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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담은 노래 ‘행복찾는통기타’





거리공연으로 불우 아동 돕는 자선모임



어려움을 겪는 아동을 위해 노래하는 이들의 모습이 꽃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왼쪽부터 채윤숙·조한용·성원식·최찬규씨. [조영회 기자]



통기타 하나면 충분했다. 위기 아동을 돕고 싶은데 생활은 빠듯하고… 노랫말 가사처럼 ‘가진 거라곤 기타 하나 동전 한 잎뿐’인 사람들이 가정 잃은 아이들에게 행복을 선물했다. 아이들에게 그들은 부모나 다름없었다. 비 오고 눈 오고 땡볕이 내리쬐고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날에도 사람이 다니는 거리면 어디서든 노래를 불렀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서였다. 사랑 담긴 추억의 노래에 모든 이가 감동했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나만의 노래를 그들을 위해 부르다



‘행복찾는통기타’ 멤버는 모두 네 명. 성원식(54·갑을오토텍), 최찬규(46·문화센터 강사), 조한용(46·알카텔 진공코리아), 채윤숙(40·가사)씨는 기타로 인연을 맺었다.



 천안의 한 기타 모임에서 만난 원식·찬규씨가 자신들을 위한 음악을 지역을 위해 사용하자고 뜻을 모았다. 음악모임 뒤 술자리를 끝으로 헤어지는 곳에서는 진정한 행복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뜻에 동참하는 회원들은 아무도 없었다. 2005년 모임에서 탈퇴한 두 명은 모금활동을 위해 무작정 거리로 나섰다. 이듬해 3월 사람들이 붐비는 천안 신부동 ‘먹자골목’ 인근 공원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처음엔 지켜보는 사람도 공연하는 사람도 모두 어색했다. 젊은이가 많이 찾는 도심공원에서 중년 남성이 부르는 노래는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했다. 첫 공연으로 5만원을 모았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사람들이 모였다. 모금액도 꾸준히 쌓여갔다. 고사리 손으로 돼지저금통을 들고 온 아이, 아이스크림 사먹을 돈을 모금함으로 가져온 학생, 복권을 넣고 간 어르신도 있었다. 박수로 응원하는 시민들을 보며 가슴이 벅차 오름을 느꼈다.



 의미있는 활동에 한용씨와 윤숙씨가 동참했다. 통기타 라이브 공연과 젊은 시절 록(rock)밴드 활동을 한 적이 있는 이들은 열정적인 그들의 공연에 조건 없이 함께 하기로 했다. 이마트 (천안점)와 망향휴게소(하행)를 옮겨 다니며 매주 공연을 이어갔고 5년 동안 7200만원을 모았다.



가정불화로 보금자리를 잃은 아이들의 새 집(그룹홈)을 마련하는데 사용했다. 입주하는 날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멤버 모두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기타 둘러메고 산 오르는 사람











봄이 왔지만 쌀쌀한 바람이 아직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8일 오전. 원식·찬규씨가 산중공연을 위해 통기타를 메고 천안 광덕산을 올랐다.



 등산로 입구부터 매서운 칼바람이 산허리를 휘어 감았다. 하늘을 보니 구름이 빠르게 흘렀다. 쌀쌀한 날씨에도 땅을 비집고 나온 푸성귀들이 고개를 들고 봄을 알렸다. 겨우내 쌓인 눈이 녹아 흐르는 계곡물 소리는 청명함을 더했다.



 정상에 오르자 시산제를 지내는 산악회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공연장소는 맞바람이 자주 부는 곳이었다. 바람피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기타를 잡는 순간 손이 오그라드는지 멤버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어차피 시작했으니 버텨보자며 공연을 이어갔다. 등산객들이 나눠준 떡과 따뜻한 음료로 추위와 배고픔을 달랬다.



 공연을 마친 이들의 표정에는 피곤함이 역력했지만 산을 내려오는 내내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올라갈 때와는 다르게 내려 올 때 부는 바람엔 살짝 봄 내음이 묻어 나왔다.



공연장소 없는 냉혹한 현실 … 좌절은 없다



이틀 뒤 천안시 쌍용동 한 카페에서 멤버들을 모두 만났다. 요즘 이들에겐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제대로 된 공연장소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년 간 해온 망향휴게소 모금활동도 중단됐다.



 다른 모임에서 한 모임에만 특혜를 준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휴게소 측이 모금활동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마트나 신부동 터미널 앞 광장도 생각해 봤지만 장소를 허락 받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광덕산이었다. 이마저도 등산로 입구에서 공연을 하다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와 할 수 없게 됐고 결국 산 정상까지 올라가 공연을 하고 있다.



 상황이 어려워졌지만 ‘행복찾는통기타’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위기 아동들이 행복한 모금자리에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지속적으로 돕기 위해서라도 공연을 중단할 생각은 없다. 원식씨는 “올해도 거리공연과 산중공연을 조화롭게 이끌어 아이들에게 충분한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윤숙씨의 생일이기도 했다. 멤버들이 돌아가며 ‘내사랑 내곁에’(김현식), ‘웃어요’(오석준), ‘우리사랑이 필요한거죠’(변진섭) 등 ‘7080 노래’로 선물을 대신했다.



끝으로 멤버들이 부르는 ‘겨울아이’(이종용) 노랫소리가 30여 ㎡ 남짓 작은 공간 가득 울려 퍼졌다. 중간에 인사를 건네고 카페 문을 나서자 밖으로 흘러 나오는 은은하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따뜻한 봄 천사들의 아름다운 합창소리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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