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시 한송이 들고‘그’를 뵈러 간다 …





조정권 신작 시집 『고요로의 초대』





20년 전, 탈속적이면서도 오연(傲然)한 경지를 드러낸 시집 『산정묘지』로 뚜렷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시인 조정권(62·사진)씨. 그가 여덟 번째 시집 『고요로의 초대』(민음사)를 냈다.



 시집은 두텁지 않지만 시편 각각의 음색이나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다양하다. 하이네·브레히트 등 빛나는 문학적 선배들의 동상(銅像)·시비(詩碑)를 찾았을 때 떠오른 단상을 덤덤히 그린 시편이 있는가 하면, 평소 자전거를 타고 즐겨 찾는 서울 동부간선도로 부근에서 건진 일상의 풍경시도 있다.



 그러나 역시 절대자를 연상시키는 이를 찾는 데까지 이어지는 그의 존재론적 시편을 피할 수 없다. 대표적인 게 ‘나는 나를 잠재우려 애쓴다’이다. 앞뒤 사연은 분명치 않지만 시의 화자는 간밤 바닷가 갯벌에 쓰러져 허우적댔었다. 필름이 끊어져 기억은 단속적이다. 시의 3연은 “나는 나를 내 옆에 뉘고 있었다” 단 한 줄이다. 별안간 시의 화자와 자아가 분리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시는 곧 ‘그’라는 존재에 대한 언급으로 이어진다. “내가 ‘그’라는 것.//(…)//언젠가 만날 때 한번쯤 존경을 표하고 싶었던 ‘그’/내 허기진 머릿속에서 포성처럼 울리는 ‘그’/그 옆에서 내가 나를 잠재우려 애쓰면서./내가 ‘그’를 잠재우려는 그가 되면서”.



‘문안’ 같은 시에서도 ‘그분’이 나온다. 화자는 시 한송이 들고 그를 뵈러 가는 길이다.



 절대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 앞에서 왜 화자는 자아가 분리되는 해리(解離) 현상을 겪는 것인지. 구도시로도 읽히는 일련의 시들은 풀기 어려운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답은 독자 나름대로 준비할 몫이다. 그러나 그 질문에 답을 해야만 조씨의 초대에 떳떳이 응할 수 있다. 적어도 조씨의 설명은 이렇다.



 “내 시 속의 절대적인 존재는 신이 아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아닌 분이다. 몸을 낮춘 나, 무화(無化)된 나와 일맥상통하는 존재다. 그런 점에 유의해 이번 시집을 읽어줬으면 좋겠다.”



신준봉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