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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문’과 겹친 대지진에 종말론 난무, 하지만 허구일 뿐

도호쿠 대지진과 관련해 지진학자·지질학자 등 과학자들이 입을 모아 ‘정상적인 지질 활동에서 벗어난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도호쿠 대지진이 지구 종말의 시작을 알리는 현상이라는 루머가 블로그·트위터 등을 매개로 인터넷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과학의 눈’으로 보면 지진이 인구 밀집지역에서 발생해 ‘운이 나빴을 뿐’이지 인류의 심판이나 지구 종말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대지진과 종말론의 잘못된 만남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나 영화 ‘2012’ 등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확산된 지구 종말론이 일본의 대지진으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하늘에서 새들이 무더기로 떨어지고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현상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다.



‘2012년 종말론’은 마야 달력과 주역 등을 근거로 2012년 12월 20일을 지구 종말의 날로 지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종말 시점을 3월 13일 등 올해로 앞당기는 주장이 나왔다.



점성술의 근거는 천체에서 벌어지는 일이 지구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는 과학적 관점과도 일부 일치한다. 그렇기 때문에 점성술이 ‘가짜 과학’과 결합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최근 일부 점성가와 음모론자들이 수퍼문(Super Moon)을 근거로 대재앙을 예고했다. 달(Moon)과 아마겟돈(선과 악이 싸우는 최후의 전쟁)을 합성한 ‘문나겟돈(Moonageddon)’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달 근지점(Lunar perigee)’ 현상에 따라 수퍼문은 유난히 크고 밝게 보인다. 19일에는 지구와 달의 거리가 약 35만6577㎞까지 좁혀져 1992~93년 이래 가장 가까워진다.



과학자들은 달의 인력이 지진의 원인이 되기에는 미약하다고 지적한다. 수퍼문이 도호쿠 대지진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과학에 따르면 다만 수퍼문이 조류 간만에 약간의 영향을 줄 수는 있다.



지난 9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인터넷에 수퍼문이 기상이변·지진·화산활동 같은 자연참사를 일으킬 것이라는 예측이 넘쳐난다”고 보도했다. 마침 19일 수퍼문을 일주일 앞두고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해 ‘수퍼문 종말론’이 득세하게 됐다. 수퍼문이 대재앙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1938년 뉴잉글랜드 허리케인, 55년 헌터 밸리 홍수, 74년 사이클론 트레이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이 수퍼문 현상 당일이나 근접한 시기에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과학자들은 음모론자들이 과학을 잘못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정 자연재해와 천체 현상을 억지로 연관 지으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의 ‘종말론 문화’도 일본의 대지진이 종말의 전조라는 주장이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기독교 전통에 따르면 종말은 언젠가 온다. 퓨리서치센터(PRC)라는 조사 기관에 따르면 2010년 조사에서 미국인의 41%는 ‘2050년 이전에 예수 재림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성경에 따르면 종말의 시점은 신(神)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일본 대지진을 종말과 연관시키는 주장은 마태복음 24장에 나오는 종말의 징후를 근거로 한다. 종말의 징후는 전쟁·기근·지진 등이다.



종말의 징후 중 하나인 전쟁에 대해서도 종말론자들은 근거를 대고 있다. 그중 일부는 ‘제3차 세계대전’이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이미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주류 기독교는 종말은 믿지만 종말 날짜를 못 박는 것은 금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여러 기독교 그룹이 종말을 예언해 왔다. 예언 날짜가 빗나가면 신자들의 이탈을 막을 수 없었지만, 핵심 신자들이 남아 세력을 다시 키운 후 새로운 종말 날짜를 제시했다.



최근에는 라디오로 선교하는 ‘가족 라디오 크리스천 네트워크(FRCN)’라는 단체를 운영하는 해럴드 캠핑이라는 기독교인이 5월 21일 2억 명의 ‘휴거’가 실현되며 종말 날짜는 10월 21일이라고 예언했다. 이미 캠핑의 예언은 빗나간 바 있다.



이처럼 음모론자, 점성가, 기독교 계통 종말론자 등이 총출동해 일본 대지진이 ‘끝의 시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종말론은 빗나가도 소멸하지 않고 새로운 날짜와 새로운 근거를 내세운다. 도호쿠 대지진이 종말론과 과학 간의 오랜 대결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김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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