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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찾아서] 자화상 … 화가 31인이 붓으로 쓴 ‘나의 인생 드라마’









나는 누구인가

전준엽 지음

지식의 숲

320쪽, 1만6000원




#1. 렘브란트 판 레인(1606∼69)은 젊어서부터 잘 나가는 초상화가였다. 당시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다. 무역과 상업으로 돈을 번 시민들은 그림 수집 바람을 일으켰다. 이들은 값진 보석과 옷으로 치장한 자신을 한껏 뽐내는 초상화를 원했다. 렘브란트도 젊은 시절 이런 초상화로 큰돈을 벌었다. 서른 넷에 그린 자화상도 그랬다. 이탈리아 귀족을 흉내낸 호사스러운 복장에 살짝 비낀 옆모습으로 폼을 잡았다. 파산한 뒤인 51세 무렵의 자화상은 다르다. 주름진 얼굴의 장년 남자가 망연한 눈길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자신의 영락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세관원 출신 주말화가 앙리 루소는 1m가 넘는 화폭에 제복 차림으로 팔레트를 들고 서 있는 자신을 그려 넣고 ‘나 자신, 초상: 풍경’(143×110.5㎝)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꿈을 향해 떠오르는자신을 소박한 솜씨로 있는 힘껏 그렸다. [지식의숲 제공]



 #2. 앙리 루소(1844∼1910)는 세관원 출신 화가다. 49세에 화가로 데뷔해 미술사에 이름을 남겼으니 인생 이모작에 성공한 셈이다. 아마추어 시절의 자화상은 이렇다. 베레모와 턱수염, 가지런히 물감을 짜 넣은 팔레트와 붓을 들고 차렷 자세를 취했다. 배경은 센 강변의 무역선 앞, 세관원인 그가 22년째 일하는 곳이다. 저자는 이 그림을 두고 “화가의 소품을 들고 기념 촬영한 샐러리맨 같은 느낌”이라고 촌평하면서도 “생계를 위해 세관원 신분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자신의 진짜 모습은 화가라는 생각을 강변하고 싶은 것이다”라고 그의 마음을 읽는다.



  화가들은 왜 자화상을 그릴까. 화가이자 큐레이터 전준엽씨가 화가들의 자화상을 읽었다. ‘자화상을 그릴 때 이 화가의 심정은 어땠을까’라고 자문하며 사료를 참고해 화가의 독백으로 글을 시작했다. 그리고 ‘왜 이렇게 그렸을까’라는 질문으로 그림을 풀어 나갔다. 이렇게 해서 서른 한 명의 자화상에서 서른 한 가지 인생을 들여다봤다. 정신 발작으로 인한 자해의 증거까지 고스란히 그림에 남긴 반 고흐의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사고와 이혼 등 인생의 갈피마다 일기처럼 자신의 마음을 정리한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살가죽이 벗겨지는 형벌로 순교한 성인 바르톨로메의 살가죽에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을 숨겨둔 미켈란젤로의 자화상 등.



 이 모든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책장을 덮으면 ‘나는 누구인가’라던 그들의 질문이 ‘당신은 누구인가’로 돌아온다. 저자의 말대로 “결국 자화상은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고 자기와 끊임없이 맞서는 인생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자화상은 화가의 내면을 바라보는 창인 동시에 나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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