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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살 빼고싶죠? 우울증 날리고싶죠? 공을 차보세요





[커버스토리] 여성축구



지난해 서울시연합회장기 여성축구대회 2연패를 달성한 송파구 여성축구단 선수들의 모습. 매주 월·수·금 오전 10시가 되면 자연스럽게 축구장에 모인다. 그들에게 축구는 운동이 아닌 생활이다. [조문규 기자]





국내에서 열리는 다수의 대회에서 우승하고, 외국으로 전지훈련까지 가는 축구팀. 싱가폴에서 리그 1위를 기록한 앙모키오 팀과 0대0을 기록, 축구계를 놀라게 한 팀. 이것은 유명 프로축구팀의 이력이 아니다. 축구 규칙도 잘 몰랐던 ‘아줌마’ 선수들이 만들어낸 성과다.(송파구 여성축구단)



 불과 10년 전만 해도 여성이 축구를 한다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서울시에만 27개 팀, 전국적으로 200여 개의 여성 아마추어 팀이 축구를 즐긴다. 서울 송파구 여성축구단 김두선(41) 감독은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마추어 여성 축구선수들만 1000여 명에 달한다 ”고 말했다.



전국서 200여 개 여성 아마추어팀 활약



지난 2일 오전 10시. 이날 훈련은 몸을 푸는 스트레칭, 패스, 달리기 순으로 이어졌다.   “하나둘셋넷, 둘둘셋넷, 오늘은 몸을 확실히 푸세요. 날이 춥습니다.”



 양수안나(34·여) 코치가 외치는 구령에 따라 송파구 여성축구전용경기장에 모인 평균연령 43세 20여 명의 여성축구단원이 큰 동작으로 스트레칭을 한다. 선수들은 꽃샘 추위에도 불구하고 공 뺏기 게임을 하며 기술적인 문제를 서로 짚어준다. 그러다가 한 명이 어정쩡한 자세로 공을 받는 실수를 했더니 운동장엔 떠나갈 듯 웃음꽃이 핀다. “자세가 잘못 잡혀서 그래요. 동작을 바꿀 땐 지지해 주는 다리에 힘을 넣고, 이렇게….” 코치가 시범을 보여주자 모두 동작을 따라 하며 “아하” “이렇게 하면 되는 거죠”라고 말했다.



 수비수 박경애(49)씨는 “가끔 승부욕 때문에 거칠게 경기를 해 부상을 입기도 하지만 저는 축구가 너무 좋다. 제 인생에서 축구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녀가 13년 전 8살이 되면서부터 여유가 생겨 축구를 시작했다. 박씨는 “ 기분이 처져 있을 때 축구를 하면 답답함이 풀리고 활력이 생겨 축구장으로 달려 온다”고 덧붙였다.



처음엔 체력 부실 … 지금은 의사도 깜짝 놀라











1998년 처음 축구단이 만들어졌을 때 대부분 선수들은 체력에 문제가 있었다. 김 감독은 당시 참가자들은 대부분 다리에 힘이 없었다고 말했다. 조금만 뛰어도 넘어지는 일이 많았다. 그 때문에 1년 가까이 기초체력을 기르는 훈련을 해야 했다. 공과 친해지는 가벼운 운동에서 시작해 강도를 조금씩 높였다. 그 결과 현재 선수들 대부분 기초체력은 비슷한 또래 남성보다 좋다.



 송파구 여성축구단에서 주장을 맡고 있는 김정희(51)씨는 “병원에 가면 의사들이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50대라서 골다공증 같은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말을 듣지만 막상 검사를 받고 나면 의사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는 것. 골밀도가 일반인에 비해 높고, 근육량이 많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성격 적극적으로 변화 … 부부금실도 좋아져



중앙공격수를 맡고 있는 주은정(42)씨는 축구의 매력을 ‘끈끈함’이라고 표현했다. 과거에 유도선수를 할 정도로 운동 매니어지만 축구는 ‘혼자’가 아닌 ‘우리’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것. 주씨는 “실수를 하더라도 같이 뛰고 있는 동료가 도와줄 것을 알기 때문에 기분 좋은 운동”이라며 “오늘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하는데도 이 기분을 느끼고 싶어 훈련장에 왔다”고 말했다.



 축구를 시작한 뒤부터 부부금실이 좋아졌다는 선수도 있다. 왼쪽 측면 공격수인 강민옥(34)씨는 “과거에는 남편이 축구경기를 볼 때 다른 채널을 보자며 싸우는 일이 많았다. 이제는 함께 경기를 보며 전술에 대해 토론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녀는 “서로를 배려하는 법을 은연중에 배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축구를 시작한 지 3년밖에 안 됐다. 하지만 축구를 하면서 성격이 적극적으로 변해 스스로 놀란다고 했다. 조용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크게 이야기하는 버릇이 생겼다.



 중앙대용산병원 스포츠정신의학클리닉 한덕현 교수는 “생활축구는 승부보다 순수하게 경기를 즐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같이 움직이고 패스하면서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공동체 의식을 만들고,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한덕현 교수는 “아이들이 축구를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동료와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두선 감독은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아빠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방학 때는 아이들이 연습 때도 함께 와서 엄마를 응원하곤 했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개학하면서 오늘 텅 빈 관중석이 못내 아쉬운 눈치다.



글=권병준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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