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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대교 안에는 높이 59m의 엘리베이터가 있다”













자동차들이 시속 80km의 속도로 달리는 어두운 터널을 홀로 걸어야 한다. 자동차전용도로라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곳은 고작 넓이 1m의 공간뿐이다. 행여 대형트럭이라도 바로 곁에서 지나가면 바람에 휘말릴까 몸을 바짝 움츠려야 한다.



서울시 홍지문 터널을 담당해 유지·보수·관리하는 권혁재(서울시 도시안전본부 도로시설관리과)씨는 “1680m의 긴 터널을 걸으면서 터널 안전 점검을 마치면 꼬박 2시간이 걸립니다.”, “코밑이 매연으로 새까맣게 될 때까지 걷다보면 터널이 끝나는 지점에서 햇살을 볼 수 있습니다. 터널과 다른 공기·바람·햇살에 조그만 행복감을 느끼곤 합니다.”고 얘기한다.



하루 15만 대의 차량이 다니는 홍지문 터널에는 일반 시민들이 듣지 못하는 망치질 소리가 들린다. 행여 콘크리트가 깨졌나, 해빙기에 맺혀있던 얼음이 터널 내에 균열을 만들지는 않았나, 망치로 두들기고 또 두들겨 이상여부를 체크하는 소리다. 홍지문 터널의 비밀은 하나 더 있다. 6m 크기의 대형 환풍기가 그것이다. 이 환풍기는 출퇴근길 교통량이 많을 때 터널에 공기를 순환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무심히 운전해 지나치는 터널에는 그것을 관리하는 사람의 손길이 배어 있는 것이다. 권혁재씨가 하는 일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오늘도 망치를 들고 어두운 터널을 걷는다.



“차를 세워놓고 시설물 안전점검을 하는 것이 안전하지만, 시민들이 항의를 해 그럴 수 없습니다. 이렇게 걸으며 육안으로 일일이 점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터널 안에서 울린다.



그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심지어 그의 아내조차 모른다. “위험한 일을 하는데 걱정할까 말을 못합니다. 아마 아내가 알면 사기결혼을 했다고 억울해 할지도 모릅니다. 공무원보다는 막노동꾼 같지 않습니까.” 피식 웃으며 권 씨가 한 말이다.



지난 해 7월부터 터널을 관리하는 일을 한 권씨는 그새 직업병이 생겼다. 쉬는 날 터널을 운전하면서 앞을 보며 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양 옆을 살피는 것이 그것이다. 요즘엔 아예 비상깜박이를 켜고 천천히 터널을 통과하며 이상여부를 체크한다. 쉬는 날에도 일을 하는 중증병이다.















서울의 비밀은 또 있다. 올림픽 대교 안에 있는 높이 59m의 엘리베이터가 그것이다.



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들도 아무도 모르게 일을 한다. 국가보안사항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올림픽 대교를 관리하기 위해 이 엘리베이터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엘리베이터를 끝까지 타면 높이 20m의 사다리를 또 걸어 올라가야 한다. 마치 등산하는 것 같다는 물음에 곽윤국(서울시 도시안전본부 교통관리과)씨는 “처음에는 다리가 뻐근해 지지만 자주 올라가면 금새 익숙해집니다.”며 기자를 위로했다.



서울시 20개의 다리를 관리하는 곽 씨는 지어진지 오래된 곳을 점검할 때는 긴장감을 떨치지 못한다. “공학상으로 다리의 수명은 50년 정도입니다. 하지만 점검을 안 한다면 그 다리들은 제대로 수명을 다하기도 어렵습니다.”고 말한다. 곽씨는 사람으로 치면 의사나 건강검진사의 일을 한다.



다리를 유지·보수하는 일을 하는 곽씨에게 다리만큼 큰 화젯거리는 없나보다.



“성수대교에 서면 묘한 느낌이 듭니다. 94년 성수대교와 같은 사고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사명감과 함께 한 바퀴 둘러본 후 느끼는 안도감이 그것입니다.” 곽씨는 2004년 9월에 개통한 성수대교에 서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서울의 다리 중에서 성수대교가 가장 안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젊은 다리이기 때문입니다.”, “어린아이일수록 더욱 손이 많이 가는 사람과 달리 다리는 어릴수록 튼튼하고 손이 덜 갑니다.” 다리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부드럽다.



올림픽대교 위에서는 한강과 탁 트인 하늘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아무도 모르게 다리를 유지·보수하는 곽씨가 누리는 단 하나의 특권이다.



온라인 편집국=김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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