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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경제 콘서트(46) ‘남한산성’

앞글에 이어집니다. 콘서트(43~45)를 먼저 읽어 주십시요.

********************



/최명길이 말했다.

- 상헌의 답답함이 저러하옵니다. 군신이 함께 피를 흘리더라도 적게 흘리는 편이 이로울 터인데, 의(義)를 세운다고 이(利)를 버려야 하는 것이겠습니까?



김상헌이 말했다.

- 명길의 말은 의도 아니고 이도 아니옵니다. 명길은 울면서 노래하고 웃으면서 곡하려는 자이옵니다.



최명길이 또 입을 열었다.

- 웃으면서 곡을 할 줄 알아야...



임금이 소리 질렀다.

- 어허/



김훈의 장편소설 남한산성의 한 대목입니다.

신하와 신하, 신하와 왕은 산성에 갖혀서도 그렇게 서로에 갖혀 있었습니다.



작년 9월 중국과 일본이 센가쿠열도(중국어 釣魚島)에서 충돌합니다. 중국 어부들의 고의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적반하장, 중국이 오히려 협박합니다. 그곳은 원래 중국 땅인데 왜 너희들이 선량한 우리 어민을 체포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지요. 베이징 주재 일본 대사를 몇 차례 소환합니다. 나중에는 희토류를 무기 삼아 일본을 압박합니다. 우린 그 결과를 잘 압니다. 결국 일본이 무릅을 꿇었지요.



주변 국가들은 중국의 '근력 외교'에 쫄아야 했습니다.



중국이 거세게 밀어붙이는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중국 군부? 외교부? 공산당? 아닙니다. 근본적인 힘은 바로 중국인들의 '중화주의' 사고에서 나왔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당시 인터넷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넷티즌들은 '일본 타도', '조어도는 중국땅' 등을 외치며 궐기했습니다. 금방이라도 일본으로 쳐들어갈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요즘 중국 정부는 정책을 추진할 때 여론에 민감합니다. 중국 정부의 정책은 더 강경해졌지요.



중국인들은 동아시아에서 차지하던 중화 민족의 옛 명예를 되찾아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중국보다 한 수 위인 오랑케가 하나 있습니다. 일본입니다. 옛날에는 천자의 나라에 굽실대던 일본이 쪼금 살게 됐다고 중국과 각을 세웁니다. '산에 두 마리 호랑이는 용납될 수 없는 법(一山不容二虎)', 일본과의 대결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앞으로도 중국과 일본은 자주 충돌할 겁니다. 일본이 '따거(大哥)'할 때까지 말입니다. 그게 바로 마틴 자크가 말하는 '조공시스템'의 일단입니다.







지도로 놓고 보면 분명 베트남의 앞바다임에도 중국은 그곳을 자기 땅이라고 우깁니다. 이를 두고 중국의 영토 야욕이라고 합니다. 야욕이 아닙니다. 그들은 그곳을 정말로 자기 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중국이 지배했었다는 논리'입니다. 그렇게 치면 아시아 땅 어느 곳도 지들 땅이 아닌 곳이 없을 겁니다. 베트남이나 필리핀으로서는 환장할 노릇입니다. 중국의 제국주의적 중화사고가 지속되는 한 이 지역의 분쟁도 그치지 않을 겁니다.



경제적으로 그곳은 꼭 중국이 장악해야 하는 곳입니다. 중요한 석유 수송루트니까요. 지켜야할 것이 많아진 중국은 해군력을 강화할 겁니다.



저의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신경진 기자가 쓴 글 중 일부입니다.



/중국의 해양 전략을 상징하는 게 바로 ‘섬 사슬’을 뜻하는 ‘도련(島鏈)’ 해양 방위 경계선이다(아래 사진 왼쪽). ‘제1 도련’은 오키나와-대만-남중국해로 연결되고, ‘제2 도련’은 미국령 사이판-괌-인도네시아로 이어진다. ‘도련 전략’이 만들어진 것은 1982년이다. 류화칭(劉華淸·유화청) 당시 해군사령관이 ‘2010년까지 제1 도련 안의 제해권(制海權)을 확립해 내해(內海)화하며, 2020년까지 제2 도련 내의 제해권 확보, 그리고 2040년까지는 미 해군의 태평양·인도양 지배를 저지한다”는 내용의 해군 해양계획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끔찍한 얘기입니다. 주변에 있는 나라들이 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동남아시아는 아주 빨리 '조공 권역'으로 편입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범아시아 고속철도'입니다(사진 오른쪽). 중국은 동남아시아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고속철도 망 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총 연장 1만 5000㎞, 12·5규획 마지막 해인 2015년까지 기본적인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랍니다. 해당국과 공사비 협상을 벌이겠지만, 상당 부분 중국이 부담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고속철도 강국입니다.



중국은 이미 동남아 국가와 FTA를 체결했습니다. 작년부터 경제 장벽을 무너뜨렸지요. 여기에 중국과 내통하는 철도까지 들어선다면, 동남아시아 경제의 중국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겁니다.



윈난성 쿤밍(昆明)과 미얀마의 양곤을 잇는 서선(중국·미얀마 고속철도)를 가장 빨리 건설할 예정이랍니다. 중국 측 노선 공사는 이미 착공했고, 3월부터는 미얀마 역내에서도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됩니다. 이 공사가 끝나면 중국은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도 중동산 석유를 들여올 수 있습니다. 중국 석유 수송 루트에 혁명적인 변화가 오는 것이지요. 중국은 모든 비용을 다 대서라도 공사를 하려고 할 겁니다.



4월부터는 윈난성 다리(大理)와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태국 방콕을 연결하는 중선 공사를 착공합니다. 2015년 이 노선이 완공되면 베트남 등을 거치지 않고도 말레이시아를 통해 싱가포르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지요.



어찌 동남아만의 이야기이겠습니까. 동북아 역시 중국경제에 너무도 깊숙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출의 대중국 의존도가 30%에 이르고, 대만은 50%가 넘습니다. 일본 역시 20%를 초과하고 있고요. 중국 경제에 감기기운이 있으면 주변 국가들은 심한 몸살에 시달리게 될 겁니다. 중국 외교에서의 '근력'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대륙의 찬 기운이 점점 더 우리 살 갓을 애리게 하고 있는 겁니다.



김훈 소설 '남한산성'은 삼전도를 이렇게 추억합니다.



/조선 왕이 말에서 내렸다. 조선 왕은 구층 단 위의 황색 일산을 향해 읍했다.



정명수가 계단을 내려와 칸의 말을 조선 왕에 전했다.

- 내 앞으로 나오니 어여쁘다. 지난 일을 말하지 않겠다. 나는 너와 더불어 앞 일을 말하고자 한다.



조선 왕이 말했다.

- 황은이 망극하오이다.



그 때 청의 사령이 목정을 빼어 길에 소리쳣다.

- 일배요!/



대륙의 기운이 점점 외부로 치뻗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나요?

우리는 혹 '남한산성'에 있는 것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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