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교수 때려치운 지 3년 ‘그림 인문학’ 들고 온 서용선





9일부터 학고재 갤러리서 개인전





“이 시대에 박수근이 살았다면 이런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서울 미대 정영목 교수가 서용선(60·사진) 전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를 두고 한 말이다.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던 서씨다. 그가 9일부터 4월 10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 ‘시선의 정치’을 연다. 도시풍경 연작을 내놓았다.



 서씨는 2008년 대학을 때려치웠다. 정년을 10년이나 남겨놓은 때였다. 그림에 몰두하기 위해서였다. 뉴욕·멜버른 등으로 세계 여행을 떠나 현대도시의 삶을 화폭에 옮겼다. 낮에는 스케치를 하고 밤에는 그림에 매달렸다. 도시의 생체리듬을 거부하듯 “어두워지면 호텔 방에 불을 안 켜고 잠잤다.” 이동의 편이성을 위해 캔버스대신 한지를 쓰기도 했다.









서용선 작가가 호주 멜버른에서 장기 거주할 때 즐겨가던 카페의 풍경을 그린 ‘남미계 식당’(2010). 도시인의 삭막한 일상을 담담하게 그렸다.



 눈길을 끄는 것은 ‘도심의 핏줄’인 지하철 연작. 사람 없이 텅 빈 지하철 플랫폼, 벤치에 앉아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지하철 기둥 뒤 보일 듯 말 듯 서있는 이는 마치 유령 같고, 서로 딴 곳을 보는 승객의 얼굴은 거무튀튀하거나 이목구비가 없다. 생기 없고 음습한 사람들이 배경의 활달한 원색과 극적으로 대비되며 소외감을 배가시킨다. 그의 말대로 “근대 운송수단은 시간표에 따라 구획되는 삶, 속도에 의한 통제, 편리성을 추구하는 욕망, 현대건축의 특징인 직선의 합리성을 담고 있다.” 말하자면 근대적 삶의 양식과 미감이 응축된 공간인 것이다.



 서씨는 강렬한 원색과 과감한 필선으로 역사와 인간의 관계에 주목해온 작가다. 1951년 한국전쟁 한복판에서 태어나 서울 정릉에서 30여 년 살았다. 전쟁의 상흔, 도시의 형성, 산업화의 궤적 등을 체험했고, 이를 인간 실존의 문제로 풀어냈다. 민중미술 계보는 아니지만 80년대 발화한 현실참여 미술을 얘기할 때 빠져서는 안 되는 주요 작가다.



 그는 공동묘지 앞에 텐트를 치고 생활할 정도로 어려운 유년기를 거쳤다. 패싸움과 노름 등 방황하는 사춘기도 보냈다.



대학에 계속 낙방하고 군대를 다녀온 후 이중섭의 극적인 생애에 대한 짧은 신문기사에 충격을 받아 서울 미대에 늦깎이 입학한 것이 25세 때. “부끄럽게도 30대나 되어서 철들고, 지적인 성숙이 시작됐다”고 회고한다.



 전시에 맞춰 비평집 『시선의 정치,서용선의 작품세계』를 내는 정영목 서울대 교수는 “그가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과 풍경은 단순한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 실존과 역사의 정치성을 담고 있는 대상이다. 그의 그림은 인문학적이다. 그는 언어가 아닌 시각적인 형상으로 인문학을 이야기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02-720-1524.



양성희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