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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금낭비 스톱!] “흥청망청 혈세 쓰는 자치단체, 미·일처럼 파산시켜라”





‘공정한 사회 구현’ 세미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 중앙일보 공동 주최



1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한 전략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국정과제 공동세미나에서 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왼쪽 첫째)가 공공·문화분야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김도훈 인턴기자]





“지방자치단체·공기업에 천문학적인 빚이 쌓이고 있다. 이대로 가면 ‘살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박응격 행정연구원장)



 “한마디로 ‘내 일을 남의 돈으로 하지 않는 것’이 공정 사회다.”(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한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한 전략과 과제’ 공동세미나 둘째 날인 10일 쏟아진 경고다. 공공·문화와 자원인프라 분야가 대상이 된 이날 토론에서는 세금 낭비를 막을 대책도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각종 공조직의 방만한 재정 운용이나 선심 행정으로 납세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되풀이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부실 지자체 파산 등 특단의 대책을 도입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지자체 파산제 도입해야”=행정연구원은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한 선진국형 정부 행정시스템 확립 방안’에서 지자체 파산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부당한 예산 집행으로 세금을 낭비한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해선 형사 처벌과 함께 금전적 책임도 추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응격 원장은 “세금은 내 돈이 아니니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는 식의 발상이 판을 치고, 그러다 일이 터지면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행태가 지속되는 건 큰 문제”라며 “납세의무만큼이나 납세자의 주권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1998년 63.4%에서 지난해 52.2%로 떨어졌다. 지방세 수입으로는 인건비도 못 대는 곳이 절반을 넘지만 호화 청사 건립, 각종 전시성 행사 등에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는 빈발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재정난에 빠지더라도 중앙정부가 도와줄 것이란 ‘암묵적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 지자체 재정에 대한 상시적인 진단과 조기경보제, 파산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공정 사회가 강조될수록 예산 낭비와 정부의 비효율 문제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란 지적이다. 복지정책이 확대되면서 정부의 규모와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복지예산이 매년 급증세를 보이면서 국방비의 2배를 넘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부당하게 복지 혜택을 받는 부정 수급, 공무원의 예산 횡령 사례가 늘어나는 등 도덕적 해이도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일들을 방치했다간 복지정책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행정연구원은 복지 혜택 부당 수급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등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낭비되는 예산을 줄여 이를 ‘복지 사각지대’에 투입하면 정책의 체감 효과도 높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시민 참여가 관건”=공정 사회를 만드는 데도 ‘공짜 점심’은 없다. 특히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깨어 있는 시민정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본지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에 공감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납세의무와 예산 감시 의무 중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절반 이상의 응답자(56.3%)가 “둘 다 중요하다”고 답했다. 감시 의무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13%에 달했다. 4대 의무로 불리는 납세의무만큼이나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감시할 의무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를 지원할 시스템이다. 민간기구인 국제예산협력단체(IBP)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예산투명성지수(OBI)는 100점 만점에 71점으로 영국(87), 프랑스(87), 미국(82) 등 주요 선진국들에 못 미쳤다. 예산안 편성·집행 과정에서 그 내용을 국민에게 제때 설명하고, 시민들이 예산 편성과 집행 감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가를 따진 결과다. 이 때문에 시민들이 예산 감시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예산 편성·집행과정에 대해선 ‘모른다’(56.7%)가 과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시민 참여의 확대는 ‘공정한 정부’로 가는 첩경이기도 하다. 특히 예산 편성에 과도한 정치논리가 개입하고, 국책사업을 둘러싸고 지역 이기주의가 횡행하는 상황에선 더 그렇다는 지적이다. 윤재풍(도시행정학)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국가의 이익이 모든 이익에 우선했지만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집단과 지역, 개인의 이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면서 “갈등을 줄이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행정 절차와 결정 과정이 투명해야 하고 관련 정보도 공유돼 모든 당사자들이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조민근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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