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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관총

서양 중세를 대표하던 중무장 기병대는 15세기 초 머스켓 소총으로 무장한 보병대가 등장하면서 사라졌다. 1419~1434년 보헤미아(체코 서부)에서 발생한 후스전쟁이 계기다. 신교도인 후스파 농민군은 보병밖에 없었다. 구교도 영주들의 기사들과 상대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당시 부수적인 역할만 하던 총으로 눈을 돌렸다.

이후 강대국들은 총알을 대량으로, 빨리 발사할 수 있는 총기를 원했다. 16~17세기 여러 총신으로 이뤄진 ‘발리(일제사격)건’이 나왔지만 위력이 미미했다. 그나마 쓸 만한 게 1718년에 나온 ‘퍼클건’이다. 영국 발명가 제임스 퍼클이 만든 연발총이다. 7분간 63발을 쏠 수 있었다.
당시 정예 소총수가 분당 3발을 쏜 데 비교하면 혁신적이었지만 너무 무거웠다.

기관총이 본격 개발된 건 미국 남북전쟁 때다. 발명가 윌슨 아가는 총알을 자동 장전해 연속 발사할 수 있는 아가건을 내놨다. 1861년 이를 본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즉석에서 10정을 구매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군대의 고집에 밀려 널리 쓰진 못했다.

이듬해 총기개발자 리처드 개틀링은 여러 개의 총신을 묶고 손으로 회전판을 돌려 총알을 차례로 발사하는 수동식 기관총을 개발했다. 현재 대공 무기나 항공기 장착용으로 쓰이는 벌컨포의 원형이다. 19세기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의 저항을 꺾는 데 많이 사용했다. 19세기 말 프랑스 나폴레옹 3세도 제법 보유했지만 전술적 가치를 과소평가했다. 1870~1871년 벌어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채 패전했다.

연속 발사-탄피 방출-장전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최초의 근대식 기관총은 1884년에 나온 맥심 기관총이다. 영국인 발명가 하이럼 맥심이 개발했다. 분당 600발까지 쏠 수 있다. 혁신적인 성능에 놀라 거의 모든 유럽 국가가 채택했다. 1차 세계대전의 서부전선 참호에서, 러시아혁명 내전에서 두루 사용됐다. 우리의 항일 독립군도 이것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 뒤 2차 세계대전 중 가벼운 경기관총이 나와 기존의 기관총은 중기관총으로 재분류됐다. 중기관총은 군함·헬기·군용차량에 적재해 사용한다. 총구 구경이 20㎜를 넘으면 기관포로 분류한다. 중기관총 가운데 맥심의 후계자는 M2다. 무기설계자 존 브라우닝이 개발해 1921년 미군이 채택했다. 90년 넘게 사용한다는 건 그만큼 효율과 신뢰도가 높다는 뜻이다. 유효 사거리가 2000m, 분당 600발 이상 쏠 수 있다. 중기관총의 최고봉이다. 국산 K6 중기관총은 M2의 한국 버전이다.

정부는 26일 K6 중기관총 18정을 마련해 영주함을 비롯한 9척의 초계함에 탑재했다. 지난해 3월 26일 천안함 폭침으로 순직한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68) 여사가 기탁한 성금 1억여원으로 구입했다. 46인의 천암함 전몰장병을 기리자는 의미에서 3·26 기관총으로 부르기로 했다. 천안함 46용사가 바다를 지키는 중기관총이 돼 우리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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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