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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 폭발 땐 한국도 방사능 노출 피할 수 없어





도호쿠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 1호기 폭발



지진의 영향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체르노빌 악몽의 재현이 우려되고 있다. 1 폭발 전인 11일 모습. 2 12일 폭발 후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3 맨 왼쪽의 원전 1호기가 폭발 후 지붕과 벽체 구조물이 모두 날아가 골조만 앙상하다.







12일 폭발한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제1호기는 일단 최악의 상황은 넘겼다. 원자로를 보호하고 있는 격납용기가 아닌 그 위 건물만 폭발했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원자로 노심이 일부 용해 돼 방사능이 누출됐을 수도 있다고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백원필 원자력안전본부장은 “원자로 건물의 폭발로 기술진의 접근이 어려워 냉각수 공급이 더욱 곤란한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이며, 지속되면 결국 원자로 내부가 녹아내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만일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의 노심 용해 사고와 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사태 이후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1호기는 71년 상용 가동을 시작한 노후 기종이자, 기술 측면에서도 현대 원전과 비교해 그 수준이 아주 낮다. 그렇다고 해도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안전 장치를 해놓고 있다. 원자로의 안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냉각수가 어느 경우라도 공급될 수 있게 펌프용 전원 공급장치를 3중으로 해놨다.



첫째는 원전에서 자체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외부에서 전기를 공급받고, 마지막으로 자체 발전기를 가동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쓰나미로 그 세 가지 비상 조치가 다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전기가 끊어지자 냉각수 펌프가 멈췄고, 원자로에 냉각수 공급이 끊겨 원자로 내의 핵연료 온도가 섭씨 2000도 이상으로 급속하게 달아올라버렸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장문희 박사는 “지진 발생과 동시에 원전 가동이 즉시 자동 정지됐다고 해도 원자로 내부에서는 잔열(殘熱)이 계속 발생한다. 그 양은 원전을 정상 가동할 때의 7%에 이를 정도로 막대하다. 이런 잔열 발생이 어느 정도 멈출 때까지는 최소 4~5일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원전 측은 최후의 수단으로 소방차를 동원해 강제로 냉각수를 주입했다. 문제는 과연 그동안에 원자로 노심이 전혀 녹아내리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원자로 안의 핵연료봉에 갇혀 있어야 할 세슘 등 방사능 물질이 원전 주변에서 검출된 것은 노심이 녹아내렸을지 모른다는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다. 세슘은 핵연료봉에서 핵분열이 일어날 때 생성되는 대표적인 방사능 물질이다.



폭발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세 가지를 추정해볼 수 있다. 백원필 박사는 “원자로가 달아오르면서 만든 수증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원자로 건물 안에 가득 모여 그 압력으로 터졌거나, 높은 온도의 핵연료가 수증기와 반응을 일으켜서 생성된 많은 양의 수소가 격납용기 밖으로 빠져 나와서 "수소 폭발"을 일으켰을 수 있다. 특히 두번째 가능성이 큰데, 건물 안쪽의 격납용기가 제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면 희망이 있다. 마지막으로 격납용기 안에서 녹은 핵연료와 물이 반응하여 "증기 폭발"을 일으켜서 원자로용기뿐만 아니라 격납용기도 한꺼번에 부서지는 최악의 상황인데, 폭발 영상이나 방사능 수치를 보면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 박군철(서울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부원장은 “원전 주변의 방사능 수치가 그렇게 높지 않다는 일본 정부의 발표를 봐서는 원자로와 그 격납고까지 폭발한 것 같지는 않다”고 추정했다. 최악의 상황이라면 원전 주변이 이미 방사능 물질 천지가 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자로와 격납고가 아직 멀쩡하다면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장문희 박사는 "최악의 상황은 붕괴열이 제거되지 못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온도가 상승하여 정체된 냉각수가 증기로 변화면서 물의 수위가 낮아져 핵연료가 물 밖으로 노출되고 온도 상승에 의해 핵연료가 녹는(노심용융)상황이다. 따라서 어떠한 방법을 강구하여서라도 외부의 냉각수를 원자로용기 안으로 주입하여 핵연료를 냉각시켜 노심용융이 일어나거나 진행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스리마일 원전 전법이다. 스리마일 원전도 노심이 녹아내렸으나 다행히 격납용기 안에서 모든 게 끝나 원전 외부의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이종인(전 한국원자력학회장) 박사는 “1호기도 문제지만 2호기 역시 예의 주시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폭발로 인한 방사능 피해다. 원자로가 폭발하면 대량의 방사능 물질이 쏟아져 나온다. 세슘(Cs)·스트롬튬(Sr)·요오드(I) 등이 그것들이다. 세슘과 스트롬튬의 경우 인체와 뼈에, 요오드는 인체의 갑상선에 잘 달라붙는다. 특히 이들은 기체 상태로 존재해 바람 부는 데로 이동하기 때문에 무섭고 막기도 어렵다. 원자로의 대폭발이 일어나면 바람의 방향에 따라서는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 체르노빌 사태 때도 수많은 사람에게 암 등을 일으키는 등 피해를 끼친 물질들이다.



세슘이나 스트롬튬은 반감기가 아주 길어 오랫동안 인체에 피해를 입힌다. 반감기는 방사능을 내뿜는 능력이 크게 줄어드는 기간을 말하는 것으로 이들 물질은 독성이 오래 지속되는 셈이다.

장문희 박사는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서 처음 검출된 세슘은 원자로에서 수증기를 외부로 빼낼 때 함께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후쿠시마 원전에는 이렇게 수증기를 빼낼 때를 대비해 방사능 물질을 걸러내는 필터가 있다. 그러나 거기서 다 걸러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남은 문제는 한국 원전은 안전한지다. 이종인 박사는 “아주 안전하다. 일본과 같은 큰 지진이 안 일어나는 지역이며, 후쿠시마 원자로와 달리 우리 원자로는 안전도가 우수하게 설계돼 있다”고 했다. 후쿠시마 원자로는 아랫부분에 핵연료봉이 있고, 그 상단에 수증기를 만드는 곳이 있다. 핵분열실과 수증기 생산실이 일체형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한국 원자로는 그게 완전히 분리돼 있다. 원자로는 열만 생산하고, 증기는 다른 곳에서 생산한다. 더구나 후쿠시마 제1호기 원자로는 구형 중에 구형 원자로로 안전도 측면에서만 봐도 우리나라 원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한국의 원전은 규모 6.5~7.0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이종인 박사는 “우리나라 원전은 규모6.5~7.0 지진이 원전 바로 밑에서 터져도 끄떡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렇게 큰 지진이 일어난 적이 없기 때문에 더욱 안전하다고 말했다. 특히 원자로 격납용기는 1.2m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와 별도의 철판을 덧댄 하나의 덩어리 형태이기 때문에 안전도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또 방사능 물질의 유입을 잡아 내기 위해 자동 감시망을 전국에 운영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인구 밀집 지역 12개소, 울릉도·백령도 등 지방 58개소에 측정소를 설치해 놓았다. 만약 일본에서 바람을 타고 방사능 물질이 온다면 울릉도에서 즉시 잡아낼 수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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