 관성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구성원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회사 경력 사원 중에도 처음엔 의무적인 참가 방침에 반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두 번 참가하고 나면 그런 말이 쑥 들어갑니다. 스스로 체험하는 긍정의 에너지 때문이죠. 사회봉사 즉 베푸는 행위를 통해 정신적으로 고양되는 것을 느끼는 겁니다.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또 사람이 겸손해집니다.

사회공헌의 방법론은 다양합니다. 옷 만드는 회사라면 재고를 활용할 수도 있고 사회공헌용으로 따로 옷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식품회사도 자사 제품을 제공할 수 있겠죠. 에버랜드 같은 회사는 시각장애인 인도견 사업을 특화해 몇십 년째 하고 있어요. 캐논 안산공장은 청각 장애인들이 일하는 별도의 라인이 있습니다. 장애인 고용 창출을 통한 사회공헌이죠. 우리 회사가 장애인 주거 개선을 위한 봉사를 할 때면 조명기구 만드는 회사, 문고리 만드는 회사, 구들장 만드는 회사가 동참합니다. 건축자재를 제공하는 겁니다. 전자제품 메이커라면 20~30달러짜리 휴대전화를 만들어 아프리카에 보내거나 100달러짜리 노트북을 저소득층에 보급할 수도 있겠죠.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 경영에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사회공헌 활동은 구성원 간의 소통과 단합을 증진시키고 무엇보다 회사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갖게 해 줍니다. 그 결과 실적이 좋아지죠. 걸핏하면 “이 회사 언제 때려치우나” 하는 사람과 몸담은 조직에 긍지를 느끼는 사람은 생산성과 성과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제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의무입니다. ‘공헌’은 한미파슨스의 다섯 가지 핵심 가치 중 하나죠. 전 직원이 소지하고 월요일마다 복창하는 우리 회사 경영비전 카드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우리는 훌륭한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며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데는 CEO 등 리더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CEO가 앞장서고 부사장이나 경영지원본부장 같은 경영진이 주도해 조직문화로 가꿔갈 수 있습니다. 개혁에 주도 세력이 있듯이 이런 문화를 뿌리내릴 주도 세력은 필요하죠. 우리 회사는 제가 창업 전부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겠다고 마음먹었고 차기 CEO인 이순광 사장도 그런 철학을 유지할 겁니다.

이 시대 기업의 사회공헌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닙니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가이드라인 ISO 26000을 발표한 것을 보더라도 사회공헌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할 수 있죠. 기업도 이제 시민정신을 발휘해야 합니다. 미국 노터데임대의 올리브 윌리엄스 교수는 “기업은 생산과 이윤 창출을 해야 할뿐더러 다른 사회 구성원과 마찬가지로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지닌 존재”라고 규정합니다. 어떤 학자는 “시민정신이야말로 21세기 기업의 경쟁전략이자 생존전략”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기업이 사회에 공헌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 기업의 힘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국가의 힘보다 기업의 힘이 더 셉니다. 힘이 세졌으면 그 힘에 걸맞은 활동을 해야지요. 기업은 국가와 사회를 기반으로 성장한 만큼 우리 사회를 공정사회로 만들어가는 데 공헌해야 합니다.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처럼 세상을 바꾸고 아름답게 만드는 데 우리 기업들도 앞장서야 합니다. 두 사람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재산 50% 기부운동을 벌이고 있듯이 우리나라 5대 그룹 오너 중 어느 한 분이 재산 50% 기부운동을 벌인다면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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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