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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장 마치면 평판사로 일하게 대학교수와 같은 제도 만들어야”





‘기수에 밀려’ 법복 벗은 이재홍 전 서울행정법원장





“법원장에서 물러나도 은퇴할 때까지 평판사로서 일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면 제가 법원을 떠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이재홍(55·사시 19회·사진) 전 서울행정법원장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앞 찻집에서 만났다. 서초동 법원청사는 28년간 판사의 길을 걸어온 그가 고법 판사와 지법 부장판사, 고법 부장판사, 그리고 법원장으로 일했던 곳이다. 그는 법원 쪽을 바라보며 “정말 법원을 그만두기 싫었다”고 거듭 아쉬움을 나타냈다. “판사 생활이 그만큼 행복했기 때문”이라는 얘기였다.



 이 전 원장은 부장판사 시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배임 사건, 국정원 불법감청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도맡았다. 이상훈(55) 신임 대법관과 함께 최근 두 번 연속으로 대법관 최종후보군에도 들었다. 그러나 지난달 법복을 벗고 로펌(김앤장)행을 택했다.



 “대법관이나 헌재 재판관이 되지 못하면 법원을 떠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후배들 자리도 마련해 줘야 하고요.”



 이 전 원장은 “대학은 학장 임기가 끝나면 평교수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잖아요. ‘법원장 임기제’를 시행한다면 떠밀려서 법원을 나가는 ‘전관’은 생기지 않을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후배 법관들과 격의 없이 어울려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그가 청주지법원장을 그만둘 때 판사들은 헹가래를 치며 환송했다. 서울행정법원장을 지낼 땐 판사 팔씨름 대회를 열었다. 팔 받침대가 있는 테이블 형태의 정식 팔씨름 경기대까지 자체 제작해 후배들과 일합을 겨뤘다.



 독특한 행보만큼이나 판결도 화제를 모았다. 2007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개인돈 8400억원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문화시설 등을 짓고 준법 경영을 주제로 강연과 기고를 하라”는 사회봉사 명령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이 판결은 논란 끝에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그러나 이 전 원장은 “기부도 ‘재능 기부’가 있듯 형벌도 다양화 돼야 한다. 돈을 탐한 사람에겐 횡령한 돈의 10배를 내는 사회봉사가 더 큰 형벌이고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정원 불법감청 재판은 임동원·신건 등 전 국정원장 두 사람을 앞에 놓고 재판장이 직접 토론 진행자처럼 주제별로 질문을 던지는 ‘난상토론’ 방식으로 진행했다. 단지 “재판이 재미있다”는 이유로 구경하러 오는 ‘고정 방청객’까지 있을 정도였다.



글=구희령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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