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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古今通義 고금통의] 구징









하늘이 벌(天罰)을 내릴 징조를 구징(咎徵)이라고 한다. 『서경(書經)』 『홍범(洪範)』조에 나오는 말이다. 하늘이 상을 내릴 조짐은 휴징(休徵)이다. 『서경』 『홍범』조는 휴징과 구징을 각각 다섯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휴징은 때맞춰 비가 내리고(時雨), 때맞춰 볕이 들며(時暘), 때맞춰 따뜻하고(時燠: 따뜻할 욱), 때맞춰 춥고(時寒), 때맞춰 바람이 부는 것(時風)이다. 반대로 구징은 ‘언제나’ 비가 오고(恒雨), 볕이 들며(恒暘), 덥고(恒燠), 춥고(恒寒), 바람이 부는 것(恒風)을 뜻한다. 자연 현상이 순리에 어긋나면 천벌이 내릴 징조로 해석한 것이다.



 구징은 누구를 겨냥했을까? 임금의 정사 잘못에 대한 하늘의 경고로 받아들였다. 북벌과 민생 폐단 해소를 주창했던 백호(白湖) 윤휴(尹鑴)가 『홍범 독서기(讀書記)』에서 휴징과 구징에 대해 언급하면서 “임금 한 사람에게 경사가 있으면, 모든 백성이 여기에 힘입고, 온 나라(萬邦)에 죄가 있으면 그 죄가 임금의 몸(朕躬)에 있다”고 쓴 것이 이를 말해준다.



 구징이 내리기 전에 미리 예견하는 방법은 없었을까. 해 부근에 있는 구름 빛깔인 운물(雲物)을 통해 구징을 예견했다. 『좌전(左傳)』 희공(僖公) 5년조에, “무릇 분지(分至: 춘분·추분, 하지·동지)의 계폐(啓閉)에는 반드시 운물(雲物)을 기록한다〔凡分至啓閉 必書雲物〕”는 기록이 있다. 춘분·추분, 하지·동지에 해가 지고 뜰 때 해 부근의 구름 빛깔을 보고 하늘의 징조를 예견한다는 뜻이다. 세종은 재위 5년(1423) 정양(正陽: 음력 정월)에 가뭄이 들자 ‘임금이 부덕(不德)하고 정치가 고르지 못하면 하늘이 재앙을 내려서 경계한다’면서 “천벌의 징조〔咎徵〕를 조용히 살펴보니 죄가 진실로 내게 있었다(『국조보감(國朝寶鑑)』)”라고 자책했다. 세종이 그냥 성군(聖君)이 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임금뿐만 아니라 정승-판서 식으로 직책이 높은 순서로 구징에 책임지게 되어 있었다. 이시하라 도쿄도지사나 조용기 목사가 일본 대지진을 ‘천벌(天罰)’이라고 말한 것은 ‘당해도 싸다’는 식의 뜻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천벌에 책임이 있는 지도층이란 사실을 망각한 발언이다. 정작 피해자인 정신대 할머니들은 “일본인들 힘내세요”라고 격려하고 있지 않은가?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에는 수재(水災)가 요(堯) 임금 때 일어났지만 우(禹) 임금은 자신의 책임으로 여겼다는 말이 있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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