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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찌면 실격’ 미인대회 규정 … 몸매관리 못해 왕관 뺏겨

올해 열일곱 살의 고등학생인 도미니크 라미레스가 미스 아메리카의 시(市) 예선 격인 미스 샌안토니오로 선발됐을 때 그녀는 꿈에 부풀었다. 상금을 받아 대학 등록금에 보탤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상위 예선인 텍사스 예선에서 주(州) 대표로 뽑힐 경우 미스 아메리카에 출전할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그녀의 꿈은 주최 측이 왕관을 박탈하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이유는 세 가지였다. 우선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행사에 불참하거나 지각을 했고, 주최 측이 허가하지 않은 모델 일을 했으며, 끝으로 살이 쪘기 때문이다. 논란은 마지막 위반 사항, 즉 “살이 쪘다”는 것이 왕관 박탈의 정당한 사유가 되느냐는 것에서 시작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라미레스는 타코를 너무 많이 먹어 살이 쪘으며, 화보를 찍기 위해 준비한 의상을 착용해야 했지만 어느 것 하나 맞지 않았다고 한다. 대회 대변인 린다 우즈는 “라미레스에게 타코를 끊고 운동을 해 살을 뺄 것을 권했으나 거부했다”며 “우리는 마치 대회를 앞둔 운동선수처럼 텍사스 예선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녀가 비협조적이었다”고 말했다.

라미레스의 현재 몸무게는 129파운드(58㎏). 키가 1m73㎝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한국 미인 대회 출전자들을 기준으로 보면 그리 날씬한 편은 아니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텍사스 예선을 앞두고 주최 측으로부터 13파운드(6㎏)를 감량할 것을 강요당했다”며 “이는 마치 인신공격처럼 느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최 측은 파면이 단지 그녀가 뚱뚱하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그녀 대신 왕관을 물려받은 2위 입상자 애슐리 딕슨은 라미레스보다 훨씬 더 ‘후덕한’ 몸매의 소유자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참고로 라미레스의 옷 사이즈는 미국 기준으로 2, 딕슨은 6에 해당한다. 고로 파면의 이유는 살 자체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문제는 라미레스가 미스 샌안토니오로 뽑힐 당시 “대회 전 몸무게를 유지하겠다”는 계약 조항에 사인했다는 점이다. 즉, 대회 이후 조금이라도 몸무게가 늘었다면 이는 엄연한 계약 위반이기는 하다. 라미레스는 최근 지역법원에 “부당하게 왕관을 박탈당했다”며 “주최 측의 결정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기각됐다. 살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쨌거나 그녀가 계약을 위반한 점이 인정된 모양이다.

비만인구(비만+과체중)가 70%에 육박하는 미국에서 살에 대한 얘기를 잘못 꺼냈다가는 외모 차별론자로 인식돼 줄소송에 걸리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서 주최 측이 체중 문제를 계약 위반 사항으로 당당하게 언급한 것은, 대회의 취지 자체가 철저히 외모에 의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에 아무리 동의했다 할지라도 그 조항 자체가 애당초 불공정한 것이었다면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살이 쪄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미인 대회 출전자에게 과연 불공정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미인 대회의 근본 취지가 무엇인가. 툭 터놓고 이야기해 “내면의 아름다움”은 뻔한 거짓말이고 키 크고 날씬하고 얼굴 예쁜 사람을 뽑자는 것 아닌가.

내면의 아름다움을 빙자해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미인 대회에 자발적으로 참가했다면, 살을 빼라는 요구쯤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왕관 박탈의 이유를 참가자의 불어난 체중 때문이라고 밝힌 주최 측이 차라리 더 솔직하게 느껴지는 건, 미인 대회에 냉소적일 수밖에 없는 평범한 여자의 열폭(열등감 폭발)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김수경씨는 일간지에서 문화부 기자로 근무하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유학하고 있다. 대중문화 전반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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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