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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명품 로고, 중세시대 권력 나타내던 문장과 닮았군요





패션과 권력
박종성 지음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448쪽, 2만8000원


패션이란 무엇인가. ‘옷·스타일·유행’이란 흔한 대답은 잠시 제쳐두자. 이 책에서 패션은 정치적인 힘, 권력이다. 옷은 계급이자 신분이요, 자의식을 드러내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정치인 패션’ 같은 흥밋거리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중세부터 현대까지, 권력의 속성을 지녔던 대표 패션들을 훑어 내린다. 정치학자인 저자는 패션을 키워드로 세계사를 재해석한다. 그야말로 ‘패션의 정치학’이다.

 저자는 중세의 문장(紋章)을 ‘패션 권력’의 효시로 꼽는다. 기사들의 방패와 깃발에 새겨졌던 그림은 가문에 대한 충성과 복종을 확인시키는 징표였다. 비록 옷은 아니었지만 ‘거역할 수 없는 강제성’을 지녔다. “현대의 기업 엠블럼, 대학 배지, 명품 로고 등이 중세의 문장과 비슷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옷으로서 권력을 지닌 예는 르네상스기에 나왔다. 이른바 ‘러프 패션’이다. 당시 사회 지도층은 목과 소매에 주름이 과도하게 장식된 옷을 경쟁적으로 입었다. 왕족은 물론 신흥자본가·종교지도자까지 다양해진 사회 지도층은 ‘믿고 따를 만한 사람’으로 보여야 했다. 그래서 모두가 깁스한 것처럼 목에 잔뜩 힘이 들어간 주름 옷으로 대중을 압도하고 권력에 대한 욕망을 드러냈다.

 이후 패션은 기성복이라는 ‘민주화 혁명’을 겪는다. 누구나 같은 옷을 입는 시대가 됐다. 대중들은 상류층과 패션 권력을 나눠 갖는 평등권을 얻는다. 주목할 점은 정치처럼 패션에도 ‘평준화의 위협’이 생겨났다는 것. 저자는 “과거 지배계급이 입고 으스대던 패션의 허세가 함께 따라왔으며, 유행이란 게 생겨나면서 모두가 그것에 매달리게 됐다”고 꼬집는다.

 민주화 이후의 패션 권력은 젊은이들에게로 주도권이 넘어간다. 60~70년대 금지·복종·규범에 반기를 드는 미니스커트가 20대 사이에서 유행했다면, 최근 88만원 세대들에겐 미래에 대한 불안과 정치적 회의를 표현하는 자위 수단으로 ‘빈티지 패션(낡고 오래돼보이는 옷)’이 등장했다.

 이 책을 덮을 때쯤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질문 하나. 왜 정치학자인 저자는 굳이 옷에서 권력의 이미지를 찾아내려고 했을까. 저자는 이렇게 답했다. “정치와 권력의 실체는 상상하기도 그려내기도 막막하지 않은가. 이렇게 만지고 볼 수 있는 옷에 빗대면 답을 구하기가 낫지 않겠는가”라고.

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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