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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 경제는 6.1% 성장했다. 8년 만의 최고치다. 그런데 복병이 등장했다. 물가가

지난해 우리 경제는 6.1% 성장했다. 8년 만의 최고치다. 그런데 복병이 등장했다. 물가가 연초부터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정부는 올해 목표로 경제성장률 5%와 소비자물가 상승률 3% 미만을 제시했다. 하지만 1월 물가상승률은 4.1%, 2월은 4.5%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고공행진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이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는 올 2분기까지는 물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북아프리카·중동발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마저 급등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주가의 관계를 보면 흥미롭다. 2000년 이후 주식시장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미만으로 유지될 때 강세를 보였다. 3.5%를 넘어가면 증시는 약세인 경우가 많았다. 소비자물가가 빠르게 오를 때 상대적으로 소득은 빠르게 늘지 않는다. ‘다 오르는데 안 오르는 건 내 남편 월급뿐’이란 말도 있지 않나. 결국 가파른 물가 상승이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기업 실적 부진으로 이어져 증시가 맥을 못 췄다.

최근 물가 상승의 주된 요인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과 풍부한 유동성이 꼽힌다. 2008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다. 금리를 낮춰 시장에 돈을 풀었다. 이렇게 돈이 풀리면서 전 세계가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고 경기가 회복될 수 있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원자재 시장으로 돈이 흘러 들어가면서 투기적 수요가 유발됐다. 경기 회복으로 인한 수요 증가에 투기세력까지 가세하면서 농산물·철강·금속 등 원자재 가격은 치솟고 있다.

여기에 급등하는 국제유가 또한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원유를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는 유가 급등이 큰 부담이다. 리비아의 원유 수출이 전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남짓으로 작다. 그렇지만 수요와 공급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작은 공급 변화는 수급 불안을 야기해 유가를 단기간에 10% 넘게 밀어 올렸다. 알제리나 이란 등 산유국까지 사태가 확대되면 그 여파가 얼마나 될지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최근 물가 상승은 경제를 전방위로 포위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 파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 들어 이머징 국가들의 물가 불안이 대두하자 외국인들은 이머징 시장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 우리 시장에서 5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증시 향방의 키를 쥔 세력이 외국인이다. 이들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시장에는 낙관론자들이 여전하다. 그들은 ‘수급 앞에 장사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시장에 돈이 많이 풀려 있는데 주가가 당연히 오르지 않겠느냐고 기대한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시간이 지나면 현실에 대한 이성으로 바뀐다. 현재의 물가 수준은 기대감으로 덮기엔 심각한 문제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현재의 유가 수준은 분명 선진국의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회복이 온전하지 않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의 경제 체력으로 현재의 원자재 가격 상승을 계속해 견뎌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거시경제 지표들은 불안감을 자극한다.

현재 시장은 유동성이라는 ‘황소’와 소비자물가 불안이라는 ‘곰’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단기적으로 황소가 이길지 모른다. 그러나 길게 보면 공격적으로 투자 비중을 높이기엔 부담스럽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지 않는 한 앞으로 1분기나 2분기 동안에는 물가 불안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문제가 우리 증시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욕심부리는 투자보다는 기대 수익률을 낮추고 안전운행에 목표를 두고 서행해야 하는 시점이다.



최정용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학교 ‘가치투자연구회’ 1대 회장을 지냈다. 2009년 자문사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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