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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

세계 최고의 의학·생물학 연구기관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미국 하버드대학,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혹은 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를 떠올린다. 하지만, 연구를 양이 아니라 질로만 평가한다면 미국의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 (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는 단연 독보적 성과를 낸다. 단 300∼400명의 과학자만 있지만 노벨상 수상자가 15명이나 된다. 1999년부터 2009년까지 단 두 해를 제외하고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진기록을 갖고 있다. 이젠 노벨상을 받으려면 먼저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와 일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연구소 소속 과학자들은 4∼5년에 한 번씩 미국 내 100여 개의 대학·연구기관에서 추천한 소수의 후보자들 가운데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다. 심사 기준으론 유명세나 지명도와 상관없이 기발한 아이디어가 우선시된다.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연구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일단 선발되면 본인의 연봉에다, 별도의 연구 신청서나 보고서 없이 매년 100만∼200만 달러의 연구비를 받을 수 있다. 능력 있는 과학자가 모든 잡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연구에만 전념하게 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생물·의학 연구 지원기관인 미 보건부에서 아주 구체적인 연구 계획과 많은 분량의 관련 연구 결과, 그리고 각종 보고서 등을 요구하는 것에 비하면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는 과학자들에게 거의 꿈과 같은 조건들을 제시한다.

하워드 휴스는 1905년 태어나 민간 항공기 사업을 처음 시작했던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가였다. ‘에비에이터’라는 영화를 통해 나타나듯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이 만든 비행기를 직접 시험비행하는 등 모험심이 많고 도전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비록 자신이 하는 사업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지만 젊어서부터 기초의학 연구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오랜 기간의 고민과 노력 끝에 1953년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를 탄생시켰다. 이 연구소의 기본 정신은 하워드 휴스의 성격 그대로 ‘끊임없는 도전’이다.

약 6년 전, 당시 지도교수의 초청으로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 미팅에 참가할 기회가 있었다. 일반 대저택처럼 꾸며진 연구소 본부에서 나흘 동안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연구 발표를 듣고 난 다음 저명한 과학자들과 함께 식사하는 기회도 가졌다.

하루는 새롭게 추진하는 ‘재넬리아 팜 연구소(Janelia Farm)’에 관한 소개를 들을 시간이 있었다. 물리학, 컴퓨터과학, 수학 등 전혀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을 같은 연구실에서 일하게 함으로써 획기적인 연구를 시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 반응을 보이자 이 계획을 추진 중이던 톰 체크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도 이 일이 얼마나 큰 모험인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몇십 년 후에 이 연구소에서 수십 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지도 모르지만 단 한 편의 논문도 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이런 일을 시도하겠습니까?”

도전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살 만하면 살 만해질수록 그곳에 머물려고 하는 게 인간의 본능이다. 그래서 과학 연구도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내 명예를 지키기 위해, 늘 그 자리에서 맴도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국가나, 한 해 한 해의 성과를 위해서만 투자한다면 더 나은 미래는 없다. 비행기·자동차·컴퓨터 등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은 무모한 도전에서부터 시작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미친 사람 취급을 받는다 할지라도 하워드 휴스와 같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올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편도훈 경북대 미생물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바이러스학과 종양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냈다. 미국암연구 학회와 바이러스학회 등에서 활동 중이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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