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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욱의 과학 산책] 20억 년 전 지구의 원자로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1972년 5월 프랑스의 피에렐라트 우라늄 농축공장에서 함량 분석 작업을 하던 기사 한 명이 이상을 발견했다. 아프리카 가봉의 오클로 광산에서 들여온 원료 중 일부가 문제였다. 우라늄(U)235의 함량이 정상보다 0.003%포인트 부족했던 것이다.



 이는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었다. 천연 우라늄 속에는 U235 0.720%(그리고 U238 99.274%, U234 0.005%)가 들어있어야 한다. 이 비율은 지구, 달, 운석을 가리지 않고 동일하다. 프랑스 원자력위원회의 조사 결과, 문제의 원료를 통해 추정된 U235 부족분은 총 200㎏, 당시 핵폭탄 6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었다.



 연구 결과 뜻밖의 진상이 드러났다. 약 20억 년 전 오클로 광산의 일부 광맥에서 오늘날 원자로에서 일어나는 것과 동일한 핵분열 연쇄반응이 저절로 일어났었던 것이다.



 U235의 반감기는 7억 년이다. 이를 감안하면 20억 년 전의 함량은 약 3%, 요즘 원자로에 사용되는 저농축 우라늄과 같은 수준이다. 이런 광맥에 다량의 지하수가 흘러 들어와 핵 분열 연쇄반응을 촉진하는 감속재 역할을 했다(핵분열 시 방출되는 중성자는 초속 2만㎞의 고속이어서 연쇄반응 효율이 극히 낮다. 이 속도를 1만분의 1로 줄여서 효율을 극대화해 주는 것이 감속재다. 보통의 물을 감속재 겸 냉각재로 사용하는 것이 경수로다). 핵반응 열(熱)이 지하수를 증발시키면 감속재 부족으로 연쇄반응이 중단됐다가 지하수가 차오르면 다시 시작됐다.



 이 같은 자연의 원자로는 증발 안전장치 덕분에 단 한 번도 녹아 내리거나 폭발하는 일 없이 수십만 년간 안정적으로 가동됐다. 평균 30분 가동, 2시간30분 중단을 되풀이하면서 100㎾ 미만의 출력을 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껏 이런 흔적은 오클로 광산을 중심으로 16곳에서 발견됐다.



 20억 년 전 자연이 했던 일을 인류가 원자력 발전이라는 형태로 재현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성은 인류 쪽이 크게 떨어진다. 소련의 체르노빌, 미국의 스리마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그런 예다. 후쿠시마 사고의 핵심은 지진해일로 비상 발전기가 침수돼 전력 공급이 끊긴 것이다.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의 해안에 원전을 건설하면서 지진해일 대책을 허술히 했던 탓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poemloveyo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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