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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손학규와 유시민







신용호
정치부문 차장




“유 의원, 식사 한번 합시다.” 2003년 5월 초였다. 손학규 경기지사의 목소리가 수화기 넘어 유시민 의원에게 닿았다. 유 의원도 반가웠다. 두 사람은 서울 내자동 한식집에 마주 앉았다. 손 지사의 단골집이다. 둘은 생각이 맞았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 만난 것도 아니었다. 시절에 대해, 사회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때 손 지사는 한나라당, 유 의원은 개혁당 소속이었다.



 “이상한 옷을 입고 등원했기에, 저건 뭔가 했지. 근데 그게 운동권 출신의 치기만은 아닌 듯하더라고.”(손학규) 2003년 4·24 재·보선으로 등원한 유 의원은 본회의장 첫인사 자리에 흰색 면바지와 캐주얼 재킷을 입고 나타났다. 그러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나가라”고 소리쳤고 일부는 자리를 뜨는 소동이 일었다. 그걸 본 손 지사가 유 의원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유 의원도 손 지사를 “점잖고 젠틀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정치인으로 두 사람은 그렇게 처음 대면했다.



 시간이 흘렀다. 2007년 9월, 둘은 대통합민주신당에서 한 식구가 됐다. 공교롭게도 거기서 대선 후보로 경쟁한다. 결과는 둘 다 탈락. 하지만 손 전 지사는 곧 당 대표가 됐고 유 의원은 다음해 1월 ‘진보적 가치 실현’을 명분으로 탈당한다. 당시 유 의원은 당내 인사들과 탈당 문제를 상의했다. 그때 “안 나가면 안 되겠나. 나가지 마라”고 끝까지 잡은 이가 손학규였다. 그가 유일했다. 얼마 뒤 총선에서 두 사람은 함께 낙선한다. 두 사람이 오랜만에 다시 식사를 한다. 2009년 2월 춘천에서였다. 낭인 유시민이 낭인 손학규가 칩거하던 춘천 동내면으로 가 막국수를 나눴다. 서로를 위무했지만 주된 화제는 사는 얘기와 책이었다. 그때까지 둘은 그런 사이였다.



 지난 22일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방문했다. 유 대표가 인사차 들렀다. 두 사람은 웃으며 포옹했다. 하지만 달라졌다. 나누던 사이에서 내 것을 챙겨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세인들은 그 만남을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든지 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 표현했다. 한자리에 있지만 꿈이 다르다 했고, 절친한 척하지만 속에는 칼을 품었다고도 한 것이다. 야권의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다투어야 하는 주자들이 된 때문이다.



 4·27 재·보선은 그들의 대선 혈투 전초전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까지 나서 ‘삼국지’ 양상을 띠는 선거이지만 포인트는 역시 둘의 대결이다. 재·보선 결과에 따라 희비가 크게 갈릴 게다. 손 대표는 공을 들이고 있는 강원지사 선거와 김해 국회의원 선거를 다 뺏길 경우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 유 대표 역시 올인 하고 있는 김해에서 지면 대권 구상이 초장부터 어긋날 수 있다. 김해의 경우 유 대표가 야권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그의 급부상을 우려하는 야권 내 견제세력이 ‘태업’할 거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민감하다.



 현재 두 사람의 처지를 보면 옛 기억이 그리 중요해 보이진 않는다. 동지가 적이 되는 정치판이라도 나누던 시절이 각별했던 둘의 경쟁은 남들과 좀 다르진 않을까 기대해본다.



신용호 정치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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