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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풍향









바람의 방향, 즉 풍향(風向)이 인류 역사의 변화에 미친 영향은 크다. 특히 동서고금의 전쟁에서 바람의 변화가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였던 적은 숱하다. 풍향을 알고 활용한 자는 승리했지만, 반대의 경우엔 죽음이 따랐다. 풍향에 생명이 달려 있었던 셈이다.



 1018년 거란의 소배압이 1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에 쳐들어 왔을 때다. 강감찬 장군은 기병(騎兵)이 강한 거란군과 싸우는데도 평지에 진을 쳤다. 바람의 변화를 예상했기 때문이었을까. 『고려사절요』엔 강감찬이 공격을 시작할 무렵 바람이 급변하면서 비가 내렸다는 대목이 보인다. 바람이 남풍(南風)으로 바뀌면서 남쪽에 진을 친 고려군은 바람을 등지고 수월하게 적진에 화살을 쏟아부었다. 역풍을 마주한 거란군의 화살은 허공만 갈랐다. 살아 돌아간 거란군은 겨우 수천 명, 바로 귀주(龜州)대첩이다.



 청 태조 누르하치도 언제, 어느 방향으로 바람이 불지를 잘 알고 있었던 인물이었지 싶다. 1619년 명나라 군사와 벌인 살이호(薩爾滸) 전투에서 바람을 등지고 공격해 10만 명을 격멸하는 대승을 거둔다. 바람을 등지고 싸우는 게 유리한 건 해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영국 드레이크경이 1588년 여름 영국해협에서 스페인 무적함대를 무찌른 것도 남서풍(南西風)을 등지고서였다. 여름에 통상 북서풍(北西風)이 불던 곳인데 당시에 이상하게도 남서풍이 불었다. 개신교도들에게 승리를 안겨준 이른바 ‘프로테스탄트 바람’이다.



 풍향이 3차 대전을 막았다는 주장도 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미국과 소련의 대치가 첨예할 때다. 소련의 흐루쇼프는 핵무기로 서유럽을 선제 공격하는 걸 심각하게 검토했지만 과학자들의 조언을 듣고 생각을 접었다고 한다. 서풍(西風)이 문제였다. 지구표면에서 공기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는 코리올리의 힘이 작용하는 북반구에선 서풍이 불게 된다. 이러면 서유럽에 떨어진 핵무기에서 나온 방사능이 하루 만에 모스크바나 키예프까지 엄청난 피해를 준다는 거다. (반기성, 『날씨가 바꾼 어메이징 세계사』)



 동(東)일본 원전 사태가 심상찮다. 방사성 물질 분출 여부와 함께 이제 풍향도 관건이다. 일본 지역 방송의 일기예보도 눈·비 정보보다 풍향이 먼저일 정도다. 한국엔 한반도 상공의 서풍이 방사능 안전판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기상기구(WMO)의 말마따나 바람 방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풍향에 촉각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남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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