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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잘하려 애쓰면 더 안돼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내털리 포트먼의 ‘블랙 스완’은 발레리나의 삶으로만 보기엔 너무나 많은 성적 이슈가 담긴 영화다. 필자는 또 직업병이 발동해서 주인공 니나의 내적 갈등이 성적 억제로 이어진 모습이 안쓰러웠다.



니나는 지나치게 감정이 억제된 인물이다. 자신을 향한 고삐를 꼭 틀어쥐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컨트롤하려 든다. 그래서 원래 배역인 백조 역할은 기술적으로 완벽하지만 이런 점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영역들이 있다. 영화에서 흑조 역할로 대변되는 본능이나 감정 표현 등은 취약했고, 이런 영역은 성 반응도 마찬가지다.



니나는 경계성 인격장애 스펙트럼에 드는 인물이기도 하다. 자기 정체성이 취약하므로 그 틀을 벗어나면 쉽게 흔들리고, 그 내면은 본능(id)과 초자아(superego)의 갈등으로 점철돼 늘 ‘all good, all bad’라는 양극단의 이분법적인 혼란을 겪는다. 이런 혼란은 피부를 긁고 뜯는 강박증으로도 나타나고 극한 상황에서 정신병적인 증상으로도 표출된다.



순결하고 정숙하고 완벽한 니나와 자신의 본능에 충실하고 관능적인 불량소녀 릴리. 그들의 상반된 모습을 백조와 흑조가 상징한다. 니나는 이를 내면에서 통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릴리를 통해 본 내면 속의 충동, 적개심은 극단적인 행동패턴을 자극하고 결국 자신 안의 분열된 두 자아인 흑조와 백조가 서로를 적대시하다가 자학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다.



니나가 자연스러운 감정에 충실하고 자신에게 관대할 수 있게 성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문제는 결국 니나 어머니의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성관계와 임신으로 자신의 삶을 망쳐버렸다고 생각하는 어머니는 딸에게 문제를 투사하고 딸의 삶 전반뿐 아니라 성에 있어서도 과도한 통제와 억압을 떠안긴다. 어머니의 실패한 삶의 보상과 같은 니나는 성에 있어 자연스러운 욕구나 충동, 부정적인 감정을 편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예 없다고 부정하거나 억제만 한다. 당연히 그에게 불감증은 따라붙고 이를 극복하려 들지만 쉽지 않다.



필자의 스승이자 저명한 성의학자 밴크로포트 박사의 이중조절론(dual control model)에 따르면 지나치게 실패를 두려워하고 너무 완벽하고자 노력하다 보면 본능과 충동에 의해 자연스럽게 나타나야 할 성 반응이 제한되고, 과도한 성적 억제(sexual inhibition)에 의한 성기능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엔 니나처럼 억제에 사로잡힌 남녀들이 제법 있다. 너무 착하고 도덕적이고 순결하고 너무 남을 배려하고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는 과묵한 인물들은 성적 억제와 관련된 성문제가 생기기 쉽다. 그들은 감정 억제와 불안에 사로잡혀 기질적으로는 멀쩡한 데도 불구하고 성 반응은 처진다. 이런 양상은 여성의 불감증이나 질경련, 남성의 발기부전이나 지루 등에서 특히 많이 관찰된다.



니나는 완벽하다는 말을 남기지만 세상에 완벽은 없다. 본능과 충동은 의지로 완벽하게 컨트롤하기 어렵다. 니나의 본능적인 표현을 이끌어내려 했던 극중 무대감독 토머스는 감정에 몸을 맡기고 내버려두라며 끊임없이 ‘Let it go’를 반복한다. 억압을 풀고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경우가 성 반응이다. 너무 잘하려고 의식하면 오히려 잘 안 되는 것이 성기능이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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