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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만에 최악, 예상보다 80배나 강했다”

도호쿠 대지진 직후 일본과 미국의 대표적 지진 전문가들에게 대지진의 원인을 물었다. 일본 도쿄대 지진연구소의 후루무라 다카시(古村孝志·48) 교수, 아오키 요스케(靑木陽介·38) 교수, 미국지질연구소(USGS) 앤서니 크론 박사 등과 전화 및 e-메일 인터뷰를 했다. 후루무라 교수는 여진으로 연구실이 흔들리고 있는 와중에도 e-메일로 답을 보내 왔다. 이들은 대부분 ‘큰 지진이 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규모가 예측을 뛰어넘는 최악의 지진’이라고 했다. 이들은 “또 다른 대지진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도호쿠 대지진 일본·미국 지진 전문가들 공동분석





지질학 이론인 판(板)구조론에 따르면 지각은 한 덩어리로 붙어 있지 않고 여러 개의 판으로 나뉘어 있다. 이 판과 판이 충돌하는 경계에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난다. 태평양은 ‘불의 고리(Ring of Fire)’ 환태평양지진대에 둘러싸여 있다. 뉴질랜드에서 인도네시아·대만 등을 거쳐 일본 열도와 알래스카·북미·남미의 안데스산맥, 칠레 해안까지 이어지는 총연장 4만㎞의 지진대다. 전 세계 활·휴화산의 75%가 이곳에 위치해 있고, 지진의 90%가 이곳에서 발생한다. 판구조론은 1970년대 제창된 이론이다. 지구 표면 부근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통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모델이다. 하지만 판구조론도 미완성 이론이다. 솟아오르면 내려가는 곳도 있어야 하지만 일본 도카이 지진과 난카이(南海) 지진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진 필리핀판은 솟아오르는 곳이 어디인지 명확하지 않다. 남극판이 왜 확대되고 있는지, 또 이런 힘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번 지진 사태를 어떻게 평가하나.

후루무라=“이번 규모 8.8의 강진은 1707년 규모 8.6을 기록한 호에이(寶永) 대지진 이후 300년 만의 최악의 거대 지진이다.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에너지로는 80배나 더 강력한 지진이 일본을 덮쳤다.”



크론 =“지난 100년 중 우리가 기록한 것 가운데 최악의 지진이다. 수천억 달러 정도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아오키=“이번 지진으로 인한 손실은 정확히 추산이 어려울 정도다. 상황이 ‘정말로 안 좋다’는 말로밖엔 설명이 안 된다. 모든 상황이 나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진앙에서 약 100㎞ 떨어진 도쿄에서조차 사망자가 나왔을 정도이지 않나.”



-이번 지진의 원인은.

아오키=“지진은 해저에서 판의 충돌로 일어나는 것이고, 일본 해저엔 4개의 판이 서로 만나 충돌을 일으킨다. 따라서 일본은 지진 취약국이다. 세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지진의 10%가 일본과 그 주변에서 일어난다. 특히 일본 해저에서 태평양판이 북미판을 매년 서쪽 방향으로 1년에 90㎜가량 밀어내고 있다. 그 결과 하나의 판이 다른 판 밑으로 섭입(subduction), 즉 파고들게 된다. 그러면 위의 판은 잔뜩 힘을 받게 되고, 그것이 지진이란 형태로 폭발적으로 나타난다. 11일 대지진도 그런 결과다.”



후루무라=“구체적으로 이번 지진은 태평양판이 동북부 일본 해역 밑으로 약 10~20m 크게 미끄러져 파고들면서 발생한 것이다. 결과는 참혹했다. 이와테(岩手)현에서 이바라키(茨城)현에 걸쳐 400㎞(서울에서 부산 정도)를 웃도는 지역이 지진에 강타당하고 쓰나미와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진을 예상했나.

후루무라=“뭔가가 올 줄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지진이 우리의 허를 찔렀다. 인간이 예상치 못한 지진이 인간을 급습한 것이다. 일본은 76년부터 태평양 연안에서 도카이(東海) 지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해 왔다. 그러나 11일의 도호쿠 거대 지진은 발생 지역과 원인에서 도카이 지진과는 무관하다.”



크론=“11일 거대 지진이 센다이 지역을 강타하기 바로 이틀 전인 9일에 이미 인근 지역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었다. 11일 지진 진앙으로부터 북쪽으로 40㎞ 위 지역이다. 이것이 11일 거대 지진의 전조라고 사후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과학자들도 9일 당시 이것이 더 큰 규모 지진의 예고편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일본엔 워낙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탓이다.”



아오키=“11일 대지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대체로 거대 지진이 한 번 발생하면 더 작은 규모의 여진이 뒤따르는 게 정설이다. 이번 지진이 일어나기 이틀 전인 9일 규모 7.2의 지진이 비슷한 지역에서 발생했다. 따라서 우리 전문가들은 더 작은 규모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본 정부 내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는 미야기(宮城)현 지진 가능성도 이미 발표했었다. 앞으로 30년 내 미야기현 지역에서 규모 7.5가량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99%에 달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거대 지진은 없을 거라고 했다. 일본은 현·시 단위에서 예상되는 지진에 대해 미리 진동을 예측하고 지진 피해를 예상하는 조사를 해 오고 있다. 과거의 지진 피해 기록과, 판 경계와 지역과의 관계, 활단층의 유무와 활동 이력 등을 참조해 판구조론에 입각해 과학적으로 조사한다.”



-이번 지진을 직접 경험했나.

후루무라=“이 e-메일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여진으로 인해 방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지진 발생 당시 난 도쿄대 캠퍼스의 연구소 10층 건물에 있었다. 일본 국토교통성 산하 기상청 경보를 받고 마음의 준비는 했으나 수분간 방이 흔들리고 책장의 책이며 컴퓨터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아오키=“나는 11일 마침 외국에 출장 중이어서 직접 겪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제 어디에서든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스마트폰의 e-메일로 내용을 보고받게 해 놨었다. 그래서 즉시 알았다. 도쿄의 가족과 친구들과는 계속 연락 불통이다가 겨우 인터넷전화 스카이프(Skype)로 육성을 들었다. 이후 우리 연구소와 일본 신문 웹사이트 속보와 함께 미국지질연구소(USGS)를 상시 체크하면서 지진 활동을 살폈다.”



-이번 대지진으로 영화 ‘2012’와 같은 지구 종말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크론=“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말리고 싶다. 과학적 근거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11일과 같은 대지진을 예측할 순 없지만 사후 과학적 분석과 함께 앞으로의 전망·대비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 인간에게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다주지만 지진은 결국 지구의 판들이 움직이는 자연의 과정일 뿐이다. 따라서 이를 ‘지구의 종말’과 연결 짓는 것은 얼토당토않다.”



아오키 =“종말론이 자꾸 대두되지만 그건 호사가들의 얘기일 뿐이다. 이런 지진은 20년에 한 번꼴로 세계 각지에 닥친다.”



-한국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

크론=“일본의 경우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에 있어 섭입(하나의 암석판이 다른 판 밑으로 파고드는 과정)의 충돌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한국의 경우 유라시아판의 경계보다 비교적 안쪽에 있어 상대적으로 지진으로부턴 안전한 편이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강진이 발생하지 말란 법도 없다. 한국이 위치한 유라시아판에서도 몇몇 단층이 활발히 움직이는 것이 관측되고 있다. 11일 일본 대지진과 같은 규모의 강진은 없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절대로 안심할 게 못 된

다.”



아오키=“한국의 경우 유라시아판 내부에 있으므로 11일과 같은 대지진으로부터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니까 너무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진설계에서부터 지진 대비 교육 등은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는 워낙 지진이 잦다 보니 관련 시스템이 잘 구비돼 있다. 우리 연구소도 1923년 관동대지진을 겪고 10만여 명이 사망한 이후 지진에 대한 경각심에서 25년 설립됐다.”



지진과 화산의 나라 일본은 방재 분야에 세계 최고다. 천재와 인재를 통해 교훈을 얻고 다가올 미래의 재난을 예비하는 ‘실패학(失敗學)’이란 독자적인 학문 분야가 있을 정도다. 일본은 지진을 ‘예지(豫知)’하기 위한 연구도 오랫동안 해 왔다. 90년대 들어 지진 연구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도입돼 큰 진전이 있었다. 보다 쉽게 또 연속적으로 특정 지점의 위치를 ㎜ 단위의 정확도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지진 예지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지각 변동 데이터가 급증하고, 이를 입력해 종합적으로 해석하기 위해 방대한 기억용량이 필요해졌다. 따라서 수퍼컴퓨터를 사용해 이들 데이터를 토대로 지진을 일으키는 요소를 해석하려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지진을 예지할 수 있는 ‘방정식’은 발견하지 못했다. 지진 예지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언제(며칠 이내), 어디서(광역지자체 정도의 범위), 얼마나(규모)가 그것이다. 예지의 세 가지 요소 중 가장 어려운 것이 발생 시기 예측이다. 장소와 규모는 지진 발생 이력을 근거로 예측이 가능해졌지만 발생 시기는 간단하지 않다. 그래서 장기, 단기, 직전으로 구분해 예측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진이 일어날 확률 ○○%’라고 하는 것은 장기 예지에

해당한다.



-앞으로의 지진 전망은.

아오키=“솔직히 말해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의 대규모 지진은 또 다른 대규모 지진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이번 대지진과 관련해 내겐 자꾸 니가타(新潟)현 주에쓰(中越) 지역에서 2004년 10월 발생했던 규모 7의 강진이 겹친다. 둘 사이의 연관성을 과학적으로 완벽히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대지진이 도카이 지진을 촉발시킬 수도 있으리란 우려를 갖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지진·화산 활동에 대한 분석을 통해 지진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 것이다. 현재 우리 연구소는 세계에서 가장 전문적인 지진 연구기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후루무라=“한 번 거대 지진이 발생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지진 활동성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해야 한다. 11일 거대 지진 이후 이젠 도카이 지진, 도난카이(東南海) 지진, 난카이 지진에 대한 경계심을 더욱 키워야 한다. 한 번 거대 지진이 발생할 경우 수년 후 지진 활동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진을 미리 안다고 해도 손실을 막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일본의 지진 전문가들은 실제로 지진을 예지하더라도 손실을 10% 정도밖에 못 줄일 것이라고 평가한다.



최준호·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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