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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국방개혁, 지휘구조 뒤흔들 때 아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과




고대 중국의 마키아벨리로 불리는 한비(韓非)는 저서 『한비자(韓非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安危在是非, 不在於强弱, 存亡在虛實, 不在於衆寡(국가의 안전과 위기는 시비를 가리는 데 있지 강약에 있지 않으며, 국가의 존망은 지도자의 허와 실에 달려 있지 병력 수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 한마디로 국력의 강약이나 군사력의 규모보다는 주어진 환경에 대한 객관적인 현실 인식과 지도자의 내실 있는 정책이 국가안보에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논의되고 있는 국방개혁의 성격과 방향을 들여다보면 ‘안보현실에 대한 시비’와 ‘지도자의 내실’에 한계가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우선 시비 부분을 보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군의 무기력한 대응을 질타하며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국방부는 합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합동군사령관을 신설하고 합참의장이 이를 겸임하는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을 최종안으로 마련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무늬만 3군의 합동성 강화를 취하고 있을 뿐 실상은 육군 주도하의 통합군 형태에 가까워 보인다. 



 특히 이러한 개편이 천안함·연평도 사건과 어떤 인과관계에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주지하다시피 천안함 사건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군이나 정보 당국의 허술한 정보력과 취약한 대(對)잠수함 방어 능력이었다. 사건 발생 이후 보고 체계의 허점, 미숙한 상황 처리 및 대응 과정 등 지휘보고체계상의 난맥상도 지적됐다. 사실 이들 취약점의 일부는 육군에 편중돼 있는 현 합참의 지휘체계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연평도 도발도 마찬가지다. 북측의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는 데 실패하고, 일상적 훈련과 실제 위협을 구분하지 못한 것은 정보력의 문제였다. 북측이 자신의 영해라 주장하며 군사 긴장을 고조시켜온 해역에서 사격연습을 실시하면서 K-9 자주포 6문과 낡은 해안포, 벌컨포만을 연평도에 배치한 것은 판단 능력의 부실을 상징한다. 상황이 발생한 이후 보복의 대칭성, 확전 가능성 배제 등을 운운하며 자위권을 적절히 행사하지 못한 것은 현행 군제 때문이 아니라 지휘부의 무기력이나 작전통제권 행사상의 제약 때문이었다고 보여진다.  



 이렇듯 시비를 가리고 나면 처방도 명확해진다. 대북 정보력 개선, 대잠수함 방어 능력 향상, 취약 도서 지역에 대한 전투력 증강, 지휘체계 개선, 합참 지휘부의 3군 균형 보임 등이 돼야 옳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혁 방안은 문제의 핵심이라 할 지휘체계상의 육군 편중 현상을 오히려 심화시킬 게 분명해 보인다. “(서해상의) 전투는 해군이, 지원은 공군이 맡는데 사태를 관망만 하는 육군이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계기로 자군(自軍) 중심의 통합군 체제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어느 예비역 공군 장성의 항변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다. 더욱이 북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데다 전작권 환수도 멀지 않은 시점에 군의 골격 자체를 바꾸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아 보인다.  



 내친김에 한비가 말한 지도력의 허와 실도 따져보자.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존하고 번영과 행복을 증진시키는 데 있다. 예방외교를 통해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모색하고 안보환경을 개선하는 일이야말로 지도자의 최우선적 선택이다. 군사력 행사는 최후의 카드여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와서는 우선순위가 뒤바뀐 느낌이 든다. 북한이 도발적인 집단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제타격을 전제로 한 이른바 ‘적극적 억지 전략’이 바람직한 대안일 수는 없다고 본다. 



 또한 안보에 있어 지도력의 가장 큰 덕목은 전략적 비전이다. 눈앞에 보이는 북한의 위협이 심중하다 해서 뚜렷한 비전도 없이 지상군 중심 전력구조를 관성적으로 강화하는 식은 곤란하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동북아의 전략적 불안정에 대비하는 큰 그림을 먼저 마련하고, 그에 따른 전력구조와 무기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여기서 3군의 균형 발전은 당면한 북한의 위협을 해소하고 미래의 안보환경에 대비하는 지혜로운 포석이라 믿는다.



 국방개혁은 나라의 안위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아무쪼록 시비를 잘 가리고 내실을 기하는 개혁이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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