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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이 티켓 끊어주고 황정민이 카메오로 나옵니다




1990년대 ‘지하철 1호선’ ‘의형제’등 학전 무대에서 연기 인생을 시작했던 명배우들이 6일 다시 모였다. 지금은 한국 영화·연극계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기둥들이다. 왼쪽부터 방은진·설경구·남문철·장현성·황정민·김윤석씨. [김태성 기자]


6일 밤 서울 대학로의 학전블루 소극장. 김민기(60) 대표가 배우들과 함께 뮤지컬 ‘의형제’를 연습하고 있었다. 철문이 빼꼼 열렸다. 배우 설경구(43)씨였다. 내로라하는 스타가 들어왔지만 노래는 계속 흘렀다. 설씨가 김 대표 앞에 가 넙죽 절을 했다. “아이고, 웬 절은.” 짧은 인사가 오가고 연습은 다시 이어졌다.

 설씨는 연습실 구석의 의자에 앉았다. 기울어지고 망가진 의자 몇 개엔 이미 톱스타들이 모여 앉아있었다. “칠겡구 형 왔네”라며 황정민(41)씨가 장난을 걸었다. 한 칸 건너엔 김윤석(43)씨도 있었다. 방은진(46)·남문철(39)·배해선(37)·장현성(41)·이종혁(37)씨 등 굵직굵직한 배우들도 함께였다. 이들은 밤이 깊어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가만히 앉아 연습을 지켜보는 게 이날 일이었다.

 이들은 모두 학전이 키워낸 배우다. 20주년 기념공연 소식에 연습실을 찾았다. ‘명배우 인큐베이터’라는 학전의 별칭을 웅변하는 장면이었다. 20년 동안 학전을 이끈 김민기 대표는 “오늘 온 사람들 개런티 다 더해보라”며 농담을 했지만 시선은 연습 중인 배우들을 떠나지 않았다. “친정에 놀러 온 거지. 법석 떨 거 없어요. 정신이 하나도 없네.”




학전 20주년 기념공연을 준비 중인 김민기 대표.

 ◆‘학전’을 새긴 배우들=연습실의 노래는 계속됐다. “빚을 갚기 전까진 아무 것도 내 건 없지. 갚아야만 해.” 구석에 앉은 오비(OB)들이 합세했다. “하지만 뭘로. 갚지 못할 땐, 그땐 돌려줘야지.” 약속이라도 한 듯 충무로 스타들이 학전의 오래된 노래를 합창했다.

 황정민씨는 “이 노래들은 내게 국민의례 같다”고 했다. “그 쿡 찌르면 툭 나오는 것 있지 않나. 스물넷에 ‘지하철 1호선’ 오디션 봐서 학전에 들어왔는데 노래들이 하도 몸에 익어서 절로 나온다. 도저히 지울 수 없는 젊은 날의 흔적·상처, 그런 거다.”

 황씨는 20주년 기념공연 중 ‘지하철 1호선’ 축약 무대에 건달 ‘빨래판’ 역으로 카메오 출연한다. “섭외 전화를 받았을 때 생각도 안 해보고 오케이 했다. 전화 끊고 운전 하면서 대사를 해봤는데 하나도 안 빠지고 다 기억이 나더라.” 황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연극무대에 섰다. “더 화려하게, 더 잘 할 생각만 할 때 학전은 기본기를 가르쳤다. 생각해보면 그때 에너지로 지금까지 온 거다.”

 김윤석씨는 이날 색다른 방식으로 연습에 참여했다. ‘의형제’ 마지막 장면에서 경찰1·경찰2 역을 맡아 연습을 도운 것. “저 여자 뭐야?” “끌어내!” 그는 기념공연에도 독특하게 출연한다. “티켓 창구에서 표 끊고, 관객 안내도 담당한다. 하하.”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와서 기념공연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가족 같아서다. 당시 뮤지컬을 장기 공연하는 곳은 학전뿐이었을 거다. 3~4개월씩 같이 먹고 자고 땀냄새 맡다 보니 여간 끈끈한 사이가 된 게 아니다.”

 김씨는 1997년 ‘지하철 1호선’ 부산 공연에서 연출부로 인연을 처음 맺었다. 정극배우였지만 학전에서는 뮤지컬을 만들고 출연했다. 그는 학전을 “예술이라는 막연한 대상을 구체화한 곳”이라 설명했다. “주위에 있는 모든 것으로 작품을 표현하는 김민기 선생님에게 많이 배웠다.”

 ◆“유일하게 계약서 써준 극단”=이날 배우들은 한결같이 김민기 대표의 꼼꼼함·정확함을 기억했다. ‘귀신을 속이지 김민기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있었다 했다. 방은진씨는 “노래에 대한 기준이 얼마나 높은지 몰라요. 전 노래를 점점 더 못하게 됐어요. 하도 바이브레이션 하지 말아라, 잘 못 부른다 하시니까 점점 위축돼서”라며 웃었다. 그는 “그땐 몰랐지만 돌이켜보면 배우로 학전에 있었단 자체가 큰 축복”이라 말했다. 배해선씨는 “수많은 배우에게 학전은 엄마 뱃속 같은 곳”, 이종혁씨는 “거칠고 투박한 열정뿐인 젊은이를 배우로 만든 곳”이라 학전을 표현했다.

 설경구씨에게 학전은 “용기를 준 곳”이다. “나는 낯을 가리고 수줍음도 많이 탄다. 스물다섯이었나, 극단 한양 레퍼토리를 나와서 학전에서 포스터 붙이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포스터 가지러 사무실에 왔다 만난 김민기 선생님이 출연을 권했다. 노래도 춤도 못 춰서, 오디션 봤으면 떨어졌을 거다.”

 김 대표가 그를 발탁한 건 건강함과 성실함이 보여서였다. 설씨는 4년 동안 ‘지하철 1호선’의 80여 개 역할을 다 하고, ‘모스키토’에서 1인 15역까지 소화해 김 대표의 예감이 맞았음을 증명했다. 설씨는 “당시 대학로에서 배우에게 서면 계약서를 주는 곳은 학전뿐이었다. 미니멈 개런티에 흥행 개런티까지 보장해주는 바람에 출연 3년 만에 내가 대표보다 돈을 많이 받았다”라고 했다. 사람을 보는 눈과 정당한 신뢰가 명배우를 배출한 비결인 것이다.

 300여명의 배우를 길러낸 김민기 대표만이 “배우 사관학교? 그거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내가 연기를 했던 사람도 아니고, 그저 관객 대표였을 뿐”이란 설명이다. “객석에서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배우에게 알려주는 역할뿐이었다. 배우는 제멋에 취하기가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걸 잡아주기만 했던 거다.” 그는 오히려 “똑같이 학전에서 출발해 스타가 된 동료를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수많은 배우가 눈에 밟힌다. 이쪽에 있는 사람들이 감수성이 또 얼마나 여린데, 그 사람들 챙기는 게 내 일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번 기념공연에 출연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출신 배우에게 더욱 신경을 쓰고 있었다. 설경구·황정민도 학전의 연습실에서만큼은 별다른 대접을 받지 못했던 이유다.

글=김호정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학전을 거쳐간 사람들

▶지하철 1호선

-영화·드라마 배우 : 설경구·황정민·김윤석·조승우·방은진·장현성·남문철·오지혜

-뮤지컬·연극 배우 : 배해선·김무열·서범석·이주원

-가수 : 나윤선

▶모스키토

-설경구·황정민·신성록·유선·조순창·서영희

▶의형제

-김윤석·황정민·조승우·문정희·이종혁

▶개똥이

-윤도현·이정렬


학전 20주년 기념공연

▶‘지하철 1호선’에서 ‘고추장 떡볶이’까지

10~20일 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4시.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22~30일 평일 오후 8시, 토·일 오후 4시.

※15일 공연 없음. 02-763-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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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