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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담그기 달인들

볕 좋은 날에 평촌마을 사람들과 슬로시티 위원들이 모여 간장을 담갔습니다. 바람 많은 음력 2월을 피하고, 뱀 날도 피하고, 하늘이 맑은, 말 날에 담가야 장맛이 좋다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날을 아주 잘 받았습니다. 꾸역꾸역 모여든 일손은 많았으나 일손만큼 말도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시끌벅적한 속에서 웃고 떠들며 즐겁게 일했습니다. 여럿이 모이면 그 재미로 일합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사내들은 5년 묵은 천일염으로 간수를 만들었습니다. 소화전 물을 끌어다 항아리도 닦고 이리저리 옮기는, 주로 힘쓰는 일에 동원됐습니다. 아낙들은 마른 항아리 안에 꿀 묻힌 약쑥을 태워 소독하고, 장 담그기 명인 할머니의 지휘 아래 메주와 간수의 비율을 따져가며 정성스레 장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참숯과 빨간 고추, 대추와 참깨를 띄우고, 메주가 간수 위로 뜨는 것을 막기 위해 쪼갠 대나무를 열십자로 눌러 고정했습니다. 한지로 항아리 입구를 막고 뚜껑을 덮은 다음, 부정 타는 것을 막기 위해 왼쪽으로 꼰 새끼에 빨간 고추, 푸른 솔가지, 검정 숯을 엮은 금줄을 항아리에 두르면 장 담그기가 마무리됩니다. 전통은 아낙들의 살림살이를 통해 이어집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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