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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몽해항로 ― 악공(樂工)

몽해항로   - 장석주 (1955 ~ )
― 악공(樂工)


누가 지금

내 인생의 전부를 탄주하는가.

황혼은 빈 밭에 새의 깃털처럼 떨어져 있고

해는 어둠 속으로 하강하네.

봄빛을 따라간 소년들은

어느덧 장년이 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네.


하지 지난 뒤에

황국(黃菊)과 뱀들의 전성시대가 짧게 지나가고

유순한 그림자들이 여기저기 꽃봉오리를 여네.

곧 추분의 밤들이 얼음과 서리를 몰아오겠지.


일국(一局)은 끝났네. 승패는 덧없네.

중국술이 없었다면 일국을 축하할 수도 없었겠지.

어젯밤 두부 두 모가 없었다면 기쁨도 줄었겠지.

그대는 바다에서 기다린다고 했네.

그대의 어깨에 이끼가 돋든 말든 상관하지 않으려네.

갈비뼈 아래에 숨은 소년아,

내가 깊이 취했으므로

너는 새의 소멸을 더듬던 손으로 악기를 연주하라.

네가 산양의 젖을 빨고 악기의 목을 비틀 때

중국술은 빠르게 주는 대신에

밤의 변경(邊境)은 부푸네.


악공은 노래한다. 바둑의 일국이 끝나듯 이 한 생도 덧없이 끝나리라는 걸. 악공은 유장하게 소멸의 노래 ‘몽해항로’를 탄주한다. 삶이라는 바다로 나온 빨간 갓난이, 꿈이라는 항로를 따라 소년을 넘고 청춘을 넘어 곧 서리와 얼음이 올 장년에 도착했노라고. 갈비뼈 아래 숨은 소년 꺼내어 중국술 나누는 추분(秋分)의 밤, 무엇보다 두부 두 모가 있어 술 빠르게 주니 이것이 이 밤의 기쁨. 몽해항로에 설계된 중국술과 두부 두 모의 기쁨 맛보려면 추분 지점까지는 풍랑을 헤치며 나아와야 하리. <이진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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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