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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범의 세상사 편력] 경쟁이 커지면 전리품도 커진다




이훈범
중앙일보 j에디터


올해처럼 국제뉴스가 우리들의 이목을 붙든 해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굵직한 사건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튀니지에서 점화된 재스민 혁명이 이집트와 예멘을 불태우고, 급기야 리비아에서 전쟁이 벌어지기에 이르렀습니다.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는 방사능 공포로 이어지며 여전히 우리 가슴을 벌렁거리게 합니다. 중동의 불안과 일본의 불행은 우리에게 유가와 곡물가를 걱정하게 만들고 있고요.

 이런 국제적 관심이 올 초로 끝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리비아전이 장기화하거나, 일본의 원전사고가 심각한 양상으로 흐른다면 올해 우리는 어떤 경제적·환경적 쓰나미를 맞게 될지 모릅니다. 내년은 더할 수도 있습니다. 예정된 것만 해도 미국과 프랑스에서 대선을 치르고, 러시아와 중국에서도 최고 지도자가 바뀔 예정입니다. 전쟁이나 지진만 한 시각적 충격은 없어도, 우리 삶에 보다 크고 간절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들입니다.

 이런 국제적 관심은 올해나 내년뿐 아니라 갈수록 더 커져갈 게 분명합니다. 너무 일찍 나오는 바람에 선도가 떨어진 용어가 됐지만 문자 그대로 ‘지구촌’에 우리가 살고 있는 까닭입니다. 옆마을 사람들의 삶의 변화에서 우리의 삶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깁니다. 한때 그것을 막겠다고 헛되이 나선 사람들이 있었지요. 애꿎게 세계화의 첨병이 된 맥도날드만 세계 곳곳에서 유리창이 박살났습니다. 오히려 맥도날드도 세계화의 피해자인데 말이지요. 세계화의 본격 진행으로 인도 음식, 터키 음식, 태국 음식들을 쉽게 맛볼 수 있게 되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은 게 맥도날드 아닙니까.

 우리는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그러한 세계사의 큰 물줄기를 막겠다고 사마귀 주먹을 들어올리다 낭패를 겪은 적이 있습니다. 실학파의 글로벌 스탠더드 수용 요구를 거부하고 문을 꼭꼭 닫아걸다 끝내 나라를 통째로 빼앗기고 피눈물을 흘려야 했지요. 1910년 경술국치 후 중국으로 망명한 민족사학자 백암(白巖) 박은식 선생은 『몽배금태조(夢拜金太祖)』라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을 씁니다. 꿈속에서 금나라 태조 아골타를 만나 조선이 망한 이유와 재건 방법에 대해 논한다는 내용입니다.

 왜 하필 금 태조일까요. 백암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대금국 태조황제는 우리나라 평주 사람 김준(金俊)의 9세손이요, 그 발상지는 함경북도 회령군이고, 그 민족의 역사로 말하면 여진족은 발해족의 다른 이름이라….” 금 태조가 김준씨 후손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여진족과 우리가 고구려와 발해라는 이름 아래 한 백성이었고 우리 민족의 영지인 백두산의 정기를 나눠 얻었으니 우리와 한 식구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어쨌든 금 태조는 “조선이 스스로 낮추고 협소해져 노예가 된 것”이라고 일갈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예를 들어 조선 청년들에게 큰 뜻을 품으라고 조언하지요. “만일 짐이 요나라의 강대함을 두려워하고 송나라의 문명을 숭배했다면 동쪽 황막한 조그마한 부락의 생활마저도 보전키 어려웠을 것이니 어찌 세계 역사에 대금국의 영예가 있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조선 청년의 꿈과 사기를 키우기 위해 해상학교와 대륙학교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해상학교 교사로 콜럼버스를 초빙해 항해술을 가르치면 그 안목이 넓게 열리고 좁고 편협한 마음을 씻어버릴 수 있을 것이고, 대륙학교 교사로는 몽골의 대신 야율초재를 초빙해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말을 타고 달리던 정신으로 가르치면 그 신체가 단련돼 연약한 성질을 개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그때부터 우리 젊은이들이 대륙으로, 해양으로 웅비해야 한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것만이 우리의 살 길이라고 깨달은 거지요. 그로부터 꼭 100년이 지난 지금은 구국의 절박함은 아니더라도, 개개인들로서는 ‘세계 속의 나’라는 존재가 보다 더 절절하게 와닿을 겁니다. 지구 반대편과도 실시간으로 호흡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세계와의 경쟁에 뛰어든 것을 의미하니까요.

 그 경쟁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경쟁 상대가 많아졌지만 그만큼 전리품도 커진 겁니다. 경쟁이 두려워 맥도날드에 던질 돌멩이나 주워든다면 이미 승부에서 진 겁니다. 금 태조의 말로 결론을 가름하려고 합니다.

 “만약 그 과감성과 자신감이 결핍돼 일의 시비에 두려워하고 화복(禍福)을 따짐으로써 감히 한마디도 해보지 못하고 하나의 일도 이룩하지 못하는 자는 결코 이 시대에서 살아갈 능력이 없는 자다.” 그 시대가 지금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훈범 중앙일보 j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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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