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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콤플렉스와 섹슈얼리티의 불편한 동거

영화 ‘블랙 스완’이 연일 화제다. ‘레옹’의 꼬마 소녀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내털리 포트먼이 선과 악을 오가는 발레리나로 완벽 변신하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소름 끼치는 리얼리티’로 극찬받는 그녀의 연기 뒤에 영화가 보여주려 한 것은 뭘까? 자기를 버려야 궁극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예술가의 광기인가? 쇼비즈니스의 꼭두각시로 제어 당하는 스타의 자기파괴, 또는 권력을 위해 섹슈얼리티를 이용해야 하는 여성의 비애인가? 갖가지 상징으로 도배된 이 영화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른 다층적 해석을 용인한다.

‘레퀴엠(2000)’ ‘더 레슬러(2008)’ 등 몽상과 환각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을 묘사하는 데 특별한 재능을 보여온 대런 아로놉스키 감독. 도스토옙스키 ‘분신’의 영화화를 궁리하던 그가 발레공연 ‘백조의 호수’를 보고 “유레카!”를 외쳤으니, 그가 발견한 것은 한 명의 무용수가 백조와 흑조 사이를 오가는 데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자기 모순과의 대면이다. 인간의 이중성이 두 개의 자아로 분열되어 가는 과정의 심리적 갈등을 발레라는 극도로 통제된 아름다움과 그 해방을 매개로 스릴 넘치게 시각화해 몰입도를 높였다.

뉴욕시티발레단에서 정교한 테크닉으로 ‘백조의 호수’ 여주인공에 발탁된 니나가 품고 있는 이중성은 ‘소녀’와 ‘여인’ 간의 딜레마다. 니나를 임신해 발레의 꿈을 접었다는 삼류 무용수 출신 엄마는 ‘소녀인 딸’에게 강하게 집착한다. 니나에게 유아 취미의 오르골을 틀어주고 유치찬란한 케이크를 억지로 먹이며 소녀성을 강요한다. 온통 핑크빛으로 치장된 침실에서 인형에 파묻혀 잠드는 그녀는 핑크빛 외투만 입고 다니며 착한 딸로서 소녀 취향을 가장하나, 선배 프리마돈나에게서 훔친 립스틱을 바르고 단장에게 접근하는 모습은 잠재된 섹슈얼리티의 은근한 표출이다.

엄마로 인해 억압돼 탈출구를 찾지 못했던 니나의 여성성에 단장의 존재는 해방을 상징한다. 섹슈얼리티의 해방을 유도하는 촉매는 ‘예술의 완성’을 빙자한 완벽에의 욕망. 흑조의 치명적 유혹을 연기하려면 “네 앞을 가로막는 네 자신을 떠나보내라”며 도발하는 단장으로 인해 그녀의 여성성은 서서히 폭발로 치닫는다. 오랜 억압의 해방이 취한 통로는 자아분열적 노선이다.

영화는 ‘분열’을 묘사한 작품답게 시종일관 팽팽한 이분법적 구도를 취한다. 백조와 흑조, 소녀와 여인, 이성과 욕망, 현실과 환각, 통제와 해방의 이분법은 조금도 타협하지 않고 터질 듯이 불편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수시로 등장하는 거울의 이미지는 이분법의 경계다. 거울 너머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은 분열된 니나의 내면, 백조의 탈을 벗은 흑조의 자화상이다. 흑조로서의 자아를 밀고 당기는 것은 동성에 대한 질투와 선망의 갈등이다. 동경의 대상이던 선배 무용수의 파멸은 그녀의 해방을 억누른다. 해방의 저편에 기다리고 있는 파국을 감지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등장한 경쟁자 릴리의 성적 매력과 도발은 질투의 대상이다. 불쑥불쑥 릴리에 투영돼 생명력을 얻는 니나의 흑조는 그녀의 신체에 생채기를 냄으로써 억압을 뚫고 나오려 하고, 튀어나오려는 흑조와 억누르려는 백조, 두 자아는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인다.

결국 공연 당일 거울을 깨고 나와 백조를 죽이고 완전히 니나를 지배하게 된 흑조는 완벽한 연기로 갈채를 받는다. 백조의 시체에서 낭자하는 붉은 피, 검은 날개가 상처 난 살을 뚫고 거침없이 돋고 흑조로 탈바꿈하는 과정은 순결하고 나약한 소녀의 자아가 소멸하고 강하게 분출하는 여인의 자아가 탄생하기 위한 통과제의다. 액자구조 속 다시 백조로 돌아와 객석의 엄마에게 보란 듯이 백조의 자살을 재연하는 것은 엄마와 자신에게 백조의 완전한 죽음, 엄마로 인해 오랜 세월 봉인됐던 섹슈얼리티의 해방을 선포하는 의미다.

영화는 끝까지 이분법을 택했다. 백조와 흑조의 운명이 왜 꼭 삶과 죽음으로 엇갈려야 하는지, 억압된 자아의 해방이 왜 축복이 아닌 파국으로 치달아야 하는지는 고전 그리스 비극이론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죽어서야 비로소 마법의 저주에서 해방될 수 있었던 오데트 공주처럼, 엄마의 주술도 살아서는 벗어날 수 없는 끈질긴 것이었는지. 인형들을 내버리고 오르골을 박살내면서도 차마 벗지 못했던 핑크빛 외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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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