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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경영] 제 1화 멈추지 않는 자전거 54년 (20) 초심으로 돌아가자





창업자에게 졸업은 없다
약국 문 닫혔을 때 항상 고객 아픔 생각
오늘의 보령제약 있게 한 비결은 성실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김승호 보령제약 그룹 회장 자서전 및 경영에세이 출판기념회에서 김 회장이 두 딸과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 김 회장, 류타 후지이 류카구산 사장, 김은정 보령메디앙스 부회장.





지난달 일본 도쿄를 다녀왔다. 대만 용각산에 이어 일본 용각산이 마련해 준 내 회고록 출판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김은선 회장, 김은정 부회장 두 딸과 함께 해외출장에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특히 이번 일본 출장에서 창업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현지 경제인들에게 두 딸을 소개한 것을 두고 언론에서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일본 경제인 200여 명이 모여 나를 후원하는 모임을 만든 것도 화제였다. 기자회견에서 나는 “창업을 한 사람은 졸업이 없다”고 말했다. 현직에서 언제쯤 은퇴할 것인지를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기업을 창업해 경영하는 사람에게 가장 잊지 못할 재탄생의 순간은 바로 창업의 시기다. 마침내 사무실을 마련해 전화기도 한 대 놓고, 돼지머리 사다가 지극정성으로 고사를 지내던 그 순간을 가슴에 새기지 않은 창업주는 아마 없을 것이다. 경영자들과 얘기를 나누다 창업 당시의 얘기로 자리가 무르익으면 그날 마시던 와인이나 위스키가 돌연 막걸리로 변한다.



기업을 창업해 경영해 온 이들에게 창업은 두 번째 탄생일이다. 자기 생일은 잊고 지내는 창업주는 있어도 회사 창립일을 잊는 창업주는 없을 것이다.



 내가 평생 보령제약그룹에서 졸업할 수 없는 까닭은 창업 당시의 마음가짐이 그대로인 까닭이다. 창업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언론과 인터뷰를 했는데, 그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성공 비결’이다. 매번 곤혹스러운 질문이라 나는 기자에게 ‘성공한 기업인’이 아니라고 얘기하고 만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한다. ‘성공한 기업인’이 아니라 ‘성실한 기업인’일 뿐이라고.



 보령약국은 개업 초기부터 종로5가 약국거리에서 누구보다 먼저 약국 문을 열고 누구보다 늦게 문을 닫았다. 고객이 원하는 약을 구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온 서울시내를 다 돌아다니며 기어이 약을 구해 주었다. 채소가게를 찾은 손님이 어쩌다 채소를 못 산다 해도 큰 일이 나는 법은 없다.



그런데 약국은 다르다. 약국을 찾는 사람은 한걸음에 달려가서 자식이나 부모 입에 약 들어가는 모습을 봐야 안심이 될 텐데 약국 문이 닫혔거나 원하는 약이 없다면 그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성실한 약국이 되자 놀라운 일이 생겼다. 손님들이 보령약국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50년 넘는 경영자 생활에서 나는 매일 스스로에게 외쳤다. “농사를 짓는 초심으로 돌아가자!” 이런 각오를 가지고 있는 한 창업주에게 졸업은 없다.



아직 보령제약에 재학 중인 나는 보령제약이 규모가 커지기만을 바라지 않는다. 더 작은 기업으로 전락해도 좋다. 다만 거짓과 부정은 사라지고 진실과 긍정이 넘치는 사회, 이웃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나는 가장 행복한 창업자가 될 것이다. 불과 20일 전에 다녀온 일본이 견디기 힘든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러나 지진 피해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자진해서 도보로 출퇴근하고, 물건 사재기는 고사하고 뒷사람을 위해 최소한의 생필품만 구입하는 시민들의 모습으로 보고 ‘견디기 힘든 어려움’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진국에 와닿은 우리는 남다른 열정과 도전정신이 있고, 여기에 그 같은 선진 의식만 더해지면 우리가 가지 못할 미래는 없다.



  보령의 미래를 만드는 동시에 우리 사회의 미래를 여는 데 두 딸이 반드시 큰 기여를 하리라 믿는다. 나는 두 딸을 두 번 시집 보냈다. 한 번은 사위들에게, 또 한 번은 보령제약에. 보령제약과 보령메디앙스로 시집 간 두 출가외인에게는 모든 보령 임직원이 가족으로 있어 든든한 마음이다.



집안의 가장이고 보령제약의 CEO인 나도 언젠가 경영자로서는 물론이고 한 인간으로서도 졸업을 할 것이다. 그 전까지 나는 도전과 열정의 자전거를 타고 페달 밟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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