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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뒤에 갤러리 … 이번엔 ‘창 아트’ 362억 불법대출 조사




왼쪽은 부산저축은행 계열 은행들로부터 수백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된 창 아트·워터게이트 갤러리가 있던 서울 논현동 빌딩. 이들 갤러리는 미술품을 중복해 담보로 제공하고 담보액의 세 배 가까운 대출을 받았다. [변선구 기자]


미술품을 사고파는 ‘갤러리(화랑)’들이 잇따라 수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검찰 수사과정에서 비자금 조성·은닉 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이번에는 영업정지 결정이 내려진 저축은행 네 곳이 특정 갤러리에 수백억원대를 불법 대출해 준 사실이 경찰에 적발됐다.




오리온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수 사를 받고 있는 서울 청담동 서미갤러리. [변선구 기자]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25일 상호저축은행법 위반 등으로 부산2저축은행장 김모(65)씨 등 은행장 4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김씨의 아들(31)인 ‘창 아트’ 갤러리 대표도 함께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2저축은행장인 김씨는 부산저축은행 대주주다.

그는 아들이 운영하는 창 아트 갤러리에 그림 구입비 및 운영자금 명목으로 2008년 2월부터 2010년 4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92억6000만원을 불법 대출해 준 혐의다. 김씨의 동서인 부산저축은행장 김모(58)씨도 아홉 차례에 걸쳐 133억3000만원을 불법 대출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부산저축은행 계열 4개 은행의 총 대출금은 362억3100만원이지만 이 중 160억7000만원은 회수가 어려운 상태라고 경찰은 밝혔다.

 현행법상 상호저축은행은 대주주 또는 대주주의 존·비속에게 자금을 빌려줄 수 없도록 돼 있다. 김씨 등은 2008년 2월 중앙부산저축은행의 홍보실장인 박모(58)씨 명의로 ‘워터게이트’ 갤러리를 세운 뒤 이 갤러리에 대출해주는 것처럼 위장했다. 하지만 워터게이트 갤러리는 강남구 논현동의 창 아트 갤러리 사무실을 함께 이용하는 유령회사였고 대출금은 창 아트 갤러리 대표 김씨가 사용했다. 당시 워터게이트 측은 사업계획서나 작품 감정평가서 등에 대한 심사 없이 그림 사진과 작가 이력만을 제출하고 돈을 빌렸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 작가 장샤오강(張曉剛)의 ‘혈연’ 시리즈와 쩡판즈(曾梵志)의 작품 등 23점의 미술품(84억원 상당)을 중복해 담보로 제공하고 담보액의 3배에 가까운 220억원을 대출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중 장샤오강의 작품 중 1점은 가짜를 진품으로 속인 뒤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렸으며, 빌린 돈으로 14억원을 주고 진품을 구입해 이를 담보로 다시 20억원을 빌리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김씨 등 은행장들은 “앞으로 미술품 가격이 오를 것으로 판단해 대출한 것일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사건을 넘겨받아 보강 수사를 거쳐 구속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조만간 서미갤러리 홍송원(58·여) 대표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서미갤러리가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그림 로비’는 물론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홍 대표는 2006년 7월 오리온그룹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물류창고 부지를 부동산 시행업체인 E사에 매각하고 이후 그룹 계열사인 메가마크가 고급 빌라 ‘마크힐스’를 짓는 과정에서 조성한 비자금 40억여원을 세탁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같은 시기 홍 대표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일대의 토지를 중견 가수 C씨와 40억원에 공동으로 매입한 뒤 2007년 5월 오리온그룹 사주 일가의 최측근에게 45억원에 되팔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

 이처럼 미술품이 대출용 담보와 함께 비자금 조성, 로비 등에 활용되는 이유는 정가(定價)가 없기 때문이다. 증여 시 부동산보다 세금 문제 처리가 쉽다는 점에서 불법 증여·상속에 자주 쓰인다. 고가의 그림이나 조각 작품은 그래서 ‘또 하나의 화폐’로도 불린다. 미술품의 음성적 거래를 막기 위해 가격이 6000만원 이상인 미술품을 거래하면 양도세를 부과하는 법은 2013년부터 시행된다.

글=조강수·심서현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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