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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이후 일본 어디로 … 하버드대 에즈라 보겔 교수 인터뷰





“지진으로 총리의 한계 드러나 … 대통령 같은 강력한 리더 필요”





3·11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판 9·11 테러에 견줄 만하다. 2001년 9·11 동시다발 테러는 미국의 대내외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세계가 변했다. 3·11 대지진은 전후 일본 사회와 정치의 틀을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동아시아의 정치·경제 지도를 바꿀지도 모른다. 일본은 어떻게 전후 최대의 복합 재앙을 딛고 일어설 것인가. 복구 후 일본은 어디로 갈 것인가. 『일등국가 일본(Japan as Number One)』의 저자로 미국의 대표적 동아시아 전문가인 에즈라 보겔(Ezra Vogel·80) 하버드대 명예교수를 만나 이런 물음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보겔 교수가 지난 16일 이어령 본사 고문을 예방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표시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전후 최대의 위기라고 했을 만큼 지진 피해가 크다. 일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지금 지진의 총체적 영향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후쿠시마) 원전 피해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간사이 지방 대지진(고베 대지진) 당시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의 도움을 빨리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본 정부의 대응 속도도 그리 빠르지 못했다. 여기에서 일본 정부는 교훈을 얻었고, 이번엔 국제사회의 도움을 환영하고 있다. 일본 사회는 매우 강하다. 그들은 매우 실용적인 접근을 하며,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매우 침착하고, 조직적으로 잘 움직인다.”



-일본 총리가 지난 4년간 다섯 번 교체될 정도로 일본의 리더십은 불안하다. 간 총리의 리더십도 지금 도마에 올라 있다. 이번 지진이 보다 강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은.



 “일본의 리더십이 너무 약하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공산권 몰락 이후 일본에선 자민당이라는 하나의 거대 정당만 남았다. 자민당 내 계파들은 서로 협력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후 그들은 한 번도 하나의 세력으로 뭉친 적이 없다. 모두 흩어져 버렸다(※현재의 집권 민주당도 상당수는 자민당 출신이다). 이런 상황에서 근본적 변화란 쉽지 않다. 일본에도 대통령제(presidential system)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 (정치자금) 스캔들에 휩싸인 간 총리가 조금 더 버틸 수는 있겠지만 조만간 그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매우 슬픈 현실이다. 이것이 일본의 한계다. 일본은 강력한 리더를 필요로 한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시스템을 바꿔 성공했다. 이번 대지진을 계기로 전후 시스템을 개혁할 경우 어떤 형태가 될 것인가.



 “지금의 위기가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일본에 매우 좋은 일이다. 그러나 힘들다고 생각한다. 정치 체제의 변화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있겠지만 이를 입법화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일본을 하나로 뭉치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극단적 내셔널리즘 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다시 세계 속의 고립을 자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이 이번 위기를 통해 더욱 국제주의(international spirit)를 증대하길 바란다.”



-이번 지진이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도 궁금하다.



 “한국이 매우 기민하게 구조대를 보낸 것은 한·일 관계에 매우 좋게 작용할 것이다. 한국은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일본에 뒤처졌고, 근대화 과정에서도 한발 뒤였다. 그런데 지금 한국이 일본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는 심리적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한·일 관계에 대해 낙관한다.”



-지구온난화 문제로 ‘원자력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는데.



 “매우 민감한 문제다. 많은 이들이 원자력을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화석연료와 같은 전통적 방식의 에너지와 비교해 원자력은 여전히 가장 깨끗한 에너지다. 일본인들은 원자력발전에 대한 속도를 늦추겠지만 안전성 제고를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일본은 재앙을 희망으로 바꾸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국내총생산(GDP) 2위 자리를 중국에 내준 상황에서 이번 지진이 터졌다. 향후 일·중 관계를 어떻게 보나.



 “문제는 중국이 정말로 세계 2위 경제 대국인가 하는 점이다. 세계 경제 순위를 매기는 데는 여러 가지 다른 방법들이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중국의 자신감이 커졌다는 점이다. 중국이 다시 아시아 대륙의 강국으로 떠오르면서 중국에 대항하는(resist) 움직임과 경향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모든 과정을 잘 조절하고, 또 과도한 반중 감정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중국에 ‘당신들이 너무 강하게 밀어붙인다면 저항할 것이지만, 친구로서 협력하는 사이가 되고 싶다’라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덩샤오핑(鄧小平·등소평)은 ‘일본은 우리의 적’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중국인과는 달리 일본과도 좋은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오영환·전수진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 에즈라 보겔=1967년 이래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해온 미국의 대표적 동아시아 전문가. 79년 일본의 산업 경쟁력과 성장의 수수께끼를 푼 저서 『일등국가 일본』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00년 이래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하버드대 동아시아연구소장, 미·일 관계 프로그램 소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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