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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의 쓰나미를 경계하라

이웃 나라 일본이 아비규환이다. 규모 8.8의 강진과 10m 넘는 쓰나미가 온 나라를 덮쳤다.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제대로 집계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크고 작은 지진이 끊이지 않는 일본에서 웬만한 빌딩은 규모 7.0 정도의 지진엔 끄덕없게끔 설계된다. 그러나 역사상 전례 없는 대지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On Sunday

해안가 마을과 논밭을 검은 물결이 휩쓸고 가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많은 재난영화를 봐 왔지만 그 어떤 컴퓨터그래픽으로도 묘사할 수 없는 죽음의 노도에 공포의 전율을 느끼게 된다. 집과 자동차를 집어삼키며 마을을 초토화한 뒤엔 어김없이 불길이 치솟았다. 불을 끄는 게 물인데, 성난 자연은 인간세계를 휩쓸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이래서 화마(火魔)ㆍ수마(水魔)라는 표현이 나왔나 싶다.

천만다행으로 한반도엔 별 영향이 없었다. 하지만 안심할 일만은 아니다. 이미 우리 사회엔 ‘쓰나미 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분열의 쓰나미 말이다. 지역ㆍ계층ㆍ성ㆍ학력 등 만성화된 분열상은 차치하고라도 최근 들어 전혀 새로운 분열의 모습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예전엔 양단간의 갈등 양상이었다면 이번엔 3자 간의 반목이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당초 충청권으로 가게 돼 있었던 게 이명박 대통령의 ‘원점에서 재검토’ 발언이 나오면서 내홍에 휩싸였다. 경북권이 강하게 유치를 주장하자 호남권도 질세라 뛰어들었다. 심지어 이렇게 싸울 바엔 한 뭉치씩 떼어 나눠 갖자는 얘기도 나온다. 솔로몬 앞에 선 ‘가짜 엄마’의 궤변과도 같다.

동남권 신공항도 마찬가지다. 대구ㆍ경북ㆍ경남에선 삭발식까지 하며 결의를 다지고 있고 부산도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자세다. 이에 수도권 의원들마저 백지화를 거론하며 논란에 가세했다. 여권에서는 “한나라 세 가족 됐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종교 쪽은 또 어떤가. 기독교와 불교의 해묵은 갈등에 최근엔 수쿠크법 논란이 더해지면서 이슬람교까지 엮였다. 어느 목사로부터 ‘대통령 하야 발언’이 나왔고, 급기야 대통령이 무릎을 꿇는 장면까지 등장했다. 갈등 수위가 임계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이러다 나라가 사분오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쓰나미가 일본을 강타했지만 주민들의 대처는 침착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공동체의식, 단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기에 가능했다. 우리도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태가 터지자 모두 단합하고 힘을 모았다. 하지만 정치적 갈등으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각계 엘리트의 각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정부와 청와대에도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국회의원 등 이해 당사자들도 사회통합을 위해 좀 더 자중할 때다.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 할수록 분열의 파고는 높아 갈 뿐이다.

일본에서도 11일 대지진에 앞서 두 차례의 예고 지진이 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도 분열상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자연의 쓰나미는 막을 도리가 없지만 분열의 쓰나미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알면서도 당해 온 게 인간사, 오만과 아집의 역사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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