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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독서로 미래를 연 시골 학교 아이들







일러스트=박향미



“선생님! 저요, 합격했어요!”



 “정말? 될 줄 알았어. 선생님은 하나가 해낼 거라고 믿었어! 축하한다!!”



 지난해 12월 ‘노심초사란 게 이런 거구나!’를 실감하며 애타게 기다리던 충남과학고등학교 합격자 발표가 있던 날, 나는 하나와 얼싸안고 눈시울을 붉혔다.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해 첫 발을 내딛는 모든 제자들의 합격소식이 다 반갑고 기뻤지만, 하나의 합격소식이 더욱 큰 감격으로 다가왔던 것은 비단 과학고라는 특목고여서가 아니었다.



 성환읍에 위치한 학교. 한 학년에 5학급씩 15학급 규모의 우리 학교는 과학고 외에도 한일고, 충남외고 등 특목고에 여러 명을 합격시켰다. 교사와 학생 모두 ‘우리도 할 수 있다’ ‘우리가 해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에 뿌듯한 겨울을 보냈다.



 천안시내 소위 잘 나가는 큰 규모의 공립학교들이야 사교육의 혜택도 풍족히 받고 부모님의 온갖 뒷바라지를 받아 특목고 진학이 많으니 뭐 그리 대단하고 감격적인 일일까 생각하겠지만 우리 학교처럼 읍지역의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과 사교육 혜택을 보기 어려운 아이들의 경우는 이번 합격소식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나는 나와 3년 동안 독서와 논술, 토론 공부를 했다. 나는 학교생활 중 논술반을 운영하며 아이들과 책을 읽고, 논술을 하고, 토론하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나를 포함한 12명의 아이들이 2학년을 마칠 때까지 논술반에서 좋은 책을 함께 읽고, 자기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논술을 하고 때론 얼굴을 붉혀가며 자기 생각을 열변으로 토해내는 토론을 했다.



 때론 무리하게 요구하는 독서와 글쓰기가 지겨울 만도 한데 참으로 열심히 묵묵히 독후감 쓰기와 논술문 쓰기에, 그리고 토론에 열중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예쁘고 기특했는지 모른다.



특히 무더운 여름방학과 혹한의 겨울방학에도 귀찮고 힘듦을 뒤로하고 버스를 두 번 갈아타면서까지 학교에 나와 논술반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그 열정에 무엇으로라도 보답하고 싶었다.



 그러나 2010년 2학년을 맡게 된 나는 더 이상 3학년 학생들의 논술수업을 해 줄 수 없게 됐다. 너무 아쉽고 끝까지 함께 할 수 없음에 미안했다. 고심 끝에 ‘사제동행 독서토론동아리’를 만들어 일주일에 두 번씩 점심시간을 이용해 아이들과 만나 책을 읽고 토론을 했다. 계발활동 시간으로까지 동아리 활동도 연장해 매달 한 번 토요일엔 3시간 동안 신나게 토론하고 즐겁게 독후체험활동을 했다.



 독서·논술·토론교육의 중요성이 교육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그 효과에 대한 이론 또한 큰 관심사일 것이다. 내가 아이들과 함께 독서토론동아리를 운영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바쁜 일과 속에서 과연 실효성 있고 교육효과가 뚜렷한 동아리 운영이 될지 두려운 마음이 컸다.



 그러나 독서토론동아리를 운영해 본 지금, 동아리 학생들과 이룬 여러 가지 성과를 생각하면 그 효과는 증명됐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12명의 동아리 학생들은 꾸준히 독서·논술·토론에 몰입하며 글쓰기, 논술, 토론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수한 입상실적을 냈고, 이는 진학 시 자기소개서 작성이나 입학사정관제의 포트폴리오 생성의 중요 자료로 연결됐다.



이는 일반 인문고는 물론 특목고인 충남외고 3명, 한일고 1명, 충남과학고 1명이 진학하는 쾌거로 이어졌다.



 하나는 과학창의성 캠프를 통해 과학 창의성, 과학적 의사소통, 정의적 특성 등을 측정하는 ‘과학창의성 전형’에서 그동안 다진 논술과 토론 실력을 바탕으로 주어진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논술을 하고, 팀원과의 토론과정에서 역량을 발휘해 ‘합격’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그동안 수학과 과학 실력이 좋은 아이들만 가는 학교인줄 알았던 과학고에 꾸준한 독서, 글쓰기, 토론 활동으로 완성한 포트폴리오가 입학사정관의 요건에 부합돼 합격이라는 결과를 냈으니 다른 아이들의 합격보다 더 큰 감격을 맛보게 한 것이다.



 돌아보건대 아이들은 독서와 토론을 하며 꿈을 가꾸고 지식을 나누고 안목을 넓히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길렀던 것 같다. 남 앞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배포를 갖게 됐고 자기주도 학습을 설계해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들이 됐다.



 무엇보다 자신감과 성취감을 갖는 행복한 아이들이 돼 이제는 좋은 책을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추천해 주며 읽어보라 당부하는 독서광들이 될 수 있었다.



 이제 선배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새롭게 결성된 2기 독서토론동아리 아이들이 방학 중 문자와 메일을 통해 독서와 논술, 토론공부를 하고 싶다는, 그래서 자신들도 선배들처럼 다독과 토론의 달인이 되고 싶다는 희망에 찬 결심을 알려왔다.



 때론 몸이 아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격무에 시달리다 보면 부담스럽고 귀찮아지기도 하겠지만 2011년 역시 눈앞에,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아이들의 얼굴이 하루도 쉼 없이 아이들 곁으로 나를 이끌고 행복한 귀찮음에 빠지게 하리라 예상해 본다.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들고, 담론은 기지 있는 사람을 만들고, 글쓰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은 책을 읽고, 말하고, 쓰는 활동을 통해 좀 더 창조적이고 지적인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자신들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힘찬 날갯짓으로 비상(飛上)하며 도전하는 삶의 길을 걷게 될 그 아이들의 일상에 벚꽃 흩날리는 봄날처럼 향기롭고 희망찬 독서향기가 가득하기를 소망해 본다.



천안동성중 한경화 교사

일러스트=박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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