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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고수부지 살다시피 하며 비행기술 개발했죠"

중학 때부터 용돈 받으면 상점 직행 / 모형 비행기 구입해 실제 비행 실험

2008년 자동비행 국산화 성공 결실 / 방산 본고장 미국서 기술 인정 기뻐


미 방산업체 마빈사와 무인항공기 계약 체결한 NSH 노우현 대표









최근 미 방산업체 마빈사와 계약을 체결한 노우현 NSH대표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자사의 무인 항공기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NSH는 한국의 소형 무인항공기 제작 업체로 국산화 성공후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신현식 기자







모형 비행기를 미치도록 좋아했던 중학생이 있었다. 용돈을 받는 대로 모형 비행기나 모형 헬기를 사서 한강 고수부지로 달려나갔다. 신형이나 구형에 관계없이 그의 손에서 한 두 번 뚝딱거리면 실제 비행기처럼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한번은 신형 모델이 나왔는데 돈은 없는데 너무 사고 싶었다. 소년은 장롱 밑에 있던 아버지 돈을 가져다 샀다. 나중에 발각돼 정신없이 맞기도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지역에서 크고 작은 모형비행기 대회에 빠짐없이 출전했던 그는 한국에서 열린 세계모형비행대회 예선에서 우승했다. 미국에서 열리는 본선행 티겟을 거머쥐었지만 여비를 마련할 수 없었던 소년은 '다음에 꼭'이라며 소원을 빌었다.



그 소년이 30년이 훌쩍 지난 2011년 3월 모형 비행기를 들고 미국 땅을 디뎠다. 지난 22일 미국 최대 방산업체 마빈사와 무인항공기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였다. 무인항공산업의 토양이 척박한 한국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노우현 NSH 대표(49)가 그 소년이다.



"감회가 새롭네요. 어렸을 적 모형 비행기를 만들며 꾸던 꿈이 드디어 이뤄졌네요. 한국에서는 국산이라고 오히려 천대를 받던 독자개발한 무인항공기가 방산시장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인정을 받게 됐으니까요."



대학에 와서도 모형 비행기에 대한 노씨의 관심이 계속됐다. 동아리를 결성해 회원들과 다양한 비행기를 띄우며 비행역학에 대한 공부를 하며 실력을 키워갔다. 군대를 제대하고 앞길이 막막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취미를 직업으로 삼게 된 계기가 생겼다.



대형 광고사의 제작현장에 우연히 참석하면서다. 당시 '플라잉 캠(Flying Cam)'이라는 미국의 무인항공 촬영팀이 항공 촬영을 담당했는데 촬영 감독과 제작진으로부터 특별대우를 받았다. 3박4일 일정에 그 당시로는 엄청난 금액인 1억원을 챙겨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촬영팀은 헬기를 무슨 최고 비밀문서처럼 철저하게 보안에 부쳐 외부인에게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플라잉 캠은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유명 CF 제작사를 포함해 전세계에 1년치 촬영 계약이 다 잡혀 있었다.



하지만 노 대표는 모형 비행 프로답게 몇 번의 관찰로 충분히 자신이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또 국산화해서 엄청난 위세를 떨치던 미국업체의 콧대를 꺾어주고 싶다는 생각도 한 몫을 했다.



마포에 있는 골방에 앉아 개발하던 그는 모형 항공기에 카메라를 부착해 수개월간 한강 고수부지에 살다시피 하며 비행기술을 개발했다. 처음에는 기술력이 부족해 스틸컷(고정 샷)만을 찍었지만 3~4년 만에 동영상을 찍을 수 있게 됐다.



처음에 시연을 한다고 하자 웃음거리 취급을 받았지만 차츰 흔들림없는 영상이 나오자 주위의 인정을 받게 됐다. 항공 촬영 영상을 본 CF제작사 영화제작사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졌다.



〈주몽>〈로비스트>〈불멸의 이순신> 등에서 군사들이 말을 달리는 장면 연인이 해변에서 손을 잡고 달리는 장면을 하늘 위에서 훑어가면서 찍은 영상은 모두 그의 솜씨다. 드라마부터 자동차 등의 CF 광고 영화 제작에도 참여할 기회가 활짝 열렸다.



하지만 독보적인 기술력에도 제작현장에서는 무인항공기 팀은 얼마지나지 않아 미운오리 새끼 취급을 받았다. 제작사는 촬영 단가도 비싼데다 감독 말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게 불만이었고 노씨는 미국 업체의 10분의 1 수준인 제작 단가와 무엇보다 기술자를 천대하는 인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수 촬영분야여서 카메라만 2000만원하는 고가인데도 보험을 안들어 주죠. 외국업체에는 콘티에 맞게 찍어달라고 하면서도 우리한테는 수시로 비행기를 띄우라며 촬영을 요구했죠. 잘 못해 비행기가 추락하면 지상에 있는 사람이 죽을 수 있는 일인데 말이죠."



그러던 중 한국 국방부에서 무인항공 정찰 분야에 대한 국산화 계획을 밝히자 주저없이 방위산업인 정찰기 개발로 방향을 선회했다. 2004년 노 대표는 서너 명의 직원들과 함께 NSH를 창업했다. 비행기술 2세대인 장병훈 실장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 김한욱 실장이 연구진으로 합류하면서 탄탄한 기술력을 축적하게 됐다.



NSH가 2008년 처음으로 무인항공 자동 비행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천안시 외곽에서 NSH가 만든 쿼터콥터(날개가 4개인 헬기)가 힘차게 하늘로 올랐다. 2km 고도를 올라가면서 실시간을 화면을 전송해 줬다. 지상의 컴퓨터에서 좌표와 영상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성공이었다. 연구진이 밤을 꼬박 새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선지 수년 만의 개가였다.



현재 NSH의 비행기 수준은 50미터 상공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식별할 수 있으며 수십 km를 이동하며 안정된 영상을 송신할 수 있다.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활용됐고 지식경제부로부터 신성장동력 대상을 받았다. 그럼에도 실제 구매계약까지는 길이 멀었다. 국산업체에 대한 여전히 까다로운 진입 장벽이 문제였다. 하지만 이런 장벽이 오히려 외국으로 나오는 계기가 됐다.



노 대표는 미국 방산업체 마빈사와의 계약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전세계 방산시장은 미국을 포함한 선진 5개국이 거의 다 잡고 있어요. 로켓과 비행기 전차 등 메이저 군사 무기시장 속에 소형 무인 항공기라는 틈새 시장을 노려 뚫었다는 데 의의가 있죠. 앞으로 우리가 가진 3차원 항법 시스템을 이용한 무인항공기는 시위대 증거 수집 할리우드 일대 마약상 단속 국경 밀입국자 감시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것입니다."



최상태 기자 stc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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