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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자서전 윤리학





플라톤이 쓴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소크라테스의 법정 변론이다. 그는 “내 목숨이 붙어 있는 한 결코 지(知)를 사랑하고 추구하는 일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쓴 작품을 고대 그리스·로마시대엔 ‘아폴로기아(apologia)’라고 했다. 영어 ‘apology(사과)’의 어원이다. 변명보다는 변론, 변호가 더 맞는 번역이다. 자아비판적 성격이 더해지면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이나 루소의 『참회록』 같은 기록이 된다. 오늘날 자서전(自敍傳)의 연원인 셈이다.

 자서전의 아류(亞流)는 회고록(memoir)이다. 자서전과 회고록은 자신의 시각에서 특정 사건·인물을 서술한 1인칭 스토리텔링이다. 으뜸 기능은 자기정화다. 글 쓰는 과정에서 마음의 응어리를 푸는 것이다. 자기방어 기능도 있다. 안데르센이 세 번이나 자서전을 냈던 이유도 평론가들의 혹평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자기정화·자기방어가 도를 넘어설 때다. ‘아님 말고’식 폭로성 자서전에 윤리의 문제가 빈번히 거론되는 건 그래서다.

 미화 대신 치부(恥部)를 드러내는 쪽을 택하는 이들도 드물게 있다. ‘메그레 경감’의 창시자로 유명한 소설가 조르주 심농도 그랬다. 78세 되던 1981년 출간된 『내밀한 회고록』이다.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여성과의 불륜, 아버지인 자신을 사랑해 스물다섯 살에 자살한 비운의 딸, 남편의 외도를 모르는 체하며 가짜 오르가슴을 연기했던 아내 등 통속소설 같은 사연을 털어놓는다. 적나라함이라면 대배우 앤서니 퀸의 『원 맨 탱고』(1995년)도 못지않다. 모녀(母女)와 동시에 연애를 한 것만 두 번(그중 한 번은 전설의 스타 잉그리드 버그먼 모녀였다), 그중 두 번째 연애를 할 당시 그는 기혼자였다. 심농이나 퀸은 카사노바적 행각을 떠벌리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심농의 글은 성공한 작가지만 실패한 아버지·남편이었던 그의 반성문이다. 퀸에게 자서전은 “스스로에 대한 평가작업”이었다.

 학력 위조 파문을 일으켰던 한 여성이 최근 낸 자서전으로 한국사회가 떠들썩하다. 자의적으로 재구성된 기억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남(브로커)의 도움을 받은 건 잘못이지만 학력 위조를 직접 하진 않았다”는 주장은 참회에서 나왔다고 보긴 힘들다. 성찰이 빠진 비윤리적 자서전이 초판 매진되는 열기도 수상쩍다. 진리를 변론하다 죽은 고대 철학자와 이 여성이 닮은 건 ‘확신범’이라는 점 외엔 없는 것일까.

기선민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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