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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즉흥연주 하는 까닭은?

2007년 9월 23일 베네수엘라의 테레사 카레노 극장.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가 협연했습니다. 이제 앙코르 순서. 피아니스트가 다시 무대로 나옵니다.
“오늘은 비올라 단원인 요하나의 생일이에요. 제가 이걸 치면 무척 쑥스러워 할 테지만….” 웃음기를 머금은 채 건반에 손을 올립니다. 시작은 평범한 생일축하 노래입니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한 번이 끝나고 피아니스트가 장난을 칩니다. 어두운 느낌의 단조(短調)로 바꿔 다시 연주하죠. 그 다음엔 손이 빨라집니다. 마치 브람스의 화음처럼 두텁고 장중하게 생일축하 노래를 연주합니다. 다음엔 춤곡입니다. 이후로도 피아니스트는 이 간단한 노래에 여러 가지 옷을 입혔습니다. 10초간의 생일축하 노래는 4분짜리로 변신했죠.

피아니스트는 가브리엘라 몬테로(41). 함께 연주한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 요하나에게 멋진 생일 선물을 안겼죠.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몬테로는 같은 선물을 다른 단원에게 한 번 더 줬거든요. 2009년 5월 역시 연주회 날 생일을 맞은 플루트 연주자 카트린느에게 주는 선물이었습니다.

같은 생일축하 노래였죠. 하지만 전혀 달랐습니다. 플루티스트에게 연주해준 음악은 화려한 왈츠풍으로 시작해 시종일관 흥겨웠습니다. 나중엔 고장 난 음반처럼 정신 없이 빠르게 끝납니다.
몬테로는 피아노를 내키는 대로 칩니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악상으로 연주하죠. 그래서 두 연주가 달랐고 그만큼 흥미진진했습니다. 음반 녹음을 할 때도 제멋대로입니다. 2005년 쇼팽ㆍ리스트 같은 ‘교과서’ 작품을 녹음했는데 중간중간 ‘즉흥연주’라는 트랙이 있습니다. 누가 만든 게 아닌 자기 생각을 그저 풀어놓는 시간이죠. 2008년엔 바흐ㆍ헨델ㆍ비발디 등의 유명한 작품을 자기식으로 다 바꿔 연주한 앨범 ‘바로크’를 내놨습니다. 재즈 연주자들은 많이 하지만 클래식 판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죠.

작곡과 연주는 원래 하나였습니다. 바흐ㆍ비발디ㆍ베토벤ㆍ쇼팽 모두 스스로 훌륭한 연주자였죠. 작곡과 연주가 완전히 분리된 건 19세기 이후입니다. 요즘 연주자 대부분은 고전을 재해석하는 역할만 합니다. 오케스트라와의 협주곡 뒤에 붙는 카덴차는 원래 독주자가 자신의 기량을 과시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피아니스트ㆍ바이올리니스트ㆍ첼리스트 등이 즉석에서 생각나는 대로 연주하는 거죠. 하지만 현대 독주자들은 이마저도 만들어놓은 대로 연주합니다.

이런 대세에 반기를 든 이가 몬테로입니다. 이런 사람은 또 있습니다. 로버트 레빈은 미국 음악학자이자 피아니스트인데, 연주 당일 청중에게 “아무 멜로디나 흥얼거려보라”고 청합니다. 이 소절들을 모아 즉석에서 곡을 만들어 칩니다.

현대 음악회는 하나의 의식이 됐습니다. 계획된 음악은 정해진 대로 연주되고, 청중은 숨을 죽입니다. 하지만 원래 음악회는 연주자가 영감을 내뿜고, 청중이 즐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즉흥연주자들은 이런 본래의 정신을 불러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현대 콘서트홀의 희망 아닐까요?

A 음악회 본래 의미 살릴 수 있죠.



김호정씨는 중앙일보 클래식ㆍ국악 담당 기자다. 서울대 기악과(피아노 전공)를 졸업하고 입사, 서울시청ㆍ경찰서 출입기자를 거쳐 문화부에서 음악을 맡았다. 읽으면 듣고 싶어지는 글을 쓰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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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