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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기업 위기대응 매뉴얼 업그레이드 할 때다







이수기
경제부문 기자




11일 오후 도쿄 미나토구(港區)의 시바공원(芝公園). 수백 명의 직장인이 건물에서 나와 진동이 멈추길 기다리고 있다. 소란도 무질서도 없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눌 뿐이다. 일부는 공사장에서 쓰이는 안전모를 쓰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진로재팬 배민호(41) 과장이 목격한 일본인의 모습이다. 배 과장은 “일본인의 침착한 모습에 새삼 놀랐다”며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재해 관련 교육을 꾸준히 받는다고 하더니 이날 그 진가를 보았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의 안전 관련 교육은 다양하고 치밀하다. 지진 같은 재난이 닥쳐왔을 때 대피 요령은 기본이다. 공장이 갑자기 멈춰 섰을 때나 품질이 나빠졌을 때 등에 대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놓고 있다. 1995년 일부 광신도가 지하철 내에서 화학 병기로 사용되는 신경가스(사린)를 살포한 뒤에는 독가스 살포 시 행동요령까지 추가됐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의 침착함은 철저한 반복훈련을 토대로 쌓아온 일본인의 저력이 발휘된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도 ‘위기대응 매뉴얼(Contingency Plan)’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건물 내부 도면까지 그려가며 상세하게 행동지침을 주는 일본의 매뉴얼과는 거리가 있다. 매뉴얼이 있는 곳 중에서도 실제 연습을 하는 곳은 드물다. 일부 기업의 매뉴얼은 위기 시 보도가 크게 나가지 않도록 언론 응대 요령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사고 때 사람을 살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보다 이를 감추려는 데 급급하다는 인상마저 줄 정도다.



 안전이나 재해 관련 부서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한직으로 여겨진다.



 배 과장은 “대부분의 일본 기업이 자체 위기관리 시스템에 따라 매월 한 차례 이상 정기적으로 연습한다”며 “재해가 발생하지 않을 99%의 상황 못지않게 만약의 1%에도 주목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최근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고객 안전을 위해 대피 훈련을 연 2회에서 분기별 1회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고무적이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긴급 구조훈련도 한다. 심폐소생술 등 인명 구조에 필요한 훈련도 진행하기로 했다. 동일본 대지진은 제대로 된 위기관리 대책과 반복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자연재해를 완전히 피할 수 없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그것이 시스템이고, 기업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이수기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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