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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263) 중국어 인증시험





신HSK, 쓰기·말하기 능력 테스트 … BCT, 비즈니스 중국어 실력에 초점





“당신 선조가 세자의 교육을 맡던 당시 마침 중국 사신이 왔는데 통역이 미처 오지 못했다. 이에 그가 중국어와 우리말로 막힘 없이 통역하자 사신이 ‘해동(海東) 학사가 중국말도 잘 아는군요’라고 말했다. 이는 이제까지 미담이 되고 있는데 지금은 한학(漢學)이 조정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조선 22대 왕 정조(正祖)는 대신들의 중국어 경시 풍조를 이렇게 한탄했다(『홍제전서(弘齋全書)』 166권). 당시와 달리 현재 열기를 더해가는 국내 중국어 학습 붐에 맞춰 각종 중국어 인증시험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터줏대감 HSK의 변신 … 구어 중심으로









미·중 G2 시대를 맞아 영어는 물론 중국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뜨겁다. 서울 대치초등학교가 마련한 방과후 교실 HSK 준비반에서 초등학생들이 중국인 선생님의 지도에 맞춰 시험준비에 열심이다. [김태성 기자]






지난 18일 오후 서울 국립국악원 대회의실. 신HSK(新漢語水平考試의 약칭) 시행 1주년을 기념해 ‘신HSK 실시와 중국어 교육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한 한·중 국제포럼이 성황리에 열렸다. 서울공자아카데미가 주최하고, 한국HSK실시위원회가 주관하며 주한중국대사관과 중앙일보사가 후원한 이날 포럼에서는 현재 전 세계 70개국 292곳에서 시행되는 HSK의 변신이 주된 이슈였다.



한국외국어대 중국학부 박흥수 교수는 “기존 HSK가 영어의 TOEFL을 기반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어법을 지나치게 강조한 반면 작문과 구어 능력은 측정할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며 “이를 보완한 신HSK는 실용성과 쓰기·말하기 능력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서울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신HSK실시1주년기념한중문화논단’에 참석한 장신썬(張 森·장흠삼) 주한중국대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신경진 기자]



HSK는 중국어 인증시험 분야의 터줏대감이다. 이는 국내 중국어학시장에서 쉽게 확인된다. 검색포털인 네이버 이용자들이 ‘HSK’를 검색하는 횟수는 월평균 4만4454건. ‘중국’을 검색하는 횟수 7만9208건보다는 적지만, ‘중국어’ 검색 횟수인 2만3668건보다는 월등히 많다. 한국에서 ‘중국어 시험=HSK’로 인식되고 있다는 증거다. 그뿐 아니라 포털 사이트 다음의 ‘중국어 시험정보’ 카페(cafe.daum.net/hskkorea)는 회원 수 18만 명을 자랑하는 대형 커뮤니티다. 지난해 1년간 전 세계에서 HSK를 응시한 인원이 12만여 명인 것과 비교할 때 한국의 HSK 열기를 쉽게 알 수 있다. 이 카페에는 초보자부터 최고 등급인 신HSK 6등급을 준비하는 수험생까지 수준별로 각종 시험 노하우가 가득하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 열풍에 맞춰 각종 중국어 학습 애플리케이션 정보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또 한국HSK실시위원회의 홈페이지(www.hsk.or.kr)에도 신HSK의 출제 유형 및 각종 학습자료가 다양하게 갖춰져 있어 수험생들의 필수 순례 사이트가 된 지 오래다.



HSK는 역사 또한 길다. 중국에서는 1988년 첫 시험이 치러졌다. 한국에서는 93년 9월 첫 시험이 실시됐다. 421명이 응시한 가운데 73.6%인 310명이 합격증서를 받았다. 지난 한 해 한국 내 HSK 응시자는 5만3000여 명. 전 세계 응시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HSK의 변신은 수험생들의 큰 관심거리다. 지난 13일 신HSK 6급 시험을 치른 중국 유학생 김보연(24·푸단대 3년)씨는 “구HSK와 비교할 때 신HSK는 어휘량과 단어가 더 쉬워진 느낌”이라며 “작문과 듣기 문항도 실용성을 강조한 문제가 많았지만, 난이도가 높은 문항이 간혹 있어 전반적으로 시간이 촉박했다”고 말했다.



신HSK는 TOEFL, BCT는 TOEIC인 셈



지난 1월 미국을 국빈 방문한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에 처음으로 세워진 시카고의 공자학원을 찾았다. 공자학원은 중국 국가기관인 국가한어국제보급영도소조판공실(약칭 한판·漢辦)이 전 세계에 한어를 보급하기 위해 세운 기구다. 한판은 신HSK와 BCT(비즈니스 중국어 시험·商務漢語考試의 약칭)를 주관한다. 신HSK가 영어의 TOEFL과 비슷하다면, BCT는 TOEIC인 셈이다.



BCT는 회사의 각종 업무, 기획, 회의, 생활, 계획 등 일상 생활과 비즈니스 상황에 필요한 중국어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회사 경험이 없는 일반 학생이 준비하기에는 쉽지 않지만 기업의 필요에는 꼭 맞아떨어진다. 이 때문에 BCT를 채택하는 국내 기업의 숫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삼성그룹 전 계열사가 지난해 신HSK대신 BCT만을 신입과 경력 채용의 인증시험으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취업준비생들의 관심도 부쩍 늘어났다. 중국 유학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아니라면 BCT로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BCT 고득점의 비결은 무엇일까. 전직 중국어 강사 선우경선(30)씨는 “우리 주위에 널린 여러 기회를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7만여 명에 이르는 국내 중국 유학생에게 한발 다가가 살아있는 중국어를 접하라는 이야기다. 또 중국 관광객을 위해 마련된 각종 중국어 팸플릿도 살아있는 BCT 교과서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정보를 검증된 중국어로 만들어놓은 실용 중국어 수험서인 셈이다. 그 가운데 한국관광공사에서 중국 자유여행객들을 위해 만든 ‘싱얼이와 함께하는 한국자유여행(chinese.visitkorea.or.kr/e_book/ecatalog.jsp?Dir=102)’은 좋은 자료다. 그 외에도 중국 인터넷의 각종 자료가 딱딱한 수험서보다 살아있는 중국어와 익숙해지는 것을 도와주는 실용 중국어 교재들이다. BCT 고득점의 지름길이 멀리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 밖의 중국어 인증시험 뭐가 있나



우리나라 대학에 설치된 중국 관련 학과는 모두 167개. 미국·영어 관련 학과(155개), 일본 관련 학과(112개)보다 많다(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자료). 중국 전공자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중국어 실력을 검증받고자 하는 필요가 높아졌다. 이에 호응하듯 CPT(중국어 능력시험·Chinese Proficiency Test), FLEX(Foreign Language EXamination), TOCFL(華語文能力測驗考試·Test of Chinese as a Foreign Language) 등 각종 중국어 인증시험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CPT는 일상 생활 용어 위주로 시행돼왔으나 HSK의 변신으로 입지가 약해졌다. 이에 CPT는 말하기와 쓰기를 보강해 2012년 신CPT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FLEX는 한국외국어대가 독자 개발해 99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국산 외국어 인증시험이다. 듣기·읽기·말하기와 쓰기 세 영역으로 나누어 치러지는 FLEX는 한국인의 특징에 맞춰 개발됐다. 난이도가 비교적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TOCFL은 대만 교육부가 주관하는 공인 시험이다. TOCFL은 대만의 중국어를 평가한다. 인지도는 낮지만 대만 유학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필수인 시험이다.



한국 HSK의 산파 이충양 교수











고려대 이충양(65·사진) 교수는 2004년 서울 강남에 전 세계 제1호 공자학원을 유치하고, HSK의 한국 도입과 정착에 기여하는 등 한국 HSK의 산파역을 맡았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03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언어문화우의(友誼)훈장’을 이 교수에게 수여했다. 한국 최초로 대만의 주음부호(注音符號) 대신 중국어 병음을 위주로 한 중국어 대학 교재를 펴냈고, HSK를 한국에 선도적으로 보급하는 등 한·중 문화 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중국 정부가 인정한 것이다.



서울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대만과 프랑스에서 석·박사 학위를 딴 이 교수의 논문 주제는 ‘마오쩌둥의 문예사상’. 서슬 퍼런 80년대 초반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적성국 언어를 연구했다. 이 덕분에 92년 한·중 수교 이전부터 양국 간 막후 소통 채널 역할을 맡았다.



이 교수는 지난해 초 한반도와 관련해 중국인이 남긴 한시(漢詩)와 우리 선조가 중국인과 교류하면서 남긴 시들을 한데 모아 『고대 한·중 교유시』를 펴냈다. 도합 162편의 시 가운데에는 신라왕에게 보내는 당(唐) 현종의 시를 비롯해 신라 혜초(慧超·704~787)와 최치원(崔致遠)의 여러 시가 포함됐다. 모두 한국과 중국의 오랜 문화 교류의 역사를 웅변하는 증거다.



“지금까지 뿌린 씨앗이 싹터 튼실한 ‘한·중 우호’라는 결실을 거두길 바란다”는 이충양 교수는 지난해 북한의 도발로 한때 한·중 양국 관계가 경색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중국의 한국인 유학생과 국내 중국어 학습자 숫자는 세계 넘버 원이다. 이를 우리의 경쟁력으로 삼아 중국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찾아야 할 때라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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