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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집권 이후 인플레 파이터들 종적 감춰 기준금리 인상 늦춰질 듯

소리 없는 아우성이 일었다. 조용하지만 치열한 격돌이었다. 지난 8일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에서다. 이슈는 FRB 새 멤버를 정하는 일이었다. 후보는 피터 다이아몬드(71) MIT대 교수다. 그는 버락 오바마(사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지만 두 번이나 인준이 무산됐다. 공화당의 의도적인 사보타주였다. 차일피일 미뤄 회기나 의원 임기를 넘기는 방식으로 거부했다.

미 중앙은행 FRB 대해부

여기에 오바마는 세 번째 지명을 강행하는 방식으로 응수했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공화당도 다시 한번 멍군을 외칠 태세다. 리처드 셸비 의원은 “다이아몬드 교수는 FRB 멤버가 되기엔 전문성과 경험 등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이아몬드 교수의 정책 성향이 FRB에 맞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 공화당이 그런 이유로 다이아몬드 교수 인준에 반대하고 있을까. 공화당이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2010년 노벨상까지 받은 시장 전문가인 다이아몬드 교수가 FRB 이사의 적임이 아니라는 말은 정말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공화당이 오바마의 FRB 장악을 막겠다는 속마음을 에둘러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로이터 통신이 9일 월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보도한 내용이다.

“FRB 98년 역사상 희귀한 일”
오바마가 FRB를 장악하려고 한다? 무슨 말일까. FRB 독립성은 ECB만은 못하지만 그런대로 높은 편이 아니었던가. 미 역사상 최초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가 달러를 장악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일까.

FRB 멤버들은 ‘달러 신전의 지성소(至聖所)를 지키는 사제들’이다. 그들은 통화량을 조절하고 대형 금융회사를 감시·감독한다. 이런 FRB가 오바마 집권 이후 대대적으로 개편되고 있다. FRB 이사 자리는 모두 7개다. 오바마는 집권 이후 이미 4명을 임명했다. FRB 의장인 벤 버냉키와 부의장인 재닛 옐런, 대니얼 타룰로, 세라 러스킨이 오바마 덕분에 이사 자리를 지켰거나 꿰찼다. 애초 버냉키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바마와 코드 맞추기를 한 덕분에 다시 의장에 임명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상원 인준을 받으면 오바마는 첫 번째 임기 4년 가운데 겨우 2년 지난 시점에 이사 5명을 자기 사람으로 심는 셈이다.

로버트 헤첼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선임연구원은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인터뷰에서 “FRB가 설립된 이후 한 대통령에 의해 이사 5명이 임명된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오바마의 5명 임명이 역사상 처음은 아니다. FRB가 설립된 1913년 당시 대통령인 우드로 윌슨이 이사 7명 가운데 5명을 임명하기는 했다. 윌슨의 사례는 예외적인 일이었다. 이후 미 대통령 가운데 오바마만큼 이사들을 지명하고 임명한 경우는 드물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것도 첫 번째 임기 초반에 집중적으로 이사를 임명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오바마, 내년엔 FRB 완전 장악
시장의 눈은 과거보다 미래를 향한다. 월가는 지금까지 진행된 이사진 교체보다 앞으로의 일에 긴장하고 있다. 바로 케빈 워시(41)의 사임이다. 그는 지난달 사표를 제출했다. 3월 31일자로 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조지 W 부시에 의해 2006년 임명됐다. 역대 최연소 이사여서 화제가 됐다. 그의 정식 임기는 2018년까지다.

내년 1월 말이면 또 다른 이사 한 명이 FRB를 떠난다. 엘리자베스 듀크(52)다. 그도 부시 전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다. 이사 한 명이 사임하는 바람에 잔여 임기를 채우는 조건이었다. 그 임기는 내년 1월 말까지다. 중도 사퇴는 아니다.

두 사람이 떠난 자리도 모두 오바마가 채워야 한다. 공석으로 남겨둘 수 있지만 FRB 법이 정한 이사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금융통화정책 정당성이 공격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오바마는 내년 2월이면 달러 신전인 FRB를 모두 자기 색으로 칠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그것도 첫 임기 3년 만에 말이다.

존 우드 미 웨이크포레스트대 교수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FRB의 아버지인 윌슨도 5명 임명에 그쳤다”며 “첫 번째 임기 만에 FRB 이사 7명을 모두 임명한 대통령은 오바마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드 교수는 영국과 미국 중앙은행역사의 저자다.

이는 오바마 집권 플랜에도 없는 일이었다. 그는 대통령 임기 시작에 맞춰 FRB 이사들이 중도 사퇴하거나 임기가 다 돼 물러나는 바람에 뜻밖의 전리품을 차지하게 된 셈이다. 그의 백악관 참모들은 요즘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백악관 참모들이 시장의 존경을 받으면서도 오바마 철학에 맞는 사람을 찾기 바쁘다”고 전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자기 경제 브레인 가운데 야당이 인정할 만한 실력을 갖춘 인물을 이사로 선임하곤 했다. 오바마가 자기 사람을 이사로 지명한다고 해서 흠잡을 수는 없는 셈이다.

오바마의 FRB 접수에 대해 월가도 긴장하고 있다. 이미 그들은 오바마가 임명한 이사들의 성향에 충격받은 바 있다. 오바마가 금융 법규 전문가들을 이사 자리에 앉혔기 때문이다. 월가가 부담스러운 규제 전문가들이 FRB에 입성한 셈이다. 게다가 이달 말에 물러나는 워시는 FRB 현 이사진 가운데 유일한 ‘월가 사람’이다. 그는 모건스탠리의 인수합병(M&A) 전문가였다.

내년 1월 말 물러나는 듀크도 금융계 출신이기는 하지만 월가 사람은 아니다. 여성인 그는 버지니아 지역 은행과 와코비아에서 부행장까지 지냈다. 얼핏 보면 월가와 가까워 보이지만 미 금융 역사를 보면 월가와 지역 은행은 치열하게 경쟁했다. 서로 앙숙인 셈이다. 결국 월가는 워시가 사임하면 FRB에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할 통로를 잃어버리게 된다.

균형 깨져 보수진영 경악
다급해진 월가는 공화당을 움직였다. 오바마의 FRB 장악을 최대한 견제하기 위해서다. 공화당 내에서 월가 대변인을 하는 인물이 바로 앞서 소개한 리처드 셸비 의원이다. 앨라배마 출신인 그는 94년까지 민주당 의원이었다. 오바마 쪽에서 보면 변절자다. 그는 오바마가 지명한 다이아몬드 교수가 “구시대적인 케인스 이론을 바탕으로 금융정책을 쓰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상원 의석분포는 여전히 민주당 우세다. 오바마가 민주당 보수파만 설득하면 FRB 이사 자리에 자기 사람을 앉힐 수 있는 여건이다.

워시의 사임은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FRB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중시하는 인물이 없어지는 것이다. 워시는 성장을 중시하는 비둘기파와 경제상황에 따라 긴축과 팽창 정책을 적절히 써야 한다는 중도파로 가득한 FRB 내에서 인플레 파이터(매파)로 구실했다. 버냉키 의장이 6000억 달러에 이르는 2차 양적완화(QE) 정책을 내놓자 워시가 강하게 반발했다.

오바마는 2009년 취임 이후 줄곧 비둘기파나 중도적 성향인 인물을 이사로 지명했다. 공화당의 사보타주에 시달리고 있는 다이아몬드 교수는 성장과 고용, 복지를 중시하는 인물이다. 금리 인상에 적극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FRB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사실상 결정한다. FOMC 정원 12명 가운데 과반수가 FRB 이사들이어서다. 나머지 다섯 자리는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교대로 맡는다. 이들 가운데 매파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들은 금리를 결정할 때 정작 투표권이 없는 경우가 잦다.

존 우드 교수는 “세계 유동성의 샘물인 미 중앙은행이 비둘기로 가득 찼다”며 “미국인들이 80년대 초반처럼 인플레 억제를 적극 지지하지 않는 한 FRB는 성장과 일자리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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